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의 제철 맛을 따라가면 여행은 곧 식탁이 된다. 삼척의 얼큰한 곰치국, 포항 구룡포의 꾸덕한 과메기, 울진 후포항의 달큰짭짤한 홍게, 장흥의 따끈한 매생이국이 한겨울의 입맛을 깨운다.
꾸덕꾸덕 겨울바람이 전하는 맛 ‘포항 과메기’
꽁치를 겨울 해풍에 말려 만든 과메기의 본산지는 포항, 그중에서도 구룡포다. 좋은 과메기는 차가운 기온과 건조한 바람, 낮은 습도가 함께 만들어낸다. 호미곶에서 구룡포 해수욕장 사이 덕장이 늘어서고, 식당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한층 탄탄한 최상품 과메기를 만날 수 있다. 입안에 남는 바다의 짠 향이 겨울의 기억이 된다.
못생겨도 맛은 좋아 ‘삼척 곰치국’
곰치(물메기)는 미거지·물곰·물잠뱅이로도 불린다. 날이 추울수록 비린내가 덜하고 살이 부드러워 제철 대접을 받는다. 곰치만 넣어 맑게 끓이면 물곰탕(물메기탕), 묵은 김치를 넣어 칼칼하게 끓이면 ‘삼척식’ 곰치국이 된다. 잘 익은 김치가 국물 맛을 끌어올리고, 살점은 입안에서 사르르 풀린다.
대게 부럽지 않은 겨울 진미 ‘울진 홍게’
이맘때 홍게는 살이 포실포실 올라 맛이 대게 못지않다. 과거 난전이나 이동 판매 차량에서 값싸게 팔리며 ‘맛없다’는 인식이 생겼지만, 제철 홍게는 달큰하면서도 살짝 짭조름한 풍미가 살아난다. 후포항은 홍게 집산지다. 아침 9시 30분에 경매가 시작되면 포구 바닥이 붉은 홍게로 뒤덮이고, 겨울바다의 활기가 한순간에 솟는다.
따끈한 매생이 한 그릇 ‘장흥 매생이’
매생이는 장흥·완도·고흥·강진·해남 등 남해안의 맑은 바닷가에서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채취한다. 파래보다 훨씬 가는 올이 특징으로 국을 끓일 때 진가를 드러낸다. 민물에 살살 헹군 매생이에 굴과 다진 마늘을 넣고 끓여 소금이나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다. 술 마신 다음 날, 후루룩 한 그릇 들이키면 속이 말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