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목소리로 이 시대 풍경 담았죠
현대판 '난중일기' 노래하다
'난' 속에서 인간과 역사 묻다
공연·연극 등 시조 대중화 힘써
"시대의 전령사로 후대에 전해야"

-난중일기 28구름에게 물었다 넌 무엇이 되고 싶은가?한순간 장쾌히 소낙비로 달릴 것인가?진종일 궂은비 되어 마른 벌판에 스밀 것인가?
-이달균 연작 시조 「난중일기」에서
이달균 시조시인은 오늘의 거친 현실을 인식하고 작품으로 형상화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역사의 지류를 읽고, 역동하는 시대를 품는다. 그래서인지 시가 심장을 저격한다. 현재의 역사와 환경과 사건을 아우르면서 이 시대를 사는 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 것이냐고 묻는다. 밥만 먹고 산다고 사는 것은 아니다. 이 시대의 난제를 품고, 시대가 묻는 것에 답하면서 걸음을 걷는 자가 제대로 사는 이 아닐까.
시조집 '난중일기'를 쓴 이달균 시조시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왜 이 시대에 '난중일기'인가를 묻고 싶었다. 살아있는 자의 숙명은 난(亂)의 역사 속에 있어야 하는 것인지, 시집과 관련해서 질문을 던졌다.
■ 문학에서 새로운 시선은 운명이다. 이 운명을 위해서 시인은 무엇을 하는가?
시인은 시대의 전령사다. 그것은 오늘 내가 선 자리에서 나를 둘러싼 대상을 나의 언어로 후대에 전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조연이든 단역이든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면 운명의 개척자다.
■ 이 시대에 '난중일기'(2025, 동학사) 시조집을 펴낸 이유가 있는가?- 삶의 란(亂)은 언제 끝나는가.
연작시 '난중일기' 역시 위에 말한 내 역할을 다하기 위해 기획된 시집이다. 이 연작은 2013년 남해안에 적조가 왔을 때 물고기들의 떼죽음을 현장에서 보면서 시작됐다. 1592년 한산대첩 때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에 의해 수많은 왜군들이 통영바다에 수장됐다. 그 역사가 물고기들의 죽음과 겹쳐지면서 난은 이 시대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인식했다. 그리고 그 이전의 체르노빌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현재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이르기까지 난의 역사가 곧 인간사라는 생각에 연작시 70편을 쓰게 됐다. 아마 그 난은 끝나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쓰는 모든 시가 난의 기록이다.
■ 지금 시대를 난중으로 보고,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제목으로 딴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난중일기를 쓰는 이순신과 이달균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순신 장군께서는 임진일기, 정유일기 등으로 제목을 붙였다. 난중일기는 후대에 와서 붙인 이름이다. 풍전등화의 날들을 견디며 쓴 장군의 일기와 내 시조가 결코 동류로 취급될 수는 없다. 애초부터 비교 불가한 차이가 있다. 다만 이 시대에 장군이 계셨다면 그 일기는 계속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장군의 목소리, 혹은 장군을 모셨던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지금을 얘기하고 싶었다. 공통점이란 자신을 둘러싼 풍경과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 한 것이다. 나는 시로써 말할 뿐이다.
■ 시조시인은 늘 전통의 고수와 현대로의 확장을 고민한다. 어떤 입장인가요?
늘 '원심력과 구심력의 경계' 위에 시조가 존재한다고 생각해 왔다. 이는 내 시조평론집 제호이기도 하다. 원심력은 일탈하고자 하는 창작자의 마음이고, 구심력은 그 일탈을 제어하는 최후의 보루를 뜻한다. 시조는 정해진 형식이 있다. 그러나 형식에 구애받는 시는 아니다. 3장 6구라는 형식 속에서 자유자재하게 호흡해야 한다. 나는 단시조, 연시조는 물론 사설시조도 쓴다. 우리 고유의 노래 속에는 풍자와 해학, 밀고 당기는 말맛이 큰 장점이다. 그 말맛 속에 담긴 풍자와 해학은 서사를 통해 발현된다. 사설시조가 바로 우리 기층민중이 노래한 최고의 문학이었고 현재도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 시조의 현대화(확장)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시조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실험돼야 한다. 모든 예술은 사람살이의 변화를 담아내야 한다. 그 변화는 내용과 사상을 담아 형식으로 구현한다. 올바른 역사 인식은 시선에 들어온 풍경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 그것을 화학적으로 어떻게 감정변화를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대표작 '늙은 사자', '근조화', '다시 가을에', '장롱의 말', '저무는 가내공업 같은 내 영혼의 한 줄 시' 등도 그런 방식으로 독자와 공감의 폭을 넓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광대를 불러와 오늘의 현실을 말하고, 그걸 다시 극화시키는 작업도 이와 같다. 내 시집을 대본화한 '말뚝이 가라사대'는 오페라로 10수 차례 공연되고, 장편 시극으로 극장에 올려졌다. 시집을 대본화해 공연하는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작업이야말로 진정한 시조의 대중화, 확장이 아닐까 한다.
■ 서울 '예술인의 집'에서 문학콘서트가 성황리에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콘서트에서 가장 울림있게 다가온 조명이 있었나요? -이달균 시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있었는가?
20대 젊은 비평가들의 관점이 이채로웠다. 나이가 젊다고 해서 새로운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보력과 텍스트를 읽은 눈의 차이가 새로웠다. 그들은 기존 문단 풍토를 의식하지 않는다. 오직 작품으로만 보고 평가한다. 그들의 강점인 정보력은 앞에서 말한 작업, 즉 오페라, 시극, 사라예보에서의 노래화 등 지향성에 관한 것을 총망라해 시인을 평가했다. 이점이 신세대다운 비평적 시각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달균 시인은 "지금 내 고향 함안에 관한 시를 쓰고 있다. 아라가야는 기지개를 켜는 거대한 역사다. 말이산을 비롯한 고분군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나는 늘 늦깎이다. 유네스코가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는데 이제야 그걸 쓰려고 하니 말이다. 어쨌든 그 시들이 12번째 혹은 13번째 시집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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