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주보기] 씁쓸하지만 따뜻한 올해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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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시상식 결과가 공개되고 한 해를 정리하는 '올해의 영화' 목록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필자도 12월 마지막 지면이라는 좋은 기회로 사람과 사람을 이을 수 있었던 올해의 영화를 소개한다.
활발한 고등학생 주인이가 어느날 학교 친구의 요청을 거절하며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작품으로 윤가은 감독은 인간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야한다는 리얼리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폭력과 사랑이 뒤섞인 우리의 세계를 성찰할 수 있는 영화적 방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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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시상식 결과가 공개되고 한 해를 정리하는 ‘올해의 영화’ 목록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권위를 자랑하는 기관이나 전통있는 매체가 선택한 영화들은 한번 더 주목 받을 수 있고, 제작진은 제작 과정과 집객에 어려움이 있었다할지라도 영화의 진가를 인정받았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시민들이 자신만의 최고의 영화 목록을 공개하기에 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 시기이다. 필자도 12월 마지막 지면이라는 좋은 기회로 사람과 사람을 이을 수 있었던 올해의 영화를 소개한다.
2025년 한국 저예산 영화 부문에서 반짝인 제목들 중 전문가와 관객 모두에게 거론된 영화는 단연 <세계의 주인>이다. 활발한 고등학생 주인이가 어느날 학교 친구의 요청을 거절하며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작품으로 윤가은 감독은 인간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야한다는 리얼리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폭력과 사랑이 뒤섞인 우리의 세계를 성찰할 수 있는 영화적 방법을 찾았다. 18만명이 넘는 관객이 찾았지만 아직 더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영화다. <3학년 2학기>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중소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하게 된 창우의 삶을 보여준다. 이란희 감독은 사람을 갈아 사회가 돌아가는 구조를 직시하는 동시에 빛나는 재능이 없어도 밥값과 쓸모를 고민하며 미약하게 성장하는 한 인간의 기쁨을 담담하게 그린다. 변화가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한 착찹함과 각자의 처지에 대한 공감이 공존하는 감독의 세계를 완성하는 지점에 유이하 배우의 연기가 자리하고 있다. <3670>은 동성애자인 탈북청년 철준의 남한 적응기를 진심어리고 쾌할하게 보여준다. 미지의 미래에 굴복하지 않고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솔직한 마음이 지금의 희망을 만들어내는 젊은 에너지가 생생한 영화이다.
겨울 외국 영화하면 <나 홀로 집에> 같은 정답도 있지만 이 곳에서는 씁쓸하고 따끔하지만 가족에 대해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개봉 영화를 소개한다. 먼저, 마이클 리 감독의 <내 말 좀 들어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분노와 극단적 분리를 한 가족을 통해 드러내는 진단서이다. 불평을 입에 달고 사는 성격 파탄 주인공과 어떤 반항도 못하고 방관하는 가족을 통해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는 순간 공동체 전체가 망가질 수 밖에 없음을 증명한다. 알랭 기로디의 미스터리 코믹극 <미세리코르디아>와 라두 주데의 신랄한 풍자극 <콘티넨탈’ 25>는 한 공동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통해 인간 사회를 지속하는 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위 세편은 거짓 희망으로 현실 문제에 눈가리개를 하고 한 해를 정리하기 보다 우리 사회를 냉정하게 응시하되 지속해서 서로를 살리는 방법을 질문하는 영화들이다. 그럼에도 수북하게 쌓인 흰 눈처럼 따뜻한 최신 겨울 영화를 원한다면 <바튼 아카데미>를 찾아보시라. 남들 눈에는 실패자로 보이는 상처입은 영혼들이 서로의 뾰족함을 보듬으며 마음 속 빙하를 녹아내는 순간을 맛볼 수 있다.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도 없고 한 사람을 구원할 수도 없다. 다만, 미약하게나마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에 길을 터주는 영화들이 있다. 완벽하지 않는 인간의 취약함을 드러냄으로서 오히려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영화들을 보며 2026년을 시작할 수 있는 힘과 포용력을 충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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