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면피용 보상, 쿠팡의 끝없는 한국 모욕행진

경인일보 2025. 12. 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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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9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 붙은 쿠팡 규탄 스티커. 2025.12.29 /연합뉴스


쿠팡이 국회 연석 청문회를 하루 앞둔 29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 보상안을 발표했다. 고객 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3천370만 명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알린 지 30일 만이다. 앞서 25일 쿠팡은 이례적으로 셀프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정부를 물고 늘어졌다. 김범석 의장은 28일 첫 사과문을 냈지만 오늘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국회 연석 청문회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해외 비즈니스 일정 때문이라는 무성의한 핑계는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쿠팡은 이번 보상안이 1조6천850억원 규모라고 내세웠지만, 들여다보면 피해 회원이 5만원어치 구매 이용권을 모두 사용했을 때의 금액이다. 현금 지급도 아닌 이용권으로 제한했다. 쿠팡, 쿠팡이츠, 쿠팡트래블, 알럭스 등 4종으로 쪼개서 사용하라는 것인데, ‘생색내기 보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5만원 중 4만원은 사용 빈도가 낮은 플랫폼 이용권인 점도 황당하다. 결국 이용권을 쓰려면 추가 지불이 불가피한데, 이 와중에도 이익을 도모하고 이용자를 유지하고 탈팡족(쿠팡 탈퇴자)까지 유인하려는 상술이 놀랍다.

민관 합동조사에 협조하는 듯하던 쿠팡은 셀프조사 결과를 단독 발표했다. 유출자가 3천300만명의 정보를 빼갔지만 그중 3천명만 저장했다고 밝힌 대목은 피해규모를 축소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부의 반박에도 모든 조사는 조율됐고 보고까지 했다며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유리한 정보를 느닷없이 발표한 배경에는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모회사 쿠팡아이엔씨에 집단소송이 제기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 주장에 곧바로 반박하지 않으면 사실로 간주되는 ‘미국 증거법’의 원칙을 계산한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이 피해 고객은 뒷전이고 법적 대응에만 집중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쿠팡의 이중 플레이는 입장문에서도 드러난다. 한글본과 달리 영문본에서 ‘계속된 오보’, ‘허위적인 비난’ 등의 표현으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미국 주주들을 의식한, 한국 압박을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보인다. 쿠팡의 워싱턴 정가 로비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자기 이익만 따지는 쿠팡을 상대로 국민 감정만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전방위 조사와 함께 가용 수단을 동원해 강력 제재해야 한다. 국회도 관련 입법으로 실효적인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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