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 영업중단 본격화…‘분리매각’ 돌파구 찾을까 [르포]

박연수 2025. 12. 2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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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저희 가양점을 이용해 주신 고객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27일 오후 9시반,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에는 영업 중단을 앞두고 안내 방송이 나왔다.

홈플러스는 지난 28일 가양, 장림, 일산, 원천, 울산북구점 등 5개 지점을 영업 중단했다.

홈플러스는 가양점 등 매출이 부진한 일부 매장 영업을 중단하며 새 주인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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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점 등 5개 매장 28일 영업중단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으로 새 국면
“캐시카우 잃어 더 불리해질 수도”
지난 27일 영업 중단을 앞둔 홈플러스 가양점 신선식품 매대가 텅 비어있다. 박연수 기자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그동안 저희 가양점을 이용해 주신 고객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27일 오후 9시반,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에는 영업 중단을 앞두고 안내 방송이 나왔다. 28일을 기준으로 영업이 중단되는 가양점은 하루 앞선 27일, 의무 휴업일을 피해 마지막 영업을 마쳤다.

가양점은 지난 2000년 개점 이후 25년간 지역 상권을 지켜왔지만, 이날을 끝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영업 중단을 앞둔 가양점 내부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신선식품은 자취를 감췄고, 고기·생선·채소 코너에는 과자와 PB(자체브랜드)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라면, 과자 등 코너에도 일부 브랜드 상품이 듬성듬성 놓여 넒은 진열대를 간신히 채웠다.

입점업체들도 1~2개 매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폐점했다. 고별 할인 행사가 열렸던 1층 행사장도 물건이 모두 빠지며 정리된 상태였다. 방문객들은 연신 “웬일이야”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20년 이상 가양점을 이용해 왔다는 주부 A씨는 “너무 아쉽다”며 “앞으로 집에서 더 떨어진 매장을 이용해야 해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정현주(67) 씨는 “텅 빈 매장을 보니 IMF 시절이 생각났다”며 “특히 신선식품은 직접 보고 사는 편인데, 매장이 없어지는 게 아쉽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8일 가양, 장림, 일산, 원천, 울산북구점 등 5개 지점을 영업 중단했다. 이로써 홈플러스 홈페이지 기준 117개 지점만이 운영 중이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2015년만 해도 142개점이나 됐으나 감소세는 지속되고 있다. 알짜 점포를 팔고 다시 임차해 쓰는 MBK의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과 온라인 소비 선호의 영향이 컸다.

홈플러스는 가양점 등 매출이 부진한 일부 매장 영업을 중단하며 새 주인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수자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분리매각’도 택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과 회생 인가 후 인수·합병(M&A)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달 진행한 본입찰에서도 참여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며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높은 익스프레스를 우선 매각한다는 전략이다. 전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은 290여개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체 기업을 살리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자, 가치가 높은 자산을 먼저 팔아 현금 유동성을 만들자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스프레스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홈플러스의 사정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만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윤 교수는 “캐시카우를 팔면 남은 대형마트 사업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어 담보, 변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홈플러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증권·화재·캐피탈)의 판단이 이번 회생계획안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이유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별도 매각 시 기업가치 하락으로 채권 회수율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안수용 홈플러스 노조위원장은 “다시 진행되는 분리매각 등 구조조정은 MBK의 자구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분리매각하면 연명은 할 수 있지만, 결국은 아사하는 수준으로 보고 있어서 정부 주도의 회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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