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추운 밤(寒夜)

전기도 없고 요즘 같은 냉난방 기술이 없던 시절을 산 사람들은 추위나 더위를 어떻게 견뎌 냈을까? 장소나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요즘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악했을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한 가지 같은 것은 혹독한 환경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이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담담하게 자연의 시련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더위나 추위를 견뎌내는 큰 자산이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남송(南宋)의 시인 두뢰(杜耒)는 한겨울 밤에 갑자기 찾아 온 손님을 대접하면서 추위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잘 드러내었다.
추운 밤
寒夜客來茶當酒(한야객래차당주) 추운 밤에 손님이 찾아 와 차를 끓여 술을 대신하는데
竹爐湯沸火初紅(죽로탕비화초홍) 대나무 두른 화로에 물이 끓고 불은 붉게 피어 나기 시작하네
尋常一樣窓前月(심상일양창전월)
창 앞의 달은 늘 같은 모양이었는데
才有梅花便不同(재유매화편부동)
이제 막 매화 피어나니 완전히 다른 모습이구나
시인이 기거하는 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외진 곳일 것이다. 가까이에 술을 살 수 있는 곳이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추운 겨울 밤에 갑자기 귀한 손님이 들이닥치면 대접할 술이 있기 어렵다. 그래서 술 대신 차를 내기로 하고 물을 끓이기 위해 서둘러 화로에 불을 피운다. 시인이 홀로 겨울 밤을 나야 하는 차가운 방은 뜻하지 않게 손님이 찾아 온 것을 계기로 따뜻함이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대나무를 두른 화로인 죽로(竹爐)는 방을 덥히기보다는 찻물을 끓여 내기 위한 것이지만, 조그만 온기라도 아쉬울 수 밖에 없는 겨울 밤에는 여간 반가운 게 아닐 것이다. 손님 덕에 따뜻한 밤을 보낸 것으로 글을 끌어 가는 시인의 마음 씀이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진다. 따뜻한 분위기에 마음의 여유를 찾은 시인의 눈에 들어 온 것이 있었으니 창문 앞의 달이 그것이다. 그 달은 평소에 늘 그 모습이 그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확 다른 모습이었다. 왜 그랬을까? 겨울 꽃인 매화가 이제 막 피어났기 때문이다. 갓 핀 매화와 어우러진 창 앞 달은 평소의 달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시인에게 인식된다. 방을 따뜻하게 바꾼 것이 찻물을 끓이는 화로였다면 창 밖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바꾼 것은 갓 핀 매화 꽃이라고 설파한 시인의 안목이 참으로 탁월하다.
한겨울 긴긴 밤을 추위를 몸으로 견디며 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찻물을 끓이는 난로와 창문 앞 매화 꽃과 어우러진 달로 추운 밤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낭만 시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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