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쿠팡의 위상

지난달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최근 쿠팡에 대한 소식이 연일 사회면을 장식한다.
그동안 수많은 산업재해를 양산했던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불타던 비판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국내 새벽배송 문화를 선도적으로 창출해낸 플랫폼으로 평가받던 쿠팡은 이제 '탈팡'이라는 신조어로 지칭되는 반정서적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그럼에도 사실상의 독점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쿠팡의 우월감은 각종 현안에 대응하는 모습에서 그대로 보여진다.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전 직원을 특정했다고 독자적으로 발표하자 정부와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쿠팡은 포렌식을 통해 유출자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와 노트북 등을 회수해 모두 제출했다고 하면서 제3자에게 전송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는 내용까지 발표까지 했다.
이에 정부가 쿠팡이 주장하는 내용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하자 다시 쿠팡이 정부 지시에 따라 이뤄진 조사라고 반박,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가해 기업과 이를 감독해야 하는 정부가 대립하는 꼴이 연출됐다.
쿠팡이 가진 위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 아닌가. 올해 SKT와 KT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시에는 좀체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국내 대기업들조차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조 원 규모의 변상안이 도출되는 데까지 민관의 합동 공세에 납작 엎드렸던 점을 보면 셀프 조사 결과 발표와 정부와 대립각까지 세우는 쿠팡을 보면 그 위세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쿠팡이 노동자의 퇴직금을 제대로 주지 않으려고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 고위급이 수사 중단을 요구해 검사가 공개석상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며 울먹였던 모습 역시 쿠팡이 가진 입지를 보여준다. 이유야 어찌됐든 초코파이 하나를 몰래 먹은 한 노동자를 기소해 기소권을 남발한다고 비판받던 검찰이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근무 중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산업재해 책임을 무마하고자 노동자를 폄훼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나왔음에도 국내 사정기관은 물론 정치권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4대 종교계가 다 일어나 쿠팡의 강제 수사를 촉구하는 종교통합까지 이뤄졌음에도 여전히 검경은 끌려다닌다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사실상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대관(對官) 업무를 담당하는 팀의 규모만 100명 남짓이라는 쿠팡의 위력이 여실히 보여지는 대목이다. 오죽하면 국정감사를 앞두고 각종 현안이 산적한 기업의 대표와 여당의 원내대표가 독대하며 식사하는 자리까지 만들어졌을까.
연이은 여야의 출석 요구에 쿠팡의 최고 경영자는 불출석 통보서와 서면 사과로 재차 갈음했다. 국민 정서를 개의치 않는 것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시장의 절대적 위치를 확보했기에 상관없다는 오만함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잠깐 쏟아지는 소나기만 잘 피하면 수습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보이는 것은 쿠팡이 가꿔놓은 뒷배경이 있어서일까.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은 우리 헌법 제11조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 누구나 같은 잘못을 하면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힘이 있다고 해서 법 위에 군림하려 하거나 책임을 떠안지 않는 모습들을 우린 이미 다양한 상황에서 목격했다. 그러한 일들이 누적되면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갖고 검찰청 해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초래됐다.
정치권이 이번 쿠팡 사태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이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그들에게 향할 수 있다. 쿠팡이 지금까지 어떠한 방식으로 정치권을 대해 왔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제 그들이 쿠팡을 어떻게 대할 지는 국민이 큰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정진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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