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맞아?] 날것 좋아하는데 구충제는 안 챙겨먹는 나, 무식한 건가요?

직장인 수연 씨(36세, 가명)는 연말을 맞아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과 저녁 모임을 가졌다. 오늘의 메뉴는 방어회. 활어를 좋아하는 수연 씨에게 맞춤인 메뉴였다. 그런데 젓가락을 채 집기도 전, 자리에 모인 나머지 다섯 친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구충제를 꺼내더니 입에 털어 넣는다.
"수연이 넌 구충제 안 챙겨 먹어? 날것 자주 먹으면 구충제는 기본인데, 활어회에 환장하는 네가 구충제를 안 챙겨왔다니⋯ 너 그러다가 기생충 감염돼~!"
이 말을 들은 수연 씨는 괜시리 아랫배를 만지작거린다. 이상하다. 조금 전까지 괜찮던 뱃속에 뭔가 기어다니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구충제라니⋯ 구시대의 유물인 줄 알았는데, 진짜 챙겨먹어야 하는 걸까? 코메디닷컴에서 수연 씨의 궁금증을 파헤친다.

Q1. 구충제가 대체 뭐야?
넓은 의미에서 몸 속의 기생충을 제거하고 기생충 감염을 치료하는 약을 모두 통틀어 '구충제'라고 분류한다.
다만 좁은 의미의 구충제는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중 '알벤다졸', '메벤다졸', '플루벤다졸' 정도를 가리킨다. 이들 약제의 공통점은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 편충 등의 기생충을 죽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별도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구충제를 '반드시 먹어야 하는 약'으로 알고 있는 건 1990년대 초반까지 국가 차원에서 구충제 복용을 장려했기 때문이다.
사실 1970년대 초반까지도 국민의 약 60% 이상이 회충에 감염됐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한국은 회충 감염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후 정부 주도의 기생충 박멸 사업과 함께 식품 관리·유통 면에서도 가파른 위생 개선이 이뤄지며 구충제는 '필수요소'가 아니게 됐다.
Q2. 그런데 날것, 특히 회를 즐기는 사람은 요새도 챙겨먹는 사람들이 있던데. 꼭 먹어야 돼?
아니, 회 먹기 전 구충제를 챙겨먹는다고 뱃속 회충을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회를 먹고 감염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생충은 '아나사키스(고래회충)'나 간흡충으로, 둘 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파는 구충제를 먹어선 치료가 어렵고 병원에서 전문의약품을 처방 받아 복용해야 한다.
쌈채소 소비가 늘어나는 봄철에 흙 속 기생충을 걱정해 구충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회충이나 편충의 알이 흙에 서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쌈채소를 먹고 구충제를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식사 전 쌈채소를 더 정성들여 꼼꼼히 세척하는 것이 감염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Q3. 그럼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기생충 감염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할까?
그렇지는 않다. 올해 12월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장내기생충 양성률은 4.4%로 사람들의 인식보다는 높은 편. 다만 이 중 4% 이상이 간흡충과 장흡충 감염으로, 알벤다졸 등 약국에서 판매하는 구충제로는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평소 식습관 때문에 기생충 감염이 걱정되거나 복통·항문 가려움·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이때는 의사의 진단 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구충제나 감염병 치료제를 복용하게 되는데, 사실 여기서부터는 일반 대중들이 '구충제'라고 부르는 개념과는 명확히 다르다.
정리하면, 기생충 감염은 현재도 제법 흔하다. 그러나 이 감염의 예방이나 치료는 구충제 복용과는 무관하다.
Q4.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충제를 먹어야 되는 상황이 있다면?
회·육회·덜 익힌 민물고기를 즐기거나, 기생충에 대한 조사가 확실하지 않은 지역을 방문했거나, 유통망이 확인되지 않은 채소나 고기를 소비했다면 당연히 감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엄중식 교수의 판단은 단호하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구충제를 복용하는 건 심리적 안심에 가깝다. 그 어떤 감염내과 전문의도 예방을 위해 구충제를 드시라고 권하지는 않을 것."
Q5. 구충제를 먹어야 안심이 되서 자주 챙겨 먹으면 문제가 될까?
구충제에 너무 의존하면 불필요한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 소화 불량이나 두통, 피로감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장기 복용하면 간 기능에 심각한 부담을 주기도 하는데, 이는 약물이 몸 속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 강한 독성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아주 드물게는 골수 기능을 억제하거나 신경 손상을 초래한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임산부, 항암치료 중인 환자 등은 절대 구충제를 복용해서는 안된다.
정 걱정된다면 큰 건강 문제가 없는 성인이 1년에 한 번 정도 섭취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진단 후 복용'을 권하는 편. 또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지역 등을 방문하고 귀국했다면 복용이 필요한 상황일 수도 있으니 의사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Q6. 외국에서도 구충제는 이제 안 먹나?
가까운 일본은 국내와 유사하게 의사들이 구충제 복용을 권하지 않는다. 식재료 추적이 철저하고 생산, 유통, 가공의 현대화가 일어난 국가에서 구충제 복용을 장려하는 나라가 없을 정도. 미국, 프랑스, 독일 등도 알벤다졸은 의사 상담 후 찾아먹는 것이 일반적.
이례적으로 중국은 땅이 너무 넓고 식재료가 방대하며, 도시별 개발 정도가 달라 지역에 따라서는 구충제를 정기복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론: 뚜렷한 감염 증상이 없고, 날것 섭취가 잦지 않으며, 국내에서 생활하는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구충제를 반드시 먹어야 할 의학적 이유는 없다. 반대로 날것 섭취가 잦거나 특정 증상이 지속된다면 차라리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가시라.
기사 의학 자문: 엄중식 교수(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장자원 기자 (j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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