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대항해 시대’ 카운트다운

이정호 기자 2025. 12. 2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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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16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아르테미스 1호가 발사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르면 내년 2월 아르테미스 2호를 발사한다. 아르테미스 2호는 지구를 떠나 달 뒤편으로 이동한 뒤(작은 사진 연두색 선) 유턴을 해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파란색 선). 비행 기간은 총 10일이다. NASA 제공

내년 각국 ‘우주 탐사’ 박차

고대와 중세 인류는 일식이나 혜성 출현을 두려워했다. 당시 지식 수준으로는 이 기이한 현상의 원인을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17세기 들어 천문학이 발전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우주는 숫자와 정밀 관측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20세기 지구 밖 세계는 바라만 보는 곳이 아닌, 로켓을 타고 직접 갈 수 있는 곳이 됐다.

최근 수년 새 우주는 인류에게 더 가까워졌다. 달 기지 건설을 비롯해 각종 천체 탐사를 위한 노력에 불이 붙었다. 우주 개척을 향한 인류의 열망은 내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액션’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발사될 아르테미스 2호는 지구를 떠나 달 뒤편으로 이동한 뒤(연두색 선) 유턴을 해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파란색 선). 총 비행 기간은 10일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미국, 4명 태운 아르테미스 2호 발사

내년 가장 주목되는 ‘우주 이벤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2호 발사다. 아르테미스 2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달 개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발사되는 유인 우주선이다. 총 4명이 탄다.

공식적인 발사 예정 시점은 내년 4월 전이다. 현재 기술적 준비 과정이 순조로워 NASA에서는 이르면 2월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NASA ‘아르테미스 2호’ 발사 예정…비행사 4명 태우고 달 뒤편 ‘유턴’
중 ‘창어 7호’ 달 남극 착륙 계획…일, 화성 위성 향해 무인탐사선 보내
한국은 내년 상반기 5번째 누리호 쏘아올려…재사용 기술 개발 등 주목

아르테미스 2호 임무는 지구에서 40만㎞ 떨어진 달 근처 우주까지 갔다가 유턴해 돌아오는 것이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38만㎞)보다 더 멀리 다녀온다. 귀환하면 이들에게는 ‘지구에서 가장 먼 우주까지 갔다가 돌아온 인간’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임무 기간은 총 10일이다.

아르테미스 2호의 주된 임무는 동체에 실린 생명유지 장치와 통신·제어 장치가 우주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NASA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2027년 아르테미스 3호를 발사해 달에 우주비행사를 착륙시키는 계획이다. 만약 아르테미스 2호 비행 과정에서 중대한 변수가 생기면 인간 달 착륙 시점도 미뤄질 공산이 크다.

지난해 6월 중국 탐사선 창어 6호가 월면에 안착해 있다. 중국은 내년에 창어 7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중국 국가항천국(CNSA) 제공


중국 달 남극 착륙…일본·유럽도 우주로

중국 국가항천국(CNSA)은 ‘창어 7호’를 내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을 세웠다. 해외 과학계에서 거론되는 발사 시점은 8월쯤이다.

창어 7호는 아르테미스 2호와 달리 무인 우주선이다. 그렇다고 쉬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2030년대 중국의 달 기지 건설을 위한 ‘척후병’이다. 창어 7호에 실릴 장비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비행 탐사기’다. 로켓 엔진 추진력으로 월면을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며 돌아다닌다. 한 번 도약하면 수십㎞를 이동한다.

비행 탐사기가 활동할 곳은 달 남극에 즐비한 운석 충돌구 안쪽이다. 충돌구 안쪽은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바퀴를 굴리는 탐사 차량이 들어가다가는 전복될 수 있다. 반면 깡충깡충 뛰는 비행 탐사기는 공중을 통해 단번에 충돌구 안쪽으로 들어가 안착할 수 있다.

탐사기는 왜 충돌구에 들어갈까. 달 남극 충돌구 안쪽에는 지형 때문에 해가 영구적으로 들지 않는 곳이 있다. 여기서는 영하 약 200도가 꾸준히 유지되기 때문에 얼음 상태 물이 존재할 공산이 크다. 물은 달 상주 기지를 운영할 때 필수 자원이다. 미국도 달 남극에 물이 있는지 직접 현장 조사를 한 적은 없다. 창어 7호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탐사선이 화성 위성 ‘포보스’로 접근하는 상상도. 내년 10월 발사될 예정이다. JAXA 제공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내년 10월쯤 화성 위성 ‘포보스’를 향해 무인 탐사선을 쏠 예정이다. 포보스 표면에서 암석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로 ‘화성권’에서 샘플을 가져오게 된다.

유럽우주국(ESA)은 소행성 연구에 힘을 기울인다. 2024년 발사한 무인 탐사선 ‘헤라’가 내년 12월쯤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도착한다. 디모르포스는 2022년 인류가 발사한 냉장고 크기 물체를 맞고 이동 경로가 달라졌다. 지구로 달려드는 소행성 진로를 바꾸기 위한 실험이었다. 헤라는 당시 생긴 충돌구 모양과 질량 변화 등을 조사한다.

한국, 누리호 쏘고 재사용 기술 개발

올해 누리호 4번째 발사에 성공한 한국 우주항공청은 내년 5번째 발사에 나선다. 기체 조립 일정을 볼 때 발사 시점은 늦봄이나 초여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 5번째 누리호에는 주탑재체로 초소형 군집위성 5기가 실린다. 지구 궤도까지 운송돼 사출된다.

5번째 발사도 성공하면 누리호의 기술 안정성에 대한 국내외 신뢰도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2022년 2차 발사부터 4번 연속 성공 기록이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우주청의 또 다른 주력 과제는 누리호 후속 기체인 ‘차세대 발사체’를 일회용이 아닌 재사용 발사체로 만들기 위한 예비설계 착수다. 재사용 발사체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재사용 발사체를 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일회용 발사체의 10~30%에 불과하다.

미국 민간기업 스페이스X는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유일하게 상용화했는데, 현재 세계 발사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한국은 내년을 재사용 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원년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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