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없이 시선 잡는 AI가 만든 ‘이상한 영상’…한국서 84억회 재생

이휘빈 기자 2025. 12. 2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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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처음 가입한 이용자 5명 중 1명은 인공지능(AI)이 만든 이른바 '쓰레기 영상'을 추천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AI로 대량 생산된 저급 콘텐츠는 'AI 슬롭(slop·쓰레기)'이라 불리며, 올해 한국에서만 84억회 이상 조회됐다.

◆새 계정 만들면 추천 영상 5개 중 1개가 '슬롭'=영상 편집회사 카프윙이 올해 11월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유튜브 채널 1만5000개 중 278개는 오로지 AI 슬롭 콘텐츠만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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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생성한 쓰레기 영상 ‘슬롭’
영상회사 조사, 한국이 조회 1위
어린아이 등 조회수 목적으로 남발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로 해결해야
올해 11월 영상 편집회사 카프윙의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에 처음 가입한 이용자 5명 중 1명은 인공지능(AI)이 만든 ‘쓰레기 영상’을 만난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을 인공지능으로 생성. 제미나이

유튜브에 처음 가입한 이용자 5명 중 1명은 인공지능(AI)이 만든 이른바 ‘쓰레기 영상’을 추천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옷 입은 사람이 사자 앞에서 춤추거나 인간처럼 묘사된 원숭이가 악마와 싸우는 맥락 없는 영상들이다. 이처럼 AI로 대량 생산된 저급 콘텐츠는 ‘AI 슬롭(slop·쓰레기)’이라 불리며, 올해 한국에서만 84억회 이상 조회됐다.

슬롭은 본래 ‘음식물 쓰레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로, 2022년부터 AI로 제작된 저품질 콘텐츠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 백과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는 이같은 사회적 확산을 반영해 최근 ‘슬롭’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새 계정 만들면 추천 영상 5개 중 1개가 ‘슬롭’=영상 편집회사 카프윙이 올해 11월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유튜브 채널 1만5000개 중 278개는 오로지 AI 슬롭 콘텐츠만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채널 구독자는 2억2100만명, 누적 조회수는 630억회에 달한다. 연간 광고 수익은 1억1700만 달러(약 1700억원)로 추정된다.

카프윙이 신규 계정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초기 추천 영상 500개 중 104개(20%)가 AI 슬롭이었다. 전체 추천 영상의 3분의 1(165개)은 자극적이고 반복적인 ‘브레인롯(뇌썩음)’ 콘텐츠였다.

구독자는 스페인, 조회수는 한국이 1위=국가별로 보면 AI 슬롭 채널 구독자는 스페인이 2022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조회수는 한국이 84억5000만회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위인 파키스탄(53억4000만회)의 1.6배에 달한다.

한국 채널 ‘3분 지혜’는 갑옷 인물이 사자 떼 앞에서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등 맥락 없는 영상을 올리며 누적 조회수 20억2000만회를 기록해 세계 2위에 올랐다. 이 채널의 연간 수익은 58억원으로 추산된다.

중간소득국서 대량 생산…사기 생태계까지 형성=AI 슬롭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로 정착했다. 27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인도, 케냐, 브라질, 베트남 등 인터넷 연결이 양호하고 평균 임금이 낮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규제가 적은 국가에서 슬롭이 양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램, 왓츠앱 등에서 조회수를 끌어 올릴 영상 제작법을 거래하는 ‘슬롭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일부에서는 실제 콘텐츠 제작자보다 제작 노하우를 파는 사기꾼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조회수 목표로 범람…플랫폼은 방치=화려한 색감과 자극적 설정으로 판단력이 낮은 어린이의 클릭을 유도하는 것이 슬롭의 주요 전략이다. 일부 채널은 재난을 상업화하기도 한다. 파키스탄의 한 채널은 홍수 참사를 AI로 재구성해 10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슬롭이 범란하는 원인으로 플랫폼 알고리즘을 지목한다. 독창성이나 완성도보다 ‘체류 시간’과 ‘조회수’를 우선시하는 구조가 저급 콘텐츠의 범람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튜브 측은 “AI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며 “제작 방식과 관계없이 고품질 콘텐츠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해야”=연구자들은 AI 슬롭이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이용자들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를 신뢰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구자 에릭 살바지오는 “AI 슬롭이 쏟아지는 것은 정보 피로와 알고리즘 필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결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카프윙 보고서는 대응책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를 제안했다. 카프윙 관계자는 “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 특히 학생들에게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해석하는 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휘빈 기자 vinyvi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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