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美·中 휴머노이드 양산… ‘피지컬 AI’ 시대 열린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2025. 12. 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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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경쟁력 밀리자 미국 행정명령 검토… 현대차, ‘피지컬 AI 플랫폼’으로 확장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GETTYIMAGES
"최근 몇 년 동안 인공지능(AI)에 집중된 투자 흐름이 챗GPT, 제미나이 같은 사무용 디지털 서비스를 거쳐 피지컬(physical) AI로 움직이고 있다. 이미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좁은 의미에서 로봇주(株)가 많이 올랐다. 따라서 앞으로 로봇 생산과 유사한 점이 많은 자동차 메이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지컬 AI 육성을 위해 공급망이 필요한 미국에 한국, 그중에서도 특히 현대차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리한 파트너로 보인다."(염승환 LS증권 이사)

"최근 현대차그룹이 밝힌 125조 원 국내 투자 계획은 엔비디아와의 피지컬 AI 협력 발표 직후 나온 것으로, 앞으로 구축할 AI·로봇·자율제조 생태계의 실질적 인프라 투자 로드맵에 가깝다. 이는 현대차가 단순히 완성차 기업(OEM)이 아니라, AI·로봇·수소·제조를 아우르는 국가 단위 피지컬 AI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적 방향성을 보여준다."(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 '젠슨황이 현대차를 선택한 이유' 제하 보고서)

텐배거 배출한 국내 로봇주

2026년 투자시장과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피지컬 AI'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이 피지컬 AI 원년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빅테크 등 주요 기업들이 피지컬 AI의 정수라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미국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 피겨AI, 중국 유비텍과 유니트리, 애지봇, 샤오펑 등 주요 업체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빨아들인 AI 산업이 로봇이라는 구체적인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그 산업적·투자적 파급 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AI 산업은 디지털 공간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 단계에선 데이터를 분석·가공하는 각종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서비스가 핵심이었다. 챗GPT 쇼크의 주인공인 오픈AI를 비롯해 그동안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덕에 LLM 개발 고지를 선점한 구글, 메타 등 '전통적' 빅테크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AI 산업의 바통을 이어받은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에서 구체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AI 기계라고 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로 대표되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이 대표적이다.  

피지컬 AI 시대에 먼저 반응한 것은 자산시장이다. 아직 로봇산업이 휴머노이드 양산에 이르지 못했음에도 올해 주식시장에서 로봇주는 '텐배거'(10배 이상 상승)를 달성하는 등 투자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가령 국내 로봇 전문업체 '로보티즈' 주가는 12월 15일 31만3000원을 기록해 연초 대비 1000% 이상 급등했다. LG전자가 2대 주주로 있는 로보티즈는 로봇 관절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생산 기술을 갖췄다. 최근에는 양팔형 휴머노이드 로봇 'AI 워커'를 개발해 택배 물류 현장에서 실증 단계를 거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로보틱스(55%),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인 이족보행 로봇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170%) 등 다른 로봇주의 올해 주가 상승률도 높았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은 피지컬 AI로 옮겨붙고 있다. 현재까지 로봇 경쟁에선 중국이 앞서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에서 새로 설치된 로봇은 17만 대로 전 세계 물량의 57.6%에 달한다. 중국의 공장용 로봇은 2023년 이미 180만 대를 기록해 미국의 4배 수준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으로 좁히면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30%로 선두이며, 미국(25%)과 일본(10%)이 뒤를 잇는다. 중국 산업 전문가인 이철 박사는 "로봇의 베이스가 되는 기술은 미국에서 개발됐지만,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 필요한 공급망을 갖추고 이미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며 "최근 중국 내 자동차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배치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미·중 피지컬 AI 경쟁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최근 중국 로봇 기업 '엔진AI'는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이 고난도 무술 동작을 선보이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로봇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보여 일각에선 합성된 조작 영상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그러자 해당 업체 대표는 자신이 로봇의 발차기를 직접 맞는 영상을 추가로 올려 의혹을 불식했다. 새 영상 속 엔진AI 대표는 보호 장구를 갖췄음에도 로봇의 발차기를 맞고 중심을 잃은 채 쓰러졌다. '로봇 발차기' 영상으로 이 업체는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지만 로봇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I 기술을 선점했음에도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에서 밀린 미국은 '행정명령' 카드를 검토하며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2월 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로봇산업과 관련한 행정명령 발효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직 로봇 행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미국 로봇업계는 공급망 강화와 세제 혜택, 중국의 보조금 지원 정책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로봇산업 행정명령' 검토"

미국이 자국 중심의 로봇 공급망을 구축하고 나서면서 한국의 수혜도 기대된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대표 주자는 현대차다. 현대차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동맹의 주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등 AI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깐부 회동'을 갖고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을 확보한 바 있다. 11월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125조2000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겠다"는 투자 청사진을 밝혔다. 

자동차산업은 피지컬 AI를 구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영역으로 꼽힌다. 외부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와 AI 추론, 장치 제어 기술을 한데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 공정이 로봇 생산과 유사한 부분이 많은 것도 강점이다. 현대차는 일찌감치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소프트웨어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의 잠재력도 인정받고 있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스마트 제조 등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룬 현대차가 테슬라나 도요타 같은 경쟁사에 비해 피지컬 AI 경쟁력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현대차 주가는 30만 원(12월 23일 종가 28만7000원)을 밑도는 상황이지만, 증권가에선 삼성증권(40만 원), DS투자증권(43만 원), 대신증권(45만 원) 등이 목표주가를 잇달아 올려 잡고 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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