[지지대] 끝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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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정리할 겸 일기장을 뒤적였다.
일기장에 적힌 새해 다짐은 지난해, 또 그 전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 이루지 못한 일들을 새해 소망에 또 쓰려니 혼자 있는데도 누가 보는 듯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잘 맞이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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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정리할 겸 일기장을 뒤적였다. 일기장에 적힌 새해 다짐은 지난해, 또 그 전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 이루지 못한 일들을 새해 소망에 또 쓰려니 혼자 있는데도 누가 보는 듯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미완으로 남은 일이 빼곡하다. 본업에 충실하리라 발버둥을 쳤지만 선언으로만 남아 반성문으로 변한 글도 여럿이다.
많은 이들에게 다사다난한 해였을 것이다. 어수선한 국가의 일들은 개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비상계엄과 탄핵,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무거움 속에서 새해는 밝았고 새 정부가 탄생했다. 그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매일의 출발선에서 저마다의 짐을 짊어지고 경쟁을 하고, 버티기도 하며 한 해를 보냈다.
종교계가 새해를 앞두고 신년사를 발표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29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비난보다 잠시 멈추어 마음을 돌아보는 여유”라고 강조했다.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은 “이 시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타심”이라고 했으며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사랑과 평화를 실천할 때 그리스도의 구원이 우리의 일상과 세상 안에서 더욱 생생히 증거되고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총연합은 김정석 대표회장 등의 명의로 낸 신년 메시지에서 “비난보다는 격려를, 정죄보다는 사랑을 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가르는 벽이 아니라 함께 걷는 다리”라고 전했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잘 맞이하는 것과 같다. 각자의 한 해가 고단했더라도 찬란한 순간은 분명 존재했고 혐오의 말들이 오간 사회에서도 연민과 연대는 이어졌다. 나무가 잎을 떨구고 겨울눈을 품듯 떨굴 것은 떨구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 지혜가 필요한 연말이다. 종교계의 신년사처럼 비난과 분노를 멈추고 서로를 향한 사랑과 격려로 함께 걸어가는 새해를 열어가길 바라본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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