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읽기] 성장은 계속되는데, 채용은 멈췄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기업들의 내년 고용의 핵심 키워드는 '채용 동결'이다. 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확인했지만, 고용은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관계자들도 지속적으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기업들 역시 내년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하고 있다. 이미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내년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더불어 인공지능(AI)의 고용 대체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AI 자동화가 경기 침체에 대응해 기존 노동력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경우 노동시장도 장기간 침체를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기업들이 조직을 최대한 슬림하게 유지하면서 AI와 자동화 기술에 더 많은 업무를 맡기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이 이달 맨해튼에서 개최한 CEO 모임에서 응답자의 66%는 내년에 인력을 줄이거나 현재 인원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신규 채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은 3분의 1에 그쳤다. 인력 파견업체 켈리서비스의 크리스 레이든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은 당분간 '지켜보자(wait and see)'는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보다 자본과 기술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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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성장에도 고용이 불안한 이유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AI 때문이다. 미국의 올해 3·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기준 4.3%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3분기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시장 예상치(3.2%)도 웃돌았다. 개인소비는 3·4분기 3.5% 증가하며 성장률을 2.39%p 끌어올렸다.
다만 골칫거리는 실업률이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 9월 4.4%에서 11월 4.6%로 상승했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4년 2개월 만의 최고치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견고한 GDP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약한 일자리 증가가 나타나는 현상은 향후에도 정상적인 모습일 수 있다"며 "AI 기반 생산성 향상이 고용을 늘리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준 관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AI가 경제 성장과 생산성 증가를 촉진하는 동시에 일부 영역에서는 고용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일자리 증가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황은 건강한 노동시장이 아니다"라며 "CEO들을 만나보면 모두가 'AI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고 있다. 대체 가능한 영역을 판단하기 전까지는 채용하지 않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리사 쿡 이사도 "AI를 전기나 인쇄기 같은 '범용 기술'로 본다"며 "이런 기술은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일부 직업을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AI는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새로운 결과물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영역까지 대체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준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컴퓨터·수학 등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군에서 실업률 상승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다. 메타와 구글은 2023년에 각각 2만1000명, 1만2000명을 줄였으며,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부터 각각 1만 명이 넘는 인력 감축을 예고했다.
웰스파고의 찰리 샤프 CEO는 "AI가 인력 구조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며 "완전한 대체는 아니더라도 업무 방식과 조직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웰스파고 직원 수는 2019년 약 27만5000명에서 현재 약 21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IBM의 경우 직원 이직률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내 자발적 퇴사율은 2% 미만으로, 과거 평균(약 7%) 대비 크게 낮아졌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CEO는 "이직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신규 채용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저채용·저해고' 국면이 영구적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고용 부진이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AI가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해 고용 총량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히 우세하다. 미국이 AI 혁신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AI가 가져올 고용 창출 효과 역시 미국에서 가장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구직 사이트 인디드의 로라 울리치 경제연구 책임자는 "경제가 성장하는데 채용도 해고도 거의 없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며 "어느 시점에서는 노동시장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AI 확산이 구조적 실업을 장기간 확대하는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 같은 하방 리스크의 현실화 여부는 AI 기술 발전 경로에 달려 있으며, AI 자동화가 경기 침체 국면에서 기존 노동력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경우 노동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읽기는 뉴욕 현장에서 미국의 정치·경제·산업 흐름을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분석 코너입니다. 숫자와 발언 뒤에 숨은 미국의 선택과 방향을 짚어, 한국 독자가 이해해야 할 핵심만 전달합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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