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욱의 따따부따] 취중진담, 무엇을 숨기려 하는가!

김시욱 국제시사분석실 객원 연구원 2025. 12. 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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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욱 국제시사분석실 객원 연구원

연말연시가 되면 어김없이 술 약속이 빈번하다. 술을 매개로 한 모임은 보다 진솔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고 믿는다. 이성으로 숨겨둔 '감정'을 드러내는 계기로 작용한다. 평소 체면이나 자존심으로 하지 못한 말들도 술의 힘으로는 가능해진다. 그래서 '취중진담'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영어로 표현하면 'drunken truth'로 쓸 수 있다. 라틴어 격언인 "진리는 와인 속에 있다(In vino veritas)"라는 말도 같은 맥락으로 사용한다.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으로는 이만한 그 무엇도 없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술이 가져오는 폐단은 '진실의 고백'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성이 마비될 정도가 되면 '취중진불언'이라는 상반된 모습이 나타난다. 진실이 어느새 '허구와 헛소리'로 탈바꿈한다. 술로 인해 극대화된 감정은 과장된 언어와 몸짓으로 표출된다. 더 나아가 원망과 분노가 되면서 파국을 맞게 된다.

최근 불거진 민주당 장경태 국회의원의 '성추행 사건'도 술자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2024년 10월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모인 국회 의원실 보좌진의 술자리에서 일어났다. 공개된 영상 속 장경태 의원은 다소 술 취해 보이는 여성 비서관 옆에 앉아 있다가 성추행으로 진행된 듯해 보인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다른 비서관들의 진술도 뒤따르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 보좌진 협의회 명의로 "장경태 의원에게 성추행 혐의를 뒤집어씌우는 여자"라는 주장과 가짜 동영상이 나오면서 2차 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권성향의 한 유튜버는 "저런 장소에서 했다는 자체가...이건 현재 민주당을 흔들고 당 지도부와 민주당 사이를 흔들고..."라는 말로 진영논리를 확대하고 있다. 쌍방의 고소가 잇따른 시점에서 사실의 진위는 재판의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 진실은 존재한다.

술로 인한 '취중진담'의 압권은 내란 재판에 임하고 있는 윤석렬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그와 관련된 술 이야기는 '폭탄주'로 시작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은지의 뉴스 IN'에서 '전언'이란 전제하에 "대통령실 출입 기자랑 저녁 먹었는데, 윤 전 대통령이 폭탄주 45잔 먹을 때까지..."라고 언급했다. 사실관계는 전달한 당사자의 몫으로 남겠지만 재판 중 윤 전 대통령 본인의 입으로 '폭탄주'를 언급한 부분은 명백한 사실로 존재한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 대해 직접 신문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폭탄주 20잔'은 계엄의 당위성이 아닌 '취중진담'의 고해성사가 되고 말았다. 보수 언론인 조갑제 대표의 음주습관으로 인한 '발작적 계엄' 혹은 '망상적 계엄'이란 비판이 과하지 않아 보인다.

연말 여의도 정가의 이슈는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차지하고 있다. 여야의 대립적 상황 임에도 필리버스터는 국민의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보좌관들과의 진실 공방과 소송전을 예고하는 '아침 연속극' 같은 전개는 흥미 만점이다. 정치권력자의 힘과 특권의식이 여실히 드러나는 내용이 밝혀질 때마다 차마 입을 다물 수가 없다. 해고된 보좌진들의 음해라고 항변하지만 진정한 사과나 사퇴 의사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여권 지도부의 '내 편 감싸기'가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라는 속담처럼 스스로 치부를 인정하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을 통해 정치권의 통일교와의 유착이 연일 보도되는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국가지도자들의 도덕 불감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늘 있던 일이기에 부끄러움도 없다. '한 줌' 밖에 되지 않는 강성 지지층의 비호 아래 '정치적 음해'와 '국민의 요구'라는 말로 버티면 해결될 일이다. 팬덤 정치에 취약한 한국 정치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숨겨진' 그들의 실체를 알기 위해 재산 공개와 더불어 음주량과 도덕성 공개마저 요구되는 현실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