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까지 챙겨주라고? 학생 어디까지 돌보나” 교사 반발
학생맞춤통합지원법= 기초학력 미달, 정서·심리 위기, 경제적 어려움, 학교폭력·학대 등 복합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학교 안에서 조기에 발견하고, 교육청·지자체·전문기관과 연계해 지원하겠다는 제도다.

경상남도교육청 /경남신문DB/
◇학생맞춤통합지원 제도= 지난 2020년 코로나19 이후 학습결손과 정서 위기, 가정환경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는 학생이 늘면서 기존의 분절적인 학생 지원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학습은 교사, 정서는 위클래스, 복지는 지자체, 의료는 외부 기관이 각각 맡는 구조 속에서 위기 학생이 제때 지원받지 못하거나 여러 제도를 전전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국가 차원의 통합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제기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지원을 개별 사업이 아닌 법률로 묶어 지속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은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2023년 제정됐다.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의 책무를 명시했다. 학교는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연계하는 역할을 맡도록 했다. 다만 학교장이 모든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아도 되며, 교육청이나 위탁기관에 위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부는 2024년부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을 진행하는 등 관련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경남교육청도 올해 16개 선도학교와 4개 시범교육지원청을 운영하며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 구축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다수의 학교 현장 교사들은 이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교총·전교조·교사노조 등 주요 교원단체가 한목소리로 시행 유예 또는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교총 설문에서 교사의 절반 이상이 ‘학교 준비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현장 반발 이유= 논란은 시행을 3개월 앞둔 시점까지도 구체적인 운영 지침과 전담 인력 배치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촉발됐다. 도내 학교 교사들은 새 학기 업무 분장을 앞두고도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하다고 호소했다. 결국 교사의 업무가 교육에서 복지로 확대하면서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 관련 연수에서 학부모에게 대출 제도를 안내하거나 학생 집에서 고기를 구워준 사례가 우수사례로 소개되면서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해에서 근무하는 25년차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학교 관리자나 담당부장을 대상으로 연수는 하는 것 같지만 학교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메뉴얼이나 업무 범위에 대한 안내가 아직까지 전혀 없어서 불안하고 답답하다”며 “법을 여러 번 읽어봤는데, 학교에 학생 지원에 대한 책임이 늘어나는 만큼 책임은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 현장에서 실제 제도가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20년차 고등학교 교사 B씨는 “최근 관련 연수에 다녀온 선생님들은 모두 현장의 업무가 가중될 것 같다고 걱정한다. 이미 교사들 교육 활동 외에도 행정 업무와 민원 대응으로 과중한 업무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가 추가되면 교육 활동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통합지원 자체가 일선 교사가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들이 많아서 교장·교감 등 관리자가 주도적으로 총괄하고,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학생 지원을 총괄하고 학교를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제도 강행 입장= 교육부는 도입 전까지 제도를 최대한 개선하며 원래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최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학맞통에 대해 “해보지도 않고 시행을 멈추거나 늦추거나 할 생각은 없다”며 “ 교육계 대부분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부 연수에서 소개된 사례가 과도하게 해석되는 점에 대해 선을 그으며, 필요한 경우 교육지원청 단위에 학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전국 교육감들에게 이런 부분을 당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망= 법 시행은 예정대로 2026년 3월 1일로 못 박혀 있지만,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제도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학생 지원이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보다 학교 현장의 혼란과 피로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법 개정이나 유예가 어렵다면 실행과 책임은 교육청이 맡겠다”고 밝히면서 주목 받고 있다. 학교는 학생의 어려움을 알리고, 이후 판단·조치·외부 연계는 교육청이 전담하겠다는 안이다.
이에 경남교육청이 학맞통 제도 시행을 앞두고 학생지원과 현장부담 완화 문제를 해소하는 ‘경남형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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