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벽배송 ‘건강위험성 조사’ 첫 실시…“주 40~46시간이 적정”

최유경 2025. 12. 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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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배송기사로 일하다 숨진 고(故) 오승용 씨와 정슬기 씨. 이들의 사망엔 '주 6일, 주 60시간 이상'의 '연속·고정적 새벽 근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일하는 새벽배송은 일반적인 생체 리듬에서 벗어난 노동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이 같은 새벽배송 업무가 노동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연관 기사] 쿠팡 ‘주6일 새벽배송’에 가려진…“위험한 ○○·○○ 야간노동” (2024.09.02.)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49585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가.

고용노동부는 이를 따져보기 위해, '택배노동자 야간노동의 건강위험성 연구' 용역을 맡겼습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김형렬 교수 연구팀이 이를 진행했습니다.

야간 배송 노동자, 이른바 '새벽배송 기사'들에 대한 국내 추적 조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KBS는 오늘(29일) 용역 결과 중간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새벽배송 기사들의 심박수와 혈압을 비롯한 각종 생체 지표는 주간 업무자들보다 나빴습니다.

전문가들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야간노동 시간을 주당 40~46시간, 월 최대 12회로 제한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야간 노동을 연속 5일 이상 해선 안 된다고도 제안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는 오늘 오후 열린 5차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 향후 규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야간 노동자, 심근경색 위험 높아…더 짧게 일해야"

보고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번 연구는, 노동자들의 주간·야간 노동 후 생체 지표를 통해 '야간 노동시간을 얼마나 허용해야 할지'를 따져보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노동자들의 나이와 배송량, 업무시간, 업무·수면 중 평균 혈압, 심박수, 신체부하지수, 피로·위험지수 등을 측정해 노동 강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조사 대상은 주간 노동자 4명(쿠팡)야간 노동자 10명(쿠팡 8명, 마켓컬리 2명)이었습니다. 노동조합과 회사 추천을 고르게 받아 선정했습니다.

조사는 이번 달 초순, 각 5일간 진행됐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야간 노동자들의 혈압 측정 결과입니다.

혈압은 수면 중엔 10% 이상 떨어져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데요.

고혈압 병력이 있는 노동자의 경우 특히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A 노동자는 근무가 있던 3일 내내 혈압이 정상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B 노동자는 야간 근무 뒤 휴무 첫날엔 -3.5%, 즉 오히려 수면 중 혈압이 더 높게 나타났고, 휴무 둘째 날엔 7.1%, 셋째 날엔 11.6%로 3일간 쉬어야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거로 나타났습니다.

평소 혈압 문제 등 기저질환이 있는 노동자라면 야간 노동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셈입니다. 또, 최소한 3일의 휴식이 이어져야 정상적인 혈압 하강률을 보인단 점을 확인했습니다.


업무 중 평균 심박수도 주간보다 야간 노동자가 높았습니다. 주야간 노동자 모두 업무 중 평균 심박수가 수면이나 활동 중 평균 심박수에 비해 매우 높았습니다.

■ "새벽배송, 주 40~46시간·월 12회로 제한해야"

그렇다면, '적절한 노동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역학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계산한 1일 최대 허용 노동시간은, 야간 5.8시간(±1.3시간), 주간 6.2시간(±1.2시간)이었습니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새벽배송 기사는 낮에 일하는 기사보다 짧게 일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오후 10시에 일을 시작할 경우 새벽 4시 전에는 일을 마쳐야 합니다. 그러나 새벽배송 기사는 통상 오후 8~10시부터 오전 6~7시까지 일합니다. 당장 적용하기는 어려운 기준입니다.


연구진은 노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노동시간을 산출하려, 국내외 여러 규정을 살폈습니다.

유럽은 위험·고강도 야간 노동을 하루 8시간 이상 못 하도록 규제합니다. 우리나라도 과로사를 인정할 때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의 노동은 근로시간 30%를 가산해서 계산합니다.

이에 따라, 총 3가지 안을 주간 야간 노동시간 상한으로 제안했습니다.


1안은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8시간을 넘지 않는 선에서, 주당 야간 노동을 40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입니다. 이는 국내 노동시간 상한인 주 52시간에 야간 노동 30% 가중치를 더한 값입니다.

2안은 하루 평균 노동시간 8시간에, 주당 야간 노동을 46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입니다. 주 46시간에 야간 노동 30% 가중치를 더하면 59.8시간이 되는데, 현재 근무시간이 주 60시간을 넘으면 다른 조건 없이 '과로사'로 인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계산 방식입니다.

3안은 하루 평균 노동시간 8시간에, 2주 단위로 주당 평균 44시간의 제한을 두는 방안입니다. 하루 8시간씩 주 5.5일제 적용을 근거로 총 44시간을 상한으로 정했습니다.

이 3가지 안은 모두 한 달 총 야간 노동이 12회를 넘지 않도록 하고, 연속해서 수행할 수 있는 야간 노동 근무일이 4일을 초과할 수 없게 하는 전제에서 적용돼야 한단 게 연구팀 주장입니다.

요약하면, 연구팀은 하루 8시간 상한을 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주당 40~46시간을 상한으로 정하고, 노사 협의를 통해 적정선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인원 충원 등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면 , 2안(46시간 제한)부터 시행한 뒤, 1안(40시간 제한)을 중기적 목표로 둘 수 있다고도 제안했습니다.


■ "마감 압박 완화하고 물량 규제해야"…'안전수수료' 도입 제안도

연구팀은 이 밖에도 노동자 건강을 지키려면 여러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표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마감 압박' 완화
- '고객과의 마감 약속' → '예상 배송 시간'으로 전환
- 마감 지키지 못하는 사유 타당 시 불이익 주지 않도록 명문화
- 적정 물량 배치 (예상 배송 시간을 지킬 수 있는 물량으로 주문 제한)

▲야간 배송 '물량 규제'
- 주문 시 야간 배송을 선택으로, 주간을 기본 선택으로 전환
- 주간 배송 인센티브 부여, 야간 배송료 인상

▲ '휴일·공휴일' 배송 규제
- 물류산업 종사자 의무휴업 제도 도입 (오프라인 영세 매장 활성화 기여)

▲ '안전수수료 제도' 도입
- 화물차 '안전운임제'처럼 적정 수수료 책정, 적정 수익 보장해 안전 도모

이 같은 규제를 도입하려면, '소비자'들의 이해와 양보도 필수입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적정 수익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선에서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과제인 셈입니다.

연구팀은 물류산업의 연관성을 고려할 때, 개별 사업장 단위의 규제 방안만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사회 전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야간 노동 규제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산업별 협약을 만들도록 해야 한단 겁니다. 이후 각 회사는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고용노동부는 규제를 만들고, 회사는 이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조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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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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