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입출국 혼란에 다시 불거진 ‘인천공항 패스트트랙’ 도입
“전용 출입구를” vs “유료 특혜 맞나”… 사회적 공론화 띄우자
별도 게이트서 보안 검색·출입국 심사… 30대 공항 중 유일 미운영
연예인들로 큰 혼잡 승객 피해 반복 ‘공항이용계획서’도 무용지물
인천공항公, 수차례 좌절… 정부, 국민정서 고려 신중 사실상 반대
국토부 심의, 외교 등 부처 의견 모여야 가능… “정치권 결단 필요”

“세계 30대 공항(국제선 여객 운송 실적 기준) 중 인천국제공항만 유일하게 유료 패스트트랙(출국 우대출구)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반드시 도입했으면 좋겠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은 최근 진행한 출입기자단과의 정례 간담회에서 임기 내 반드시 추진하고 싶은 과제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공항이 승객 편의를 위한 유료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라며 “세계 최고 공항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정부에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 등 국내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매년 급증하면서 ‘유료 패스트트랙’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면 모두가 평등하게 이용해야 할 국가 소유의 공항시설에서 ‘돈을 내고 새치기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패스트트랙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유료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승객 서비스 선진화
패스트트랙 제도는 별도 게이트를 통해 보안 검색과 출입국 심사를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인천공항에선 현재 교통약자나 우수 납세자, 다자녀 가구 등에 한해서만 패스트트랙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비즈니스·퍼스트클래스 승객이나 유료 신청 여객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게 인천공항공사의 입장이다.
해외의 많은 주요 공항들이 이미 유료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국제공항, 영국 런던 히드로국제공항,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 일본 도쿄 나리타국제공항 등 전 세계 대부분 공항에선 지역에 상관없이 유료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국제선 여객 운송 실적 기준으로 세계 상위 15개국 공항에선 유료 패스트트랙과 함께 전용 라운지(F&B), 출국 수속 대행, 발레파킹 등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퍼스트클래스 승객이나 별도의 비용을 낸 사람을 대상으로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면 승객 수요가 분산되는 등의 효과가 있다. 유료 패스트트랙 운영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교통약자 시설 확충과 공항 시설 개선 등 일반 승객들이 편리하게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인천공항공사의 설명이다.
■ 연예인 출국 혼잡에 더 불붙는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 여론
지난해 7월 인천공항에서 ‘배우 변우석 황제 경호’가 논란이 됐다. 당시 변씨의 사설 경호업체 직원들은 그를 보러 온 인파를 막기 위해 일반 승객들의 게이트를 통제하고, 이들을 향해 플래시를 쏘거나 항공권을 검사해 논란이 됐다. 올해에도 걸그룹 하츠투하츠와 제로베이스원 경호원과 매니저가 공항 출국 과정에서 팬들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포국제공항에서도 올해 8월 보이그룹 AHOF가 방문하자 큰 혼잡이 빚어져 일반 탑승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출국하는 연예인들로 인해 일반 승객이 피해를 보는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면서 연예인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받아 전용 출입구를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예인들의 출국 일정이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는 등 일반 팬들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차라리 별도의 출입구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이 연예인 출국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반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행 중인 ‘공항이용계획서’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도 유료 패스트트랙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김포공항을 이용한 연예인 중 절반 이상은 공항이용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566건의 공항이용계획서를 받았지만, 446건은 이동 동선이 파악되지 않는 형식적인 계획서에 불과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연예인들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일반 승객들을 최소화하려면 유료 패스트트랙 창구를 운영하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김포국제공항의 경우 매주 2건 정도 연예인들의 공항 이용으로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며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도 일반 승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별도의 출입 창구를 운영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공공시설인 공항…유료로 특혜 제공하는 것이 맞을까?
인천공항공사는 2007년부터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을 추진해 왔다. 인천공항공사는 개항 초기와 인천공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개장 전후(2017, 2018년), 코로나19 팬데믹(2022년) 등 여러 시기에 패스트트랙 도입을 수차례 추진했으나 매번 좌절됐다. 정부가 국민 정서를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용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무소속 시절인 2018년 9월 인천공항 유료 패스트트랙 도입에 대해 논평을 내고 “공기업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망각한 편의주의적 처사”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을 부자와 가난한 사람으로 나눠 돈벌이를 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국민이 여객기 안에서 느끼는 위화감을 공항이 부채질하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이어 “출국 수속은 법적 절차에 따른 공적 서비스”라며 “출국자 줄이 길어지면 제도나 시설을 개선해 누구나 더 나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맞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정부도 신중한 입장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공공시설인 공항에서 돈을 더 낸 사람에게만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유료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려면 국토교통부의 ‘출입국절차간소화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국토부뿐 아니라 외교부, 법무부 등 주요 부처의 고위공무원이 참여하는 만큼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모여야 한다. 인천공항공사 이학재 사장이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는 이유다.
/김주엽 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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