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 꼴찌’ 성적표 받은 날…수사 대상자 승진시킨 남원시

김창효 기자 2025. 12. 29. 10: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익위 평가 3년 연속 ‘5등급’ 발표 당일
인사 비리 입건 공무원 서기관 영전 논란
익산시 3단계 추락엔 “행정 실패” 비판
전주·군산시의회, 전북대학교도 ‘최하위’
전북 남원시청 전경. 남원시 제공

국민권익위원회의 ‘2025년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전북 지역 주요 기관들이 잇따라 최하위인 5등급을 받으면서 공직 사회 전반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남원시는 평가 결과가 발표된 당일, 인사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공무원을 고위직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29일 남원시에 따르면 시는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가 공개된 지난 23일, 5급 과장 A씨를 4급 서기관으로 승진 내정했다. 남원시는 이번 평가에서도 최하위 등급을 받아 3년 연속 5등급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A씨는 음주 측정을 거부해 적발된 직원의 승진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남원시지부는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공직자를 고위직으로 영전시킨 것은 행정이 자정 능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이라며 즉각적인 승진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이번 인사를 두고 “청렴도 5등급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례”라고 규정했다.

전년도 2등급에서 올해 5등급으로 세 단계나 하락한 익산시도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7월 ‘간판 정비 사업 계약 비리’와 관련해 회계 담당 간부 공무원의 차량에서 현금 9000만원이 발견되고, 담당 과장이 구속된 사건이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공무원은 최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익산 지역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익산시민사회단체연대’는 성명을 내고 “이번 결과는 단순한 점수 하락이 아니라 수의계약 전반의 감시 체계가 붕괴한 구조적 행정 실패의 결과”라며 정헌율 익산시장의 공식 사과와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방의회의 성적표는 지방자치단체보다 더 저조했다. 5등급을 받은 전주시의회는 소속 의원이 가족 명의 회사를 통해 시청 수의계약을 따낸 사실이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을 빚었고, 군산시의회는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기록하며 외유성 국외 연수와 예산 오남용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권익위 조사에서는 전북 하위권 의회들의 ‘부당한 업무 지시(갑질)’ 경험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북대학교는 전년보다 한 단계 하락한 5등급을 기록해 전국 국·공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연구비 집행과 인사·채용 과정의 불투명성이 지역 거점 국립대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이러한 총체적 신뢰 붕괴의 배경으로 ‘견제 없는 권력 구조’를 지목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 일당 독식 구도 속에서 경쟁과 감시가 사라지며 인사 전횡과 수의계약 특혜가 일상화됐다”며 “고인 물처럼 굳어진 권력 구조가 부패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