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출하지수 20년 만 최대 격차…‘고환율’에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 양극화 더 깊어진다

박상영 기자 2025. 12. 29. 06: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제조업 공장 밀집 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전신주에 인력수급업체 전단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의 국내 판매와 수출 간 온도 차가 약 20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은 역대 최고치이나 내수는 코로나때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 대기업은 호황을 누리는 반면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소비 부진과 고환율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고환율 영향으로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간 양극화 양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28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3분기 내수출하지수(계절조정)는 92.0(2020=100)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10년 1분기(89.8) 이후 약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내수 출하지수는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 국내 시장으로 얼마만큼 팔려나가고 있는지를 지수 형태로 보여주는 단기 실물 경기 지표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건이 ‘국내로 나간 물량’을 기준연도인 2020년과 비교해서 수치화한 값이다. 지수가 상승하면 국내 판매 호조에 따른 수요 활성화와 재고 감소를 의미하지만, 지수 하락은 곧 내수 부진과 소비 위축의 신호로 해석된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건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데다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내수 출하지수 하락세는 길어지는 양상이다. 내수 출하지수는 2022년 4분기를 시작으로 12개 분기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지수가 100 이하를 유지한다는 것은 현재의 내수 경기가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보다도 위축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올해 3분기 수출 출하지수는 역대 최고 수준인 116.2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주력 업종에서 출하가 급증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한 결과다. 2020년 2분기 92.6에 머물렀던 수출 출하지수는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해당 지수는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 해외 판매 목적으로 출하되는 물량을 수치화한 경제 지표다.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내수와 수출 출하지수 간의 격차는 2004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20여 년 전 당시에는 수출 출하지수가 내수보다 27.5포인트 낮았으나, 지금은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

대기업 출하지수와 중소기업 출하지수 간 격차도 크다. 올해 3분기 대기업 출하지수는 109.5를 기록했지만, 중소기업 출하지수는 99.9에 그쳤다. 2017년 2분기 이후 가장 큰 격차를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반도체·조선 등 수출 대기업은 호황을 누리는 반면, 내수 부진과 고환율에 따른 원가 부담이 큰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은 내수 중심 제조업체에 원가 부담 확대와 수익성 악화라는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수입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비가 증가했지만, 이를 국내 판매가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 이윤이 줄고 있다.

허진욱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내수와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건설 경기 침체가 내수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불균형을 완화해 내수와 수출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내년 경기 회복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