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구덩이 속까지 ‘꿈틀꿈틀’…재난구조 현장 ‘달팽이 로봇’ 뜬다

홍콩 연구진 ‘공 모양 군집 로봇’
결합·분리되며 험지 이동도 거뜬
과학 탐사 등 다양한 쓰임새 기대
자신의 몸통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험지에서 전진하는 신개념 ‘군집 로봇’이 개발됐다. 둥근 공 형태 로봇 5개가 상황에 따라 수시로 결합·해체되면서 낭떠러지와 구덩이 등을 막힘없이 돌파한다. 인명 구조나 과학 탐사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중문대 연구진은 최근 자신들이 개발한 군집 로봇 시연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동영상에 등장한 로봇은 지름 12㎝짜리 동그란 공 형태 로봇 5개로 구성된다.
영상을 보면 공 4개가 하늘 방향을 향해 탑처럼 쌓여 있다. 그러다 탑 맨 위로 또 다른 공 1개가 찰싹 달라붙는다. ‘완전체’가 된 공 5개는 한 무리가 돼 균형을 잡으며 회전한다. 회전을 마치고 나니 탑 맨 위에 올라탄 공 1개가 분리돼 높은 테이블 위로 올라간다. 기존에 탑 형태로 서 있던 공 4개는 크레인, 나중에 탑에 올라탄 공 1개는 적재물이 된 셈이다. 로봇의 동력은 전기에서 나온다.
기존에도 비슷한 방식의 군집 로봇은 있었다. 하지만 로봇 간 결합력이 너무 약하거나 반대로 너무 강한 것이 문제였다. 서로 붙어야 할 때와 떨어져야 할 때를 구분해 결합력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 기술이 부족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공 5개가 서로 느슨히 결합할 때에는 자기력을, 강력히 결합할 때에는 진공 흡착력을 사용했다. 연구진이 이런 이원화한 결합 방식을 고안한 것은 달팽이에서 힌트를 얻은 결과다. 연구진이 이번 로봇에 ‘스네일(달팽이) 로봇’이라는 별칭을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달팽이는 땅이나 나무 위를 기어갈 때에는 느슨한 결합력을, 외부 위협에 대응해 자신의 신체를 단단히 고정할 때에는 강력한 결합력을 만들어낸다. 점액 성질과 다리 근육의 모양을 바꾸는 방법을 쓴다. 연구진은 이를 자기력과 진공 흡착력으로 대체한 것이다.
연구진의 로봇을 활용하면 건물 붕괴 현장의 잔해 틈을 비집고 들어가 생존자를 수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 탐사 목적으로도 쓸 수 있다. 좁은 동굴에 투입하면 사람이 들어가지 않아도 환경 조사를 할 수 있다. 연구진은 “향후 이번 로봇의 잠재적인 응용 분야를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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