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객기참사 원인은 다층적, 사조위는 왜 ‘조종사 책임’만 부각하나”
“무안공항 들어선 후 군 공항이 조성됐다면…조류 관리 철저하게 다뤄졌을 것”
(시사저널=전남 무안=이태준 기자)

"처음 4개월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다음 4개월은 일상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실패했고, 남은 4개월은 딸과 아내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몰라 죄책감을 덜기 위해 살았습니다."
시사저널은 지난 12월24일 전남 무안국공항을 찾아 김성철 여객기참사 유가족협의회 추모사업부 상임이사를 만났다. 이번 참사로 딸과 아내를 동시에 잃은 그는 사고 이후 1년을 이렇게 돌아봤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가 발생한 지 1주기를 맞은 29일.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진상 규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김 상임이사는 특히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가 조종사 과실을 사고의 핵심 원인처럼 부각하고 있는 점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사고는 단일 원인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이 얽힌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 상임이사가 지적한 사고 원인은 크게 다섯 가지다. ▲조류 관리를 담당하는 인력 4명 중 사고 당시 1명만 근무하고 있었던 점 ▲엔진 결함 가능성 ▲관제사의 안일한 대응 ▲조종사가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과실이나 미숙이 있었을 수 있다는 점 ▲동체는 정상적으로 착륙했으나 활주로 인근 둔덕이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다는 점 등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공항 입지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상임이사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무안공항이 먼저 들어서고 이후 군 공항이 조성됐다면, 조류 관리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철저하게 다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조위에서 사고의 책임을 조종사에게 몰아가고 있다고 보는가.
"사고 원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조류 떼를 관리하는 인력이 총 4명인데, 참사 당일에는 1명만 근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엔진 결함 가능성이다. 세 번째는 관제사의 안일한 대응이다. 운전할 때 '사고 다발 지역이니 주의하라'는 경고가 있듯, 참사 당시 관제 역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본다. 네 번째로는 조종사의 판단이다. 당시 상황에서 조종사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과실이 있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는 동체는 정상적으로 착륙했지만, 활주로 인근 둔덕이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던 점이 피해를 키웠을 수 있다. 이처럼 복합적인 요인 가운데 단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번과 같은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사조위의 행동과 발표를 종합해보면 '조종사의 미숙한 조작'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나머지 네 가지 요인은 뒤로 미뤄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메이데이를 외친 시점인 충돌 4분 전부터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석녹음장치(CVR)가 저장되지 않았다.
"들은 바에 따르면 왼쪽 엔진이 손상이 덜 됐는데 조종사가 왼쪽 엔진을 껐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음성 장치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여객기 참사와 같은 비행기를 몰았던 조종사가 사조위가 주최하는 설명회에 참석해 '24초 안에 한쪽 엔진을 끄고, 엔진 전력 장치(IDG)까지 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고 여객기가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13차례 운항했다고 한다. 성수기를 맞아 무리하게 운항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업계에 있는 분에게 들은 얘기인데, '한국의 비행기는 다 그렇다'고 한다. 비행기를 쉬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계속 운항해야 이윤이 나기 때문이다. 정비가 제대로 이뤄졌을지 의문이다."
참사 당일 조류 전담팀에 1명만 근무하고 있었다고 한다.
"설령 현장에 네 명이 있었다고 해도, 사람의 육안에만 의존해 판단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해외에서는 레이더로 조류를 식별하는 등 훨씬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총을 쏘거나 매·독수리를 활용해 새를 쫓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참사는 인재(人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희가 내건 슬로건에도 '막을 수 있었다'는 표현을 담았다."
유가족들 생계는 끊긴 상탠가.
"힘든 분들이 많다. 버틸 수 있는 분들은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다. 급하게 진상 규명에 매달리다 보니 그분들까지 충분히 살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1주기 추모식을 잘 마무리한 뒤, 유가족협의회 대표단 차원에서 의료적 지원이라도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일상 복귀를 해야 하지 않겠나.
"저는 일상 복귀에 실패한 사례에 해당한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성공하신 분들에게는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일부 유가족분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집회와 시위하러 다니는데, 저 사람들은 나오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그 마음도 이해한다. 유가족의 일이니 서운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제가 겪어보니, 일상으로 돌아가도 여전히 힘들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제가 유가족이라는 사실을 알아볼까 봐 계속 눈치를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사람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행정 서류에 이미 기록이 남아 있는 것들은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빨리 정리해줘야 유가족들이 마음의 짐을 덜고, 공항을 떠날 수 있지 않겠는가."
사고 당시 생존자 2명과는 소통을 하고 있나.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분들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들었다. 저희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몇몇 분들은 '한번 만나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만약 우리가 그분들 입장이라면, 유가족을 만났을 때 할 수 있는 건 함께 우는 것 말고는 없지 않겠는가."
1주기 앞두고 가장 두려웠던 것은.
"유가족들 사이의 분열이 가장 두려웠다. 1주기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시간이 흘러버릴까 걱정이 컸다. 솔직히 답답하기도 했다. 서울에 삭발하러 갔을 때, '나라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일이 이렇게까지 어렵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주기가 지나면 결국 각자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결과도 없이, 이 사건이 그대로 잊혀 가는 상황이 가장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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