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진상 규명을" 1년째 멈춘 무안공항 텐트촌 시계
[앵커]
무안공항에서 벌어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관한 수사가 늦어지는 사이 속절없이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공항 임시 텐트 안에서 생활하는 유가족의 마음도 타들어 가고 있는데요.
밀착카메라 이은진 기자가, 유가족과 사흘동안 함께하며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아직 어두운 새벽, 폐쇄된 공항 안을 박인욱 씨는 걷습니다.
[박인욱/아내·딸·사위·손자·손녀 유가족 : 내일이 365일인데, 제가 320일 가까이 여기 있었을 겁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박 씨.
대형 참사가 있을 때마다 파견 나가 수습을 도왔습니다.
그런데 이 참사가 내 일이 될줄 몰랐습니다.
[박인욱/아내·딸·사위·손자·손녀 유가족 : 서해페리호 같은 경우나 세월호, 인양하는데 우리가 도움도 주고 그랬죠. 꿈에도 생각 못 했죠. 내가 막상 유가족이 돼버리니까…]
가족은 떠났고 이제 의지할 사람은 다른 유족들입니다.
[박인욱/아내·딸·사위·손자·손녀 유가족 : 성철아. 성철아. 밥 먹자.]
옆 텐트 이웃 김성철 씨.
직장을 그만 두고 여기 머물고 있습니다.
[김성철/아내·딸 유가족 : 울고 혼자 그런 쳐진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다른 직원들한테 미안해서, 그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유족이 사는 공기, 일반인들과는 달랐고 서로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이 지나고 오늘은 공항이 오랜만에 분주합니다.
[박인욱/아내·딸·사위·손자·손녀 유가족 : 여기다 차리는가 봐요? {여기다 해가지고, 한 상, 두 상, 세 상.}]
하루 뒤, 1주기 준비 때문입니다.
제삿상 앞에 고개 숙이고, 위패를 붙들고 울었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 너무너무 보고 싶어 엄마가…]
사고 활주로.
콘크리트 둔덕이 보이자 울음이 터집니다.
엄마는 결국 주저 앉습니다.
텐트로 돌아온 밤, 가족들 생각이 더 납니다.
[심정덕/남편 유가족 : 얼마나 살려고 고함지르고 몸부림치고 가족 생각했을까… 자꾸 그게 머리에서 테이프 돌리는 것처럼 자꾸 생각나서…]
뜬 눈으로 지샌 뒤, 오늘 1주기가 왔습니다.
매일 기록하던 참사 일수를 365일로 갈아 끼웁니다.
[박인욱/아내·딸·사위·손자·손녀 유가족 : 기네요. 처음 1일부터 시작을 해가지고 벌써 365일이니까…]
사이렌과 묵념, 끝내 착륙하지 못한 승객 179명 이름을 불렀습니다.
모였던 정치인들과 기자들은 추모식 뒤 모두 돌아갔습니다.
다시 유가족들만 남았습니다.
[김성철/아내·딸 유가족 : 서너 달이면 끝날 줄 알고 집에 갈 줄 알고 왔다가, 오늘이라도 이렇게 많이 와줘서 다행이지.]
이 유족들, 못 떠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박인욱/아내·딸·사위·손자·손녀 유가족 : 어느 정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으면 공항을 떠날 수가 없겠더라고요. 내가 하늘로 올라가는 우주선한테도 진상규명하고 간다고 했어요.]
원인 규명은 제자리를 맴돌고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제 공항에서 지내는 날은 366일째를 향해 갑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왜 끝내 착륙하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기 전까지 이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겁니다.
이제 사흘 뒤면 새해가 밝아오지만, 이곳 무안공항의 시계는 여전히 1년 전 그날에 머물러 있습니다.
[영상취재 최무룡 영상편집 홍여울 VJ 김수빈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장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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