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0% 뛴 K바이오, 내년도 달릴까… 4900억 운용 고수의 답
韓, 바이오베터 최고 경쟁력 갖춰
씨어스테크놀로지, 디앤디파마텍, 올릭스, 에이비엘바이오.
올해 주가 상승률 상위 10위 종목 가운데 4개가 바이오·헬스케어 관련주였다. AI 의료기기 업체인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올 들어서만 주가가 1074% 급등하면서 ‘텐배거(10배 수익)’를 기록했다.
과연 ‘적토마의 해’인 내년에도 바이오주는 질주를 이어갈까. 29일 국내에서 가장 큰 바이오 펀드(4900억원)를 운용하는 심주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매니저에게 내년 전망을 물었다.
심 매니저가 운용 중인 KoAct 바이오헬스케어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는 국내 바이오 주식 20여개를 담고 있는데, 1년 수익률이 80%에 달한다. 액티브 ETF는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상품과 달리, 펀드매니저가 유망 종목을 선별해 사고팔며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80%라는 높은 수익률에 크게 기여한 종목은?
“주요 편입 종목은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올릭스, 디앤디파마텍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에이비엘바이오를 높은 비중으로 담아왔다. 유튜브에 공개된 대표 인터뷰와 각종 분석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며 확신을 쌓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4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플랫폼 기술 수출에 성공하며 수익률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달 개인 자금이 크게 몰린 배경은?
“지난달 12일,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 총 3조75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발표했다. 공시 직후 약 7초 만에 변동성 완화(VI)가 발동됐고, 주가는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했다. 에이비엘바이오 편입 비중이 12%에 달했던 만큼, ETF 가격도 하루 만에 16% 급등했다. 개인 투자자 자금 428억원이 유입되며 전체 ETF 가운데 개인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왜 K바이오 기술 수출 낭보가 많았나.
“2030년까지 특허가 만료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대거 쏟아진다. 특허권이 사라지면 약값이 급락하고 매출도 줄어든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진 바이오 벤처를 대상으로 기술 이전이나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 올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수출 규모가 20조원에 달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빅파마가 유독 한국 바이오를 찾는 이유는?
“특허 절벽 위기에 놓인 빅파마들은 검증된 약물의 효능이나 투여 편의성을 개선한, 이른바 ‘바이오베터(Biobetter)’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성능이 확실히 뛰어나야 하는 만큼 부가가치가 높다. 한국은 바이오베터 관련 플랫폼 기술과 후보 물질 분야에서 경쟁력이 상당하다. 알테오젠의 피하주사(SC) 제형 기술, 에이비엘바이오의 뇌혈관장벽(BBB) 셔틀, 리가켐바이오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링커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내년에도 바이오주는 강세를 이어갈까.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여러 분야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의약품 위탁 개발·제조(CDMO)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분야에선 이미 글로벌 최상위권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아직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본격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앞서 언급했듯 특허 만료를 앞둔 글로벌 빅파마들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국내 바이오 기업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내년 바이오주 투자 환경은 어떤가.
“금리 인하 기조는 바이오주 투자에 우호적이다. 바이오 기업은 연구·개발(R&D) 비용 조달이 필수적인데, 자금 조달 비용 감소는 곧 기업 가치 재평가로 이어진다. 경기 둔화 우려가 있지만, 경기가 나쁘다고 약을 복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또 바이오 기업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정책도 긍정적이다.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생물보안법 추진 역시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최근 신규 상장 바이오주 흐름이 매우 좋다.
“알지노믹스와 에임드바이오가 상장 당일에만 주가가 300% 올랐다. 흥국증권(11월 기준)에 따르면, 올해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 상위 5개 종목 가운데 4개가 바이오 기업이었다. 지투지바이오, 로킷헬스케어, 프로티나, 인투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기업들은 이미 기술 이전 성과를 냈거나, 보유 제품이 상용화 단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또 기술 이전이나 인수·합병(M&A)이 잦은 ‘핫한’ 분야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어느 정도 준비된 기업들이 상장한 만큼, 성과도 좋았다고 본다.”
−바이오주는 믿지 못하겠다며 기피하는 투자자도 많다.
“신약이 임상 1상에 들어가 실제 출시까지 성공할 확률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바이오텍 중에는 핵심 파이프라인을 한두 개만 보유한 채 상장한 회사도 적지 않다. 핵심 파이프라인이 임상에서 실패하면 주가는 급락한다.
다만 요즘은 사업 양태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임상에 성공해 실제로 출시되는 신약도 늘고 있고, 바이오 기업들도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하기보다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해 이를 기반으로 다수의 신약을 개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또 예전엔 단순히 임상 진입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했지만,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구체적인 마일스톤(주요 목표) 달성, 조(兆) 단위 기술 수출 등 확실한 성과를 입증한 기업들의 주가가 움직인다. 막연한 불신보다는 실체가 있는 기업을 가려내는 선별 과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수많은 바이오주 중에서 옥석을 가르려면?
“결국 핵심은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이다. 단순히 파이프라인 전체 시장 규모(TAM)가 얼마나 크냐를 보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실제로 접근 가능한 시장이 어느 정도인지, 이미 출시돼 매출을 내고 있는 경쟁 약물이 있다면 판매 규모는 어떤지, 임상 단계에 있는 경쟁 약물은 무엇이고 작용 기전이나 임상 데이터는 어떻게 다른지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
물론 개인 투자자가 모두 따지기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럴 때는 파트너십을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성과는 해당 기업의 기술력이 외부에서 검증됐다는 점에서 가장 확실한 ‘보증수표’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 전망은 어떠한가.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은 상장된 기업 구성 자체가 달라 어느 한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굳이 비교하자면, 빅파마 비중이 높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 반면 한국 바이오는 신약 개발 성과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구조인 만큼, 수익률의 탄력성 측면에서는 더 매력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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