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관광객은 잠깐 결국 남는 건 동네 사람들” 대통령 청와대 복귀 소식에 상인들 ‘반색’ [세상&]
주변 상인들 고정수요 기대감
경호-경비 강화, 분위기 변화

관광객은 잠깐 왔다 가지만, 장사는 결국 매일 오는 사람으로 됩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곰솔’ 사장 최모 씨
29일 찾은 청와대 인근 상권은 겉보기엔 평온했지만 골목 곳곳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청와대 정문의 효자동 삼거리에는 경찰과 경호 인력이 상시 배치됐고 이어지는 일부 구간은 통행이 통제됐다. 특히 청와대 방향의 창의문로 쪽은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서 경호원들의 신분 확인을 거쳐야 했고, 효자동 삼거리 일대에는 경광등을 켠 순찰 차량이 수시로 오갔다.
청와대 인근 삼청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청와대가 개방됐을 때는 관광객이 정말 많았지만 대부분 사진만 찍고 커피 한 잔 사서 떠났다”며 “장사가 된다고 느끼긴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다시 대통령이 들어온다고 해서 무조건 좋아질 거라 기대하진 않는다. 그래도 상근 인력이 생기면 최소한 동네가 숨은 쉬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통의동에서 코다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보다 현실적인 반응을 보였다. 20년간 식당을 운영한 박 모 씨는 “우리 같은 집은 메뉴가 매일 먹는 메뉴가 아니라 관광객들이 한 번씩 들러서 먹으러 오는 경우가 많아서 관광객 수요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오는 손님보다는 한 번씩 몰려오는 손님이 많았다”고 했다.
청와대 인근에서 30년간 한정식집을 운영해 온 최모 씨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부터 이 자리를 지켜봤다”며 “그땐 긴장도 있었지만 질서가 있었다. 관광객만 가득했던 지난 몇 년보다는 오히려 지금이 더 안정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은 사진만 찍고 가지만 공무원들은 매일 밥을 먹는다”며 “상권은 결국 반복되는 수요로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를 겨냥해 개업한 가게도 있다. 지난 11월 초에 문을 연 한 식당 직원은 “삼청동이나 북촌, 경복궁역 쪽보다 청와대 쪽이 유동 인구가 적어 관광객만으로는 장사가 쉽지 않다”며 “청와대가 다시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승부를 걸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방 이후 관광객 중심으로 재편됐던 상권의 변화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청와대 관람객 수는 2022년 277만여 명에서 2023년 206만 명, 2024년에는 191만 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외국인 비중은 2022년 1.1%에서 지난해 28.6%까지 늘었다. 관광객 수는 개방 이후 점차 줄고 구성은 바뀐 셈이다.
외국인들의 시선도 엇갈린다. 5년 전 한국으로 들어와 효자동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미국인 J씨는 “아내는 경비 인력이 늘어나는 걸 반기지만 나는 솔직히 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을 상대로 숙소를 운영해 왔는데 앞으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아이와 함께 봄마다 청와대 산책을 했는데, 이제 그런 일상은 사라질 것 같다”고 했다.
사이판에서 온 한 관광객은 “한국 여행을 계획하며 청와대를 꼭 보고 싶었는데 최근에야 출입이 제한된다는 걸 알았다”며 “대통령이 실제로 일하는 공간이라면 그 자체로 흥미롭긴 하다”고 말했다.

현장 경비도 한층 강화됐다. 청와대 인근에는 경찰과 경호 인력이 상시 배치돼 있었고 일부 구간은 보행자 동선이 제한됐다. 이에 대해 박정보 서울경찰청장 29일 정례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 출근과 관련해 특별한 변화라기보다는 기존 경호 원칙에 따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인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관광객이 많을 때는 시끄럽기만 하고 실속은 없었다”며 “지금은 오히려 상권이 재편될 가능성을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권리금은 여전히 4000만~1억원대로 높게 형성돼 있지만 실수요가 붙지 않으면 거래는 쉽지 않다”며 “공실이나 비어있는 점포가 잠시도 없을 만큼 포화 상태로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주변의 일상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효자동과 삼청동 일대에는 경찰과 경호 인력이 상시 배치됐고 일부 도로는 통행이 제한됐다. 인근에서 러닝을 즐기던 주민은 “예전엔 마음 편히 뛰었는데 이제는 검문이 늘어 코스를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총기를 든 경호 인력을 보면 아무래도 긴장된다. 동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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