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이제는 사회적 책임을 말할 때”

안효정 2025. 12. 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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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건 한국PEF협의회 회장
“PEF, 재도약 위한 성장통 중
책임·건전성 확보 위해 불가피
당국 감독강화에 신뢰회복 필요”
박병건 한국사모펀드(PEF)협의회 회장이 23일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PEF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사람이 성장통을 겪으며 어른이 되듯 기업도 생애주기 곳곳에서 위기를 만난다. 기업의 탄생과 성장·쇠퇴 과정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성장의 연료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날카롭게 갈아왔다.

최근 PEF의 책임과 한계를 다시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환점에서 업계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헤럴드경제는 23일 국내 PEF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는 박병건 한국사모펀드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을 만나, 한국 사모펀드가 직면한 과제와 향후 방향에 대해 물었다.

박 회장은 현재 한국 PEF 산업이 재도약을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어떤 산업이든 발전의 이면에는 항상 진통이 따르는 법”이라며 “올해 업계에 여러 아쉬운 일들이 있었지만 이런 경험 역시 산업이 성숙해지는 과정의 일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미국에서 발생한 PEF 운용사 경영 실패 사례를 언급했다. 70년 역사를 자랑하던 미국의 대형 장난감 업체 ‘토이저러스’가 파산하게 된 배경을 짚으며, 단기 수익에 치중한 경영이 기업과 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결과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토이저러스는 차입인수(LBO) 방식으로 2005년 콜버크크래비스로버츠(KKR)·베인캐피탈 컨소시엄 품에 안겼으나, 시장 대응력 부족으로 인해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이듬해 미국 전 매장을 폐쇄했다. 컨소시엄이 당시 50억달러에 달하는 차입금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결과, 약 7만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박 회장은 “토이저러스 사태로 미국에서도 PEF의 책임경영에 대한 논의가 불거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있었던 업계 내 아픔이나 실패 경험 등을 토대로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앞으로 비슷한 일이 없도록 (회원사에)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며 “출자자(LP)의 이익 극대화에서 나아가 산업 생태계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자세도 갖출 수 있도록 신경쓰겠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PEF업계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단체로, 2014년 비법인 사단 형태의 골격을 갖춘 뒤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 100여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PEF 약정액은 153조6000억원에 달하는데, 협의회 회원사가 이 중에서 80~9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운용사가 모여있기 때문에 협의회 차원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에 적극 대응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박 회장은 협의회 내에 사회책임투자(SRI)위원회를 신설해 PEF 운용사들의 사회적 책임 경영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라며 “강제성을 띠는 규제가 아니라 일종의 ‘행동강령’을 마련해 협의회 차원에서 각 운용사에 공유하고자 한다”고 했다.

사모펀드를 둘러싼 여론이 최근 악화하고 있지만, 박 회장은 새롭게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주목하는 게 국민성장펀드다. 그는 “전화위복의 기회는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로봇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하는 펀드로 내년부터 매년 30조원씩 5년간 공급된다.

박 회장은 “국민성장펀드는 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과제 중 하나인 만큼 PEF 업계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회원사들이 관련 정보를 공유받고 실제 펀드에 참여까지 할 수 있도록 협의회가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PEF 운용사들이 국민성장펀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정책자금과의 접점을 넓힌다면 업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나갈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협의회는 국민성장펀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국민성장펀드 핵심 산업 전반에서 PEF가 가진 경쟁력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의 ‘딥엑스’ 투자(AI 분야), 대신프라이빗에쿼티의 ‘테크윙’ 투자(반도체 분야), VIG파트너스의 비올 인수(헬스케어 분야) 등의 사례가 증명하듯, 사모펀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한 바 있다”며 “PEF도 모험자본의 주요 공급원으로서 국민성장펀드의 성공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안효정·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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