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인천아트플랫폼 기획전 ‘의문의 AI’
에코의 기계적 답… ‘AI란’ 에코처럼 되묻다
인공지능 시스템과 무작위 대화, 명령대로 말 수집·제시
예술의 언어로 질문 던진 4개국 9개팀… 내년 2월1일까지

“나는 전시 취재를 하러 왔다.” (기자)
“귀찮아.” (AI)
“아니, 안 귀찮은데.” (기자)
“네가?” (AI)
지난 26일 오전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 기획 전시 ‘의문의 AI’에서 프랑스 작가 기욤 포르가 전시장에 설치한 작품 ‘에코(ECHO)’ 속 인공지능(AI) 시스템과 나눈 대화의 일부다.
‘에코’는 코인 노래방처럼 설치된 작고 검은 부스다. 부스 안으로 들어가면 관람객의 얼굴이 정면의 화면에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영상으로 나온다. 그 실시간 영상은 거울처럼 관람객을 바라본다. 관람객이 1분 정도 이야기를 하면 작품에 설치된 AI 시스템이 수집한 후 관람객과 대화를 하게 된다. 관람객이 1분 전 한 말이 AI와 대화를 나누는 답변으로 ‘에코’처럼 돌아온다. AI의 답변 내용은 관람객의 이야기가 파편적으로 변형돼 제시되므로, 어떤 대답이 나올지도 관람객은 알 수 없다. 이날 기자는 AI에게 “(인천) 구월동에서 취재하러 왔고, 오후에 경기도 군포를 가야 하는데 귀찮아. 오늘 스케줄에 대해 네가 조언해달라”고 얘기했다. 이후 앞서 제시한 AI와의 대화 내용이 이어졌다. 이같이 ‘나로 영상화된 AI’와 마주 보며 나누는 무작위 대화에 관람객은 낯설다고 느끼면서 본심을 들켰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AI는 기존 입력된 ‘프롬프트’(명령)대로 관람객의 말을 수집해 음조에 따라 편집해 ‘에코’처럼 제시할 뿐이다. AI가 작가의 프롬프트에 따라 표출하는 결과값에 반응하며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관람객 자신이다. 사실 AI는 관람객에게 관심이 없다. 그리스 신화의 에코와 나르키소스 이야기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이 내년 2월1일까지 전시장 1(B)에서 진행 중인 미디어 전시 ‘의문의 AI’는 프랑스, 한국, 대만, 싱가포르 4개국 9개 팀의 작가가 참여한다. AI에 대한 예술가의 시선·의문 또는 AI와 예술의 관계를 예술의 언어로 풀어낸 9가지 질문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전시는 프랑스 해외문화진흥원이 후원했다.
김민정의 미디어아트 ‘모든 삶을 위한 라이브 비디오’는 컴컴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 같은 광경이 화려하다기보다는 섬뜩하다. 작가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를 응용해 위아래 방향이 뒤집힌 불꽃(놀이)을 호수에 비친 듯 바닥에 투사했다. 이 불꽃은 실제 호수에 비친 불꽃놀이 축제 장면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떨어지는 백린탄 폭발 영상 등을 겹친 이미지다.
김민정 작가는 유튜브 쇼츠 영상 속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알고 보니 가자지구 백린탄 폭발 영상이었다는 사실에 충격받아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실시간 영상이 아님에도 작품 제목에 ‘라이브 비디오’가 들어간 것은 역설적이다. 작가는 ‘우리가 보는 이미지가 과연 실재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인천아트플랫폼 이영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 대한 글에서 “AI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AI의 효능을 의문시하고, AI를 통해 인간의 지각과 감각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내는 작업들을 선보이고자 했다”고 했다.
‘의문의 AI’는 미디어 전시인 만큼 제대로 관람하려면 작품마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 여유를 넉넉히 가져오거나 며칠에 걸쳐 나눠 관람하는 것도 좋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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