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대피소, 평소엔 아이들 놀이터로
인천시, 내년 2억 투입 2곳 추가 조성키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섬에 생겨서 정말 좋아요."
서해 최북단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위치한 주민 대피 시설 '백령31호'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평소에는 굳게 닫혀 있던 대피 시설이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바닥에는 두툼한 안전 매트가 깔렸고, 한쪽에는 알록달록한 실내 놀이터와 어린이 클라이밍 시설이 들어섰다.
5살 딸을 둔 박미래(40)씨는 "도시와 달리 섬에는 아이들과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늘 아쉬웠다"며 "31호 대피소가 놀이터로 꾸며지면서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서해5도 가운데 하나인 접경 지역 백령도에서 주민 대피 시설이 지역 아동을 위한 놀이 공간으로 활용되며 호응을 얻자, 인천시가 이를 다른 대피소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내년도 본예산에 '주민 대피 시설 평시 활용을 위한 놀이 시설 설치' 사업비 2억원을 편성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예산은 서해5도 주민 대피 시설 2곳에 어린이 놀이 공간을 추가로 만드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백령도 주민 대피 시설 '백령31호'에서 시범 운영한 놀이 공간이 주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추진됐다. 시는 지난 2022년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1억2000만원을 확보해 해당 시설에 실내 놀이터와 어린이 클라이밍, 안전 매트 등을 설치했다.
섬 지역 특성상 영유아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여가 시설이 부족한 가운데, 해당 시설은 무료로 운영되며 주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백령도 0~7세 인구수는 173명이다. 놀이 시설 유지·관리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맡고 있다.
이 같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에서는 평상시 활용도가 낮은 주민 대피 시설을 생활 공간으로 전환해 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백령31호 사례는 대피 시설이 평상시에도 주민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놀이 시설 추가 설치에 대해선 옹진군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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