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적 첨단 유리 제조 기업 코닝 국내 공장 첫 공개 | "루브르박물관 유리보다 투명"… 0.5㎜ 초박형 유리로 공략

2025년 12월 17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코닝의 한국 법인 코닝정밀소재 사업장. 생산 시설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노란색 로봇이 용해로를 거친 후 수직으로 하강 중인 유리 시트를 잡아 컨베이어벨트로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직사각형 유리를 제조 중이었다. 고순도 물질을 혼합해 만든 유리 물을 공중에서 낙하시켜 성형하는 방식인 ‘퓨전 공법’은 공기 외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도록 고안한 코닝만의 독자적 기술이다. 유리 표면의 품질과 평탄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다.
이후 본격적인 가공이 시작됐다. 자동화 시스템에 따라 유리를 주문받은 크기에 맞춰 절단하고, 모서리를 매끈하게 다듬어 강도를 높였다. 이후 세정 및 건조 과정과 초정밀 품질 검사를 거쳤다. 반 홀 코닝 한국 총괄 사장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 제조와 엔지니어링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1964년 개발된 퓨전 공정을 통해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마트폰 커버 유리, 반도체 기판 유리, 자동차 전면 유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 유일한 첨단 유리 제조 공장을 운영중인 코닝은 이날 국내 생산 시설을 외부에 처음 공개하며, 건축용 유리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임정한 코닝정밀소재 총괄 부사장은 건축용 유리 ‘엔라이튼 글라스(Enlighten Glass)’를 소개하며 “신용카드 두께(0.76㎜)보다 얇은 0.5㎜ 유리가 삼복층 창호 유리에 들어가게 됨으로써 무게는 30% 줄고, 단열 성능은 10%, 투명도는 4% 향상된다”고 했다.

삼복층 유리란 석 장의 유리를 붙이고 유리 사이 빈 공간에 아르곤 가스를 주입한 고단열 유리다. 두 장의 유리를 붙인 복층 유리 대비 에너지 절감 효과가 커 시스템 창호에 주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론 5㎜ 두께의 유리 석 장이 들어가는데, 코닝은 이 중 가운데 유리를 0.5㎜ 엔라이튼 글라스로 교체했다. 대부분 건축용 유리가 3~6㎜인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얇은 셈이다. 아산 사업장 1층 쇼룸에 전시된 삼복층 유리 단면을 보니 두께 차이는 더욱 확연했다. 엔라이튼 글라스는 두께는 얇지만, 단단함이 느껴졌다. 엔라이튼 글라스는 소다라임 유리보다 열충격에 강하고 강도가 높다.
유리는 얇을수록 가벼워진다. 엔라이튼 글라스 적용 시 최대 장점은 경량화다. 769× 1934㎜ 기준, 일반 슬라이딩 창호에 들어가는 유리는 55.7㎏, 엔라이튼 글라스를 적용하면 39㎏으로 줄어든다. 임 부사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무거운 창은 여닫기 어렵고 고장이 잘 날 수 있으며, 시공사 측면에선 무게 증가로 비용 상승,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단열 성능도 향상된다. 두꺼운 유리 석 장으로 구성된 일반 삼복층 유리가 단열 성능이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가운데유리가 얇을수록 아르곤 가스 공기층이 두꺼워져 단열 성능이 더 좋아진다. 주거용 건물 열 손실 45% 이상이 창호에서 비롯되는 만큼, 창호 유리를 통한 단열 성능 향상은 큰 경쟁력이다. 코닝 측은 “탄소 배출량도 소다라임 유리보다 58% 줄였다”며 “에너지 비용 절감 필요성,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 목표 등은 에너지 효율적인 창호로 전환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선 2050 탄소 중립 전략 추진과 함께 제로에너지빌딩(ZEB) 인증이 의무화되고 창호 단열 성능 기준이 강화되고 있다.

투명도도 개선된다. 임 부사장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사용하는 저철분 유리(철분 함량을 낮춘 초고투명도 유리)보다 엔라이튼 글라스의 가시적 투명성이 더 뛰어나다”고 했다. 엔라이튼 글라스가 들어간 삼복층 유리의 광학 투명도는 일반 삼복층 유리 대비 4% 높다. 강도는 일반 삼복층 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코닝은 올해 공인 인증 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내구성 테스트에서 1등급을 받았다. 또 열파 테스트를 통해 엔라이튼 글라스가 적용된 중간 유리에 별도의 강화 처리를 하지 않아도 극한 조건에서 변형이나 파괴가 없다는 점을 증명했다.
코닝의 엔라이튼 글라스는 다양한 주거, 상업, 공공시설에 적용되고 있다. 가수 지드래곤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최고급 레지던스 ‘워너청담’이 대표적이다. 또 울릉도 최초의 글로벌 브랜드 호텔인 ‘라마다 울릉 호텔’에도 적용됐다. 충청남도가 추진한 모듈러 주택인 ‘농촌 리브투게더’ 공공 임대주택에도 설치됐다. 코닝은 이 밖에 11곳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임 부사장은 “삼성물산 건설 부문, KCC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협업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건축용 유리 시장의 전망은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콘세직 비즈니스 인텔리전스(Consegic Business Intelligence)는 주택 재건축 및 리모델링 증가, 조립식 및 모듈식 건축 도입 등의 영향으로 건축용 유리 시장 규모가 2024년 77억3600만달러(약 11조4260억원)에서 2032년 1272억8000만달러(약 187조9925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32년까지 예상되는 연평균 성장률은 6.5%로 관측했다. 반 홀 총괄 사장은 “건축용 유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 시장 가운데 하나”라며 “건축용 유리 시장 확장이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Plus Point
창립 175년 첨단 유리 제조 업체 韓 진출 52년… 글로벌 공동 R&D1851년 설립돼 미국 뉴욕주 코닝시에 본사를 둔 코닝은 유리, 세라믹 및 소재 과학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혁신 기업으로, 2024년 매출은 144억달러(약 21조원)였다.
1870년대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전구의 유리구를 개발했으며, 브라운관 TV 유리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스마트폰 패널용 유리 시장의 강자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에 널리 쓰이는 얇고 충격에 강한 ‘고릴라 글라스’도 코닝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에도 고릴라 글라스가 사용된다.
최근엔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광섬유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코닝은 1970년에 세계 최초로 유리 기반 저손실 광섬유(光纖維·optical fiber)를 개발해 광통신 기술을 선도해 왔다.
가느다란 유리섬유로 제작된 광섬유는 구리 선보다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코닝은 현재 전 세계 생성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광섬유 및 케이블 분야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코닝정밀소재는 코닝의 한국 법인이다. 코닝정밀소재는 연구개발(R&D)부터 제조·판매까지 수행하는 코닝의 글로벌 전략적 허브다.
코닝테크놀로지센터코리아는 코닝의 글로벌 R&D 네트워크와 협업하며 새로운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 계열사로 코닝나노프로텍, 삼성코닝어드밴스글라스(삼성디스플레이와 합작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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