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인국 부산시인협회 이사장 “협회 다양한 축제가 부산 문학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최선”
상실 아픔 딛고 일어선 자신 얘기
한국시문학·산복도로문학축제 등
시민들 문학적 감성 향상 큰 도움
청소년 등 젊은이 참여 확대 과제

황인국 (사)부산시인협회 이사장이 지난 5일 자신의 네 번째 시집 〈기억의 궤도를 도는 방〉을 출간했다. 황 이사장은 2006년 ‘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2009년 〈엄마의 포도〉, 2019년 〈검정고무신 한 짝〉, 2022년 〈평상주의자〉 등 3권의 시집을 내기도 했다.
그는 “세상을 살다 보면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 저는 이 부정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믿는 것이 먼저이고, 다음은 모든 일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소박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예기치 못했던 어려움이 찾아와도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기고 긍정의 근육이 길러졌다”면서 “이러한 소소한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아내야겠다고 생각하며 4년 넘게 쓴 시들이 한 권 분량이 되었다. 제가 쓴 시가 누군가에게로 다가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고 시집 발간 동기를 밝혔다.
황 이사장은 이번에 새로 출간한 〈기억의 궤도를 도는 방〉이란 시집 제목과 관련,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지하지 않는 기억은 또 다른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억 역시 그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를 쓰는 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현실과 사물을 보는 관점을 기존의 기억과 다르게 이끌어주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가끔 제 기억의 궤도 속에서 잠을 자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무한한 에너지를 형성해 주니까요.”
이번 시집은 상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황 이사장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담았다고 한다. 그는 “무엇보다 아들을 위해 따뜻한 마음 한쪽을 내주고 싶었다. 이 시집은 아들이 있었기에 발간할 수 있었다”며 “제게 보이지 않는 힘이고, 저를 낮추고 또 낮출 수 있게 해주는 낮음과 느림의 소중함을 가르쳐 준 이가 아들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사)부산시인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800여 명의 회원들을 잘 아우르고 이사회를 올바르게 운영하는 것이 이사장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협회 행사 때마다 회원분들께서 열심히 도와주시고, 협조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황 이사장은 “협회 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국시문학축제’와 ‘산복도로문학축제’이다. 행사를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 참여를 많이 이끌어내는 것이 절실해졌다”면서 “특히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의 행사 참여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협회의 최우선 과제이다. 회원들과 이사회 차원에서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많은 행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연구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부산시인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한국시문학축제 사업은 ‘한국시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1년에 한 번 회원들의 창작력을 북돋우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부산시인협회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또 매년 부산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학생백일장’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황 이사장은 “한국시문학축제 행사 동안 국내 유명 작가들을 초빙해 문학 특강을 실시하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문학기행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참여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의 핏줄이자 심장인 산복도로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산복도로문학축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매년 시민들과 함께 산복도로를 투어 하면서 시는 특정한 시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음을 알리지요. 그 결과 시인으로 등단하고자 준비하시는 분들도 있고, ‘산복도로 스토리북’에 시민 참여 글을 게재하는 이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산복도로문학축제가 부산 문학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내년에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황 이사장은 산복도로문학축제 기간 중 한 달 동안 동백섬에서 개최되는 시화전도 협회가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대표 사업이라고 자부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회원들의 시 작품 100여 점을 시화로 제작해 전시했는데, 올해는 122명이나 참여해 큰 성공을 거둔 행사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사장으로 2년 가까이 일하면서 가장 보람되고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해 부산시인협회 창립 50주년 행사였다고 한다. 부산시인협회는 1974년 12월 청마 유치환 선생님의 시비 건립을 계기로 부산의 시인들이 모여 결성하고 창립했다. 그 숭고한 뜻을 새기며 지난해 ‘부산시인협회 대표시선집’을 발간했다.
황 이사장은 “당시 회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만간 부산시인협회 ‘작고문인 대표시선집’도 출간될 예정이니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