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이재명이 2026년의 대한민국에게 [2025 올해의 인물]

김영화 기자 2025. 12. 2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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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스토리는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2025년을 어떻게 건너왔는지를 서술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을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다.
2025년 8월19일 이재명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와 경제단체장 등 주요 방미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참석을 위해 서류를 보며 이동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시사IN〉은 ‘2025 올해의 인물’로 이재명 대통령을 선정했다. 현직 대통령이 선정된 건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2017년과 2025년 모두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을 치른 격동의 해였다. 하지만 2024년 12·3 윤석열의 쿠데타 직후 찾아온 2025년은 훨씬 더 혼란스러웠다. 서부지법 폭동, 헌법재판관 미임명 사태, 윤석열 구속 취소, 역대 최장 숙의로 이어진 탄핵 선고의 기다림까지, 매 단계마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등장했고 한국 민주주의가 크게 흔들렸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고율 관세를 압박해왔다. 안으로도 밖으로도 전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위기 극복 스토리는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2025년을 어떻게 건너왔는지를 서술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을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다. 2025년 6·3 대선은 불법 비상계엄을 심판하는 선거였다. 유권자 다수(49.42%)가 이재명 대통령 후보를 위기 극복의 적임자로 선택했다. 극우가 급부상하는 가운데 3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내란 종식과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피할 수 없는 난제가 이재명 정부 앞에 놓였다. 취임사에서 그는 “분열의 정치를 끝내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새 시대의 과제는 이재명 리더십과 어떻게 겹치고, 또 어디서 비켜나 있나. 이재명 대통령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함으로써 2025년 한국 사회 격동을 되짚어봐야 했다.

임기 초반 6개월은 국정 동력이 가장 강한 시기다. 한국갤럽 정례조사를 보면 12월 1주 차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62%로, 취임 6개월 기준 역대 3위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윤석열 전 대통령(30%)보다 높은 반면 비슷하게 조기 대선을 거쳐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74%)보다는 낮았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 소장은 “8년 전과 비교하면 2025년에는 양극단의 진영 논리가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콘크리트 지지층을 제외하면 문재인 정부의 70%나 이재명 정부의 60%는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졌다. 높은 지지도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이 대통령은 대선에서 ‘역대 최다 득표수’와 동시에 ‘과반 득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정을 운영하기 녹록지 않은 환경이다.

2025년 12월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 중인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오랫동안 ‘호감도’ 만큼 ‘비호감도’가 높은 정치인이었다. 2022년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검증과 공세로 입게 된 비호감 이미지는 사법 리스크와 함께, 그가 가진 약점의 한 축이었다.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국민의힘은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은 세 번째 대선 출마를 앞두고 ‘중도 보수론’을 들고나왔다. 당 정체성 논란이 일었지만 그는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겠나”라며 실용주의 노선을 띄웠다.

취임 이후로도 ‘일하는’ 대통령으로서 면모를 강조했다. 취임 첫날 비상경제점검 TF 회의를 주재한 이 대통령은 “국가 공무원의 1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계엄 이후 나라의 모든 부처가 올스톱에 가까울 정도로 마비되어 있었다. 나라가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며 국민 여론이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에서 ‘그래도 일 하나는 잘하더라’로 인식이 바뀐 것 같다.”

4기 민주 정부인 이재명 정부는 실용주의를 표방한다. 비명계인 우상호 의원을 정무수석으로, 계파색이 옅은 강훈식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권 한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자를 악마화하는 방식 등, 정책적으로 실수가 잦았다. 그에 비해 이재명 대통령은 증시를 끌어올리고 기업활동에 자율성을 주는 동시에 노란봉투법을 추진하면서 노동계를 달랜다”라고 평가했다.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진보와 보수의 정책을 골고루 활용하면서 민심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성향은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 국면에서 장점을 발휘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올해가 을사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힐 정도로 고난도 과정이었다. ‘마스가 프로젝트’부터 ‘신라 금관’ 선물 공세까지 필사의 전략을 펼친 끝에, 트럼프 행정부와의 ‘약탈적 무역’ 협상에서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빼앗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태도는 천하의 도둑놈 심보”

국무회의와 업무보고 생중계는 그의 ‘만기친람(萬機親覽)’ 스타일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최근 이 대통령이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직사회를 지나치게 망신 준다는 비판에 대해 이 대통령은 “행정 영역에서 허위 보고를 절대 하면 안 된다. 자리가 주는 온갖 명예와 혜택은 다 누리면서도 책임은 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1월11일 제49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가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망신 주기 프레임은 서울의 시각일 뿐이다. (그런 식의 압박이) 공공기관 대부분이 지역으로 이전한 상황에서 지역 행정을 제대로 감시하고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업무보고 생중계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공직사회가 폐쇄적인 관료제 중심인 경우가 많은데 그 내부의 관성을 허물어주는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표했다. “대통령 국정 과제를 중심으로 부처마다 준비했던 핵심 내용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점은 안타깝다. 언론사 헤드라인으로 나오는 건 ‘환단고기’ ‘탈모 건보 적용’ 등이다. 대통령 관심 사안이 즉흥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진짜 중요한 의제들이 묻히거나 섞인다.”

투명한 소통은 국정의 힘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포퓰리즘으로 흐르거나,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양산된다는 우려 또한 꾸준히 제기된다. 대통령이 엄중 조치를 지시한 산업재해 문제나 차별 및 혐오 표현 같은 경우, 단박에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적 사회문제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책 〈좋은 정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이재명 정부 실용주의의 한계를 이렇게 짚는다. “성과가 눈에 띄거나 체감되지 않으면 실용주의는 효능감을 잃는다. 여론도 성과 여부에 따라 출렁이게 된다. 따라서 실용주의로 인한 성과 강박 때문에 긴 호흡과 큰 맥락보다는 근시안과 조급증에 빠질 수 있다.”

2025년 10월29일 이재명 대통령이 APEC 정상회담을 위해 경주를 찾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국빈 방문 선물인 ‘천마총 금관’ 모형 앞을 지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장점이 곧 단점이 될까? 효능감이 비교적 쉽게 체감될 수 있는 정권 초반이 지나면 작은 실수나 논란, 구설이 위기를 키울 수 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보기에 이재명 정부는 신선하고 한편으론 걱정스럽다. “어떤 부분은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문가들이 자신 있게 밀고 나가도록 맡겨야 하는 부분도 있다. 모든 게 햇빛에 노출되는 순간 잃는 것도 굉장히 많을 수밖에 없다.” 내란 청산 방식과 개혁 속도를 둘러싼 대통령실(청와대)과 민주당 지도부 간의 불협화음도 하나의 변수다. “민주당은 더 이상 한 덩어리의 조직이 아니다. 그 안에서 권력투쟁이 치열하다. 평화로운 시기엔 문제가 없겠지만 지지율이 떨어지고 선거에 임박하면 걷잡을 수 없이 기류가 바뀔 수도 있다.”

최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두고도 당정 갈등이 재현됐다. 위헌성 우려에 수정안이 제시되었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강경 노선이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소속 한 관계자는 “불필요한 논란만 일으킨 것은 원내 전략상 실패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이 없다고 하는데 이미 지지층 균열이 현실화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친명’ ‘친청’은 프레임이다. 모두가 친명이고 다양성 차원에서 볼 수 있다고 본다. 권력 지향적인 정치판에서 이런저런 의견들은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양극화된 정치 상황 속에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임기 초반을 지나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점점 전선이 진해지고 있다.

2025년 10월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14차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2월3일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주권 정부가 탄생한 의미를 항상 기억”하고 “전례 없는 길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앞으로도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정의로운 통합’을 강조했다. “다시는 쿠데타를 꿈조차 꿀 수 없는 나라, 누구도 국민주권의 빛을 위협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의로운 통합은 필수입니다. 민주주의의 등불을 밝혀주신 우리 위대한 대한국민과 함께 ‘빛의 혁명’을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의 바람과 포부는 이뤄질까? 2025년이 2026년에게 숙제를 남겼다.

〈시사IN〉 올해의 인물·사진 프로젝트 페이지 photo.sisain.co.kr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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