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獨, 반도체에 200조원 투하 … 한국은 보조금 '0'
中, 정부가 나서 170조원 준비
美, 칩스법 통해 보조금 지원
日·獨도 앞다퉈 투자혜택 줘
韓은 반도체장비·공사비 폭증
전체 클러스터 투자금 눈덩이
6년새 120조 → 600조 달할듯
세액공제만으론 유인책 안돼

여야가 진통 끝에 합의를 이끌어내며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둔 반도체특별법의 지원 내용이 경쟁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매일경제가 미국·중국·일본·독일 등 경쟁국이 최근 5년간 반도체 산업에 지원한 금액을 집계한 결과 1374억달러(약 19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 단계에서 사전에 지급하는 '현금성 보조금'이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특별법이 담고 있는 지원책은 최대 25% 세액공제가 전부다. 반도체특별법은 이르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 같은 특별법 처리를 코앞에 두고 업계는 한숨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팹 투자비용은 급격히 상승한 반면 지원은 선진국 대비 쥐꼬리에 그치면서 경쟁력 도태를 우려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올해 SK하이닉스가 청주에 건설한 M15X 팹의 경우 총투자비용이 20조원에 달한다. 반도체 장비 가격은 물론 국내 건설비 자체가 급등해서다. M15X 6기 정도 규모인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팹 1기는 단순 계산해도 120조원 이상이 나온다.
애초 2019년 120조원 정도로 예상했던 전체 클러스터 투자 규모가 최근 600조원까지 늘어난 것은 실제 투자도 증가했지만 그간의 장비와 건설비 상승분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당장 공사를 시작한 평택 P5에 50조원이 들어가고 P6에 추가로 50조원 이상,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최소 360조원이 투입된다.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팹을 건설하는 데는 매년 수십조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각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하고자 현금 보조금을 비롯해 각종 인센티브를 기업에 제공하게 된 배경이다.
미국과 반도체를 걸고 사실상 전쟁에 돌입한 중국은 보조금 규모를 점점 더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대기금이라는 국가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기업에 수십조 원을 지원해 왔다. 대기금 1기와 2기를 통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3429억위안(약 70조원)을 지원했고 2024년 조성된 대기금 3기는 3440억위안 규모다. 파운드리용 선단 로직 공정, 고대역폭메모리(HBM), 3D 낸드, D램 메모리 공정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구체적으로 경쟁하는 분야가 지원 대상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달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2000억~5000억위안에 이르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가 보조금 및 재정 지원 프로그램을 대기금과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향후 최대 17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반도체 기업에 더 지원된다.
우리에게는 칩스법으로 알려진 미국판 '반도체특별법'에 따른 지원 규모도 390억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시설 투자에 대한 보조금과 세액 공제를 포함한다. 현금성 보조금 비중은 5~15%다. TSMC,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이 이 제도에 따라 보조금을 받았다.
반도체 산업 부활을 꿈꾸는 일본도 적극적이다. 2021~2023년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4조643억엔(약 260억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했고 이 돈으로 마이크론과 TSMC가 일본에서 팹을 건설 중이다. 일본 토종 파운드리 라피더스에도 현금 보조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 돈은 전체 투자의 33~50%까지다. 유럽연합(EU) 소속인 독일도 보조금이 적지 않다. 총 200억유로(약 234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마련했고 인텔 마그데부르크 공장과 TSMC 드레스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각각 100억유로와 50억유로를 지원했다. 이외에도 인도가 100억달러 규모 보조금을 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접적인 현금성 지원일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 구축도 한국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직접 부담해야만 한다.
보조금에 비해 세액 공제는 한계가 명확하다. 반도체 기업이 매년 막대한 이익을 거둔다면 세액 공제는 인센티브로 작동할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이 통과된다는 가정 아래 대기업은 설비투자의 15~25%를 세액 공제로 받는다.
하지만 이는 이익이 발생해 법인세를 납부했을 때 받는 사후 감면이다. 사이클에 따라 쉽게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반도체 기업에는 큰 투자를 망설이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적자인 상황에서는 아무런 인센티브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액 공제에 추가로 현금 환급성을 보장해 적자를 봐도 일부 현금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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