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 180일, 밝혀진 것과 남은 것 [특검IN]

문준영 기자 2025. 12. 29. 06:5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14일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종료했다. 윤석열이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이 특검의 최종 결론이다.
2025년 12월15일 조은석 특별검사가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사IN 이명익

2025년 12월14일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이 수사를 마치고 공소 유지 체제로 전환했다. 2025년 6월에 출범한 내란 특검이 수사를 개시한 지 180일 만이다. 내란 특검은 지난 180일 동안 윤석열을 특수공무집행방해·일반이적·위증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김용현·이상민·박성재 전 장관 등 정부 관계자 8명을 비롯해 12·3 비상계엄 가담자 27명을 재판에 넘겼다.

내란 특검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20명)의 약 3배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탄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9일 차인 2025년 6월12일 조은석 특별검사를 지명했다. 조 특검은 “사초를 쓰는 자세로 세심하게 살피고,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특별검사직을 수행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특검은 법정 준비기간(최장 20일)을 5일만 사용해 검찰·공수처·경찰·국방부 등에서 인력을 파견받고, 2025년 6월18일 공식 수사를 앞당겨 개시했다. 수사 개시 당일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7월6일에는 윤석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윤석열은 2025년 3월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상태였다. 윤석열은 석방 124일 만에 재수감됐다. 한편 특검은 수사 개시와 동시에 공판을 인계받아 공소를 유지했다. 특검이 이미 기소된 사건을 넘겨받아 공소 유지한 것은 처음이었다.

2025년 9월11일 ‘3대 특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특검은 두 번째 국면을 맞이했다. 개정안에 특검의 수사 기간과 인력을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내란 특검의 수사 기간은 기존 90일에서 최장 180일까지 늘어났다. ‘재판 의무 중계’도 허가됐다. 1심 재판 방송 중계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CCTV가 공개되면서 비상계엄 선포 전후 대통령실에 모인 국무위원의 모습이 낱낱이 중계됐다.

2025년 12월15일 내란 특검은 9쪽짜리 수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조은석 특별검사가 특검 출범 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수사 결과를 토대로, 내란 특검이 새로 밝혀낸 것과 앞으로의 전망을 정리했다.

■ 윤석열이 그날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2024년 12월3일 22시27분 윤석열은 담화문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이와 같이 설명했다. 특검은 어떻게 봤을까.

특검은 윤석열이 무력으로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 및 유지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결론지었다. '선거구 조정·선거권 박탈·헌법 개정’ 등 글귀가 적힌 노상원 수첩, 국회 자금 차단·국가 비상입법기구 예산편성을 비롯한 내용이 담긴 최상목 지시문건, 정치인 체포 명단, 5개 언론사 단전·단수, 민주당사 봉쇄 계획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특검은 윤석열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다고 짚었다. 2023년 10월은 국군방첩사령관, 육군참모총장,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등 12·3 비상계엄 핵심 가담자들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지위에 발령된 시점이다. 특검은 윤석열이 2022년 11월2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나에게 비상대권이 있다.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헌법상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만 선포할 수 있다(헌법 제77조). 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무인기 작전으로 북한의 무력 대응을 유발하려 했다는 것이 특검의 분석이다.

비상계엄 선포 날짜를 12월3일로 결정한 배경에 무속 개입은 없었다고 특검은 판단했다. 특검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2024년 12월4일 미국 CIA 국장 내정자와 만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다며,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이자 취임 이전의 혼란한 시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 김건희 비상계엄 개입설의 진실은?

특검은 ‘김건희 비상계엄 개입설’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앞서 김건희씨가 인수위 시절부터 국정 운영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상계엄 개입 가능성도 함께 언급돼왔다. 그러나 특검은 김건희씨가 비상계엄 선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특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김건희 부부간에 다툼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계엄 선포했을 때 김건희씨와 윤석열이 심하게 싸웠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면서, “너 때문에 다 망쳤다” “생각하고 있는 게 많았는데 모든 게 망가졌다”라는 취지의 김건희씨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건희씨가 계엄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지만,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통해 배우자 리스크 또한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있었으리라고 특검은 설명했다.

■ 국무위원·정치인에 대한 처분은?

특검은 180일 동안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국무위원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공소 제기했다.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 인지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에 대해 내란 특검은 “국무위원은 본인의 헌법적 책무에 둔감해 있었다. 이번 수사를 통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실 분들의 헌법적 책무를 다시 한번 각인했으면 좋겠다. 그 관점에서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아쉬웠다”라고 평가했다. “구속 여부가 수사의 성패를 가르는 건 아니지만, 구속수사를 통해 범죄의 중대성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지위가 높을수록 작은 보폭도 동조나 협력이 된다. 행동은 지위와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2025년 10월13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우두머리방조 혐의 등 2차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CCTV 영상 일부가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국회의원과 정치인의 책무도 강조했다.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의원총회 장소를 수차례 변경해 국회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의결을 지연시켰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 전 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특검은 이들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혹은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 ‘비상계엄 가담 의혹’ 사법부는?

특검은 12·3 비상계엄에 동조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불기소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2024년 12월4일 새벽 간부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법원의 기능을 계엄군으로 이관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박지영 특검보는 당시 조희대 대법원장이나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등이 비상계엄 관련 조치 사항을 준비하거나 논의하기 위한 간부회의를 개최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검 확인 결과, 조희대 대법원장과 천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이 임박한 시점이 되어서야 법원에 도착했다. 계엄사령부에서 대법원 측 실무자에게 인력 파견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요청은 실무자 단계에서 거부당했다.

현재 윤석열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특검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2025년 3월8일 윤석열의 구속취소를 결정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대법원과 모의해 윤석열 구속을 취소했다는 의혹에 관하여 특검은 대법원과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 특검 다음 단계는?

내란 특검의 180일 대장정이 막을 내리면서, 남은 의혹은 경찰 몫으로 넘어갔다. 내란 특검은 접수된 사건 총 249건 가운데 215건을 처리했다. 2025년 12월22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41명 규모의 내란 특검 후속수사팀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맡게 된 미처리 사건 33건(미처리 34건 가운데 중복된 사건 1건 제외)에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즉시항고 포기’ 사건 10건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경찰로 넘어간 사건 가운데 ‘노상원 수첩’ 등 군인 연루 사건 20건은 추후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첩될 예정이다.

2025년 7월10일 새벽 윤석열은 석방 4개월 만에 재구속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제는 법원이 12·3 비상계엄 가담자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릴 차례다. 우선 2026년 1월16일, 윤석열 ‘체포 방해 혐의’ 사건의 1심 선고가 이뤄진다. 윤석열의 구속 기한 만료일인 2026년 1월18일을 이틀 앞두고 첫 선고가 나오는 셈이다. 2026년 1월21일에는 내란방조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총리의 1심 판단이 나온다. 내란 특검은 그동안 군검찰이 공소 유지 중이던 비상계엄 당시 사령관들의 내란중요임무종사 사건도 넘겨받기로 했다. 따라서 군사법원에서 열리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재판이 민간 법원으로 이송될 예정이다.

국회는 향후 전개될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025년 12월23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전담할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과 고등법원에 각 두 개 이상 설치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재판부 구성 방식에 관한 논란이 일었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안에 따르면 재판부 구성은 중앙·고등법원 판사회의에 일임하기로 결정됐다. 이미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해당 재판부가 계속 심리한다. 이에 따라 윤석열의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재판은 지금처럼 지귀연 재판부에서 심리한다.

내란재판부와 별개로 ‘2차 특검’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25년 12월22일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차 종합특검법(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3대 특검이 법정 수사 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으나, 수사 기간의 제약으로 후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검 파견으로 인한 검찰청 인력난으로 처리되지 않은 일반 사건이 적체되고 있어 당내에서조차 신중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문준영 기자 juny@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