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바람 타고 ‘비욘드 중공업’…그룹 반도체 사업 핵심축 부상

고은결 2025. 12. 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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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반도체·소재 사업 핵심으로
SK실트론 인수로 ‘반도체 삼각편대’
올해 영업이익 5000억원 달성 전망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사 확대 중
위성통신·전기차·5G 차세대 성장축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전자 전시회 ‘TPCA 2025’에 참가한 ㈜두산 전자BG 부스 [두산 전자BG 제공]

지난달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의 주가가 장중 100만원을 터치하며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기계와 원전 등 주력 사업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자소재 사업이 크게 주목받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그간 중공업 중심으로 인식돼 온 두산이 전자소재 영역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며 체질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두산 전자BG(비즈니스그룹)의 빠른 성장세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전자BG 사업은 최근 AI, 고성능 컴퓨팅(HPC), 데이터센터 등 차세대 기술 트렌드와 맞물리며 급부상하고 있다. 전자BG의 핵심 제품은 동박적층판(CCL, Copper Clad Laminate)으로, 인쇄회로기판(PCB)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다. 스마트폰·통신장비는 물론 서버·AI 반도체 패키지 등 고성능 전자기기의 기반소재로 활용되며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BG가 그룹 내 반도체 사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두산은 그룹의 핵심 사업을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 3대 부문으로 선정했고, 반도체 웨이퍼 기업 SK실트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가 완료될 경우 ‘전자BG·두산테스나·SK실트론’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삼각편대’가 구축돼, 반도체 산업을 그룹의 핵심 사업 영역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실적 폭발…AI 반도체가 견인

전자BG의 실적 성장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두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자BG 사업부의 매출은 2023년 8141억원에서 2024년에는 1조72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들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1조319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346억원에서 2024년 1226억원으로 확대됐으며,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3562억원에 달했다. 모회사인 ㈜두산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2.19%에서 올 들어 39%까지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전자BG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은 AI 반도체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AI 칩 제조사와 대형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들이 자체 AI 가속기 개발을 확대하면서 고성능 CCL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BG 관계자는 “AI·HPC·5G·전기차 등 기술 확산으로 고성능 CCL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수요 변화와 기술 트렌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즉각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도 휴대전화·스마트폰·반도체·AI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함께 CCL 수요가 꾸준히 확대된 바 있다”며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전자산업의 구조적 성장에 맞춰 CCL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 PFC(Patterned Flat Cable). [두산 전자BG 제공]

글로벌 빅테크에 잇달아 납품

전자BG는 이미 글로벌 수요처 확보에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 빅테크 N사향 제품 납품을 시작했으며 A사와 관련해선 CCL 품질 인증을 통과하며 납품 채널을 늘렸고 G사와의 인증 절차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글로벌 1위 업체인 대만 EMC를 제치고, N사의 차세대 AI 칩 품질 검증을 통과하며 독점 공급 체제를 구축했다. CCL 시장은 사실상 EMC와 두산이 양분 중이지만, EMC는 GB300조차 품질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에 전자BG의 내년 N사향 매출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객사 확장도 기대된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존 GPU 고객사가 아닌 신규 GPU 고객사향 공급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북미 CSP A사향 스위칭용 CCL 공급도 새롭게 개시됐고, G사향 ASIC용 CCL도 국내 기판 업체와 공동 퀄(품질 테스트)을 완료해 내년 상반기 본격 양산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두산이 만든 하이엔드 동박적층판(CCL) [두산 전자BG 제공]

생산능력 확대·가동률 ‘풀가동’

수요 증가에 따라 공장 가동률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증평·김천 공장은 올해 들어 평균 가동률이 각각 130.4%, 125.2%로 100%를 넘으며 ‘풀가동’ 상태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결과로, 고부가 CCL 제품군 중심으로 생산이 확대되고 있다. 전자BG는 이런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 중이다. 올 3분기 기준 CCL 설비 확충에는 603억원을 투자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2025~2027년 총 3년간 CCL 부문 전체 예상 투자액은 1575억9600만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장기 수요 증가에 대비해 국내·외 사업장의 가용 부지를 중심으로 단계적 설비 증설을 검토·추진 중”이라며 “순차적인 양산 적용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한 현재 시점에서도 수요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추가 생산 거점 확보 등 다양한 옵션을 열어두고 최적의 증설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50여년 업력 경험으로 전 영역 사업 전개

특히 전자소재기업은 CCL 사업의 경우 서버 등 특정 영역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데, 전자BG는 전 영역을 아우르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는 장기간 축적된 제품 개발 경험과 기술적 역량을 기반으로 여러 응용 분야의 요구를 대응해 온 결과로, 특정 산업에 한정되지 않은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AI가속기용 CCL 뿐만 아니라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반도체용 PKG CCL 분야에서도 강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CCL에 다양한 종류의 레진과 화학물질이 사용되는데, 이들 간의 배합비에 따라 구현되는 물질적 특성이 달라지며, CCL 및 인쇄회로기판(PCB) 성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회사 관계자는 “50년에 이르는 업력에서 축적된 경험을 통해 최적의 배합비를 만들어 냈으며, 이 외에도 고객사의 요구에 적시 대응하는 신제품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설비당 생산성 측면에서도 경쟁사 대비 뚜렷한 효율 우위를 확보했으며, 이는 축적된 제조 경험과 공정 최적화 능력을 통해 형성된 근원적 경쟁력이란 설명이다.

CCL 넘어 신사업 확장 속도

한편 전자BG는 위성통신·전기차·5G 관련 차세대 유망 산업 영역으로 사업 영역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무선 기술 기업인 스웨덴 시버스 세미컨덕터스와 차세대 위성통신 기술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신사업 협업도 진전시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산업 트렌드와 첨단 기술의 발전에 발맞추어,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며 “위성통신, 전기차 등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두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2027년 동안 CCL 외에도 전장 및 플렉시블 소재 생산시설에는 63억2200만원, 5G·신사업 관련 설비에는 1억9100만원 규모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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