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올 가상자산 투자 160조 해외유출…규제 풀어 국내 유턴시켜야

이종화 기자(andrewhot12@mk.co.kr),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5. 12. 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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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시장 한국의 역설
가상자산 해외 수수료 올 4.8조
국내 5대거래소 수익의 2.7배
국내는 투자자 보호가 최우선
레버리지·파생상품 거래 꽁꽁
전통금융사도 '금가분리' 막혀
벽 허물어야 해외와 경쟁 가능

◆ 창간 60주년 디지털자산 혁명 ◆

국내 디지털 자산 투자자들이 올해 주요 해외 거래소에 낸 수수료가 4조7727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영업수익(1조7837억원)의 2.7배에 육박한다. 업계에서 사실상 국내 1위 디지털 자산 거래소가 바이낸스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28일 타이거리서치와 카이코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들은 바이낸스(2조7326억원), 바이비트(1조1194억원)에 1조원 이상의 수수료를 냈다. 다른 주요 거래소들인 OKX(5800억원), 비트겟(2663억원), 후오비(744억원)도 한국 투자자 덕분에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이는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한국 투자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9월까지 한국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에서 124조원 규모의 디지털 자산을 사들였다. 올해 전체로는 16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타이거리서치는 전망했다. 2년 전인 2023년(45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이 같은 결과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국내 투자자의 점유율 예상치를 기반으로 한 분석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갑을 기반으로 유출된 총자산에 파생상품 거래 패턴 등을 적용한 분석을 종합한 것이다.

이는 국내 거래소들이 각종 규제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해외 거래소는 투자 상품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산 시장에만 존재하는 무기한 선물은 해외 거래소에선 이미 흔하다. 바이낸스, 바이비트 등 글로벌 거래소는 모두 보유 자산 대비 수십 배 규모의 포지션을 잡을 수 있는 레버리지 투자를 지원한다.

바이낸스는 정식 상장 전 토큰을 거래할 수 있는 '바이낸스 알파'도 운영한다.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는 대신 고위험 투자에 접근할 기회를 주는 식이다. 모두 국내 거래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다. 세계 2위 거래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막상 글로벌 공룡들과 비교하면 수익 규모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조윤성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디지털 자산 투자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산업 생태계 구축, 기술 혁신, 글로벌 경쟁력 등에서는 해외에 한참 뒤처진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투자자들이 만들어낸 유동성과 거래 수요가 해외 플랫폼을 키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거래소 수익 구조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3분기 기준 미국 코인베이스의 매출 중 개인 거래 수수료 비중은 45.14% 수준이다. 개인 수수료 외에 스테이킹 등이 포함된 블록체인 리워드 매출(9.88%), 서클(USDC) 등 스테이블코인 관련 매출(18.98%), 기관 거래 수수료(10.85%) 등의 매출 비중도 크다.

이에 비해 한국 거래소들은 '오로지' 개인 거래 수수료에만 목을 매는 형국이다. 국내 1위 거래소(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전체 매출 중 개인 거래 수수료 비중이 97.94%에 달한다. 2위 거래소인 빗썸도 수수료 매출 비중이 약 98.38%다.

업계에서는 규제가 아니라 산업 육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한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해보고 테스트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데, 지금은 준비만 하고 실행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국내 거래소도 파생상품 등 해외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통 금융사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속속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상황이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업 간 분리) 규제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은 흔히 '코인'으로 불리는 가상자산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증권 등 실물자산(RWA)을 잘게 쪼개 디지털 증권으로 만드는 '토큰화', 블록체인 망을 활용한 결제·송금 등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실제로 미국에선 증권사로 시작한 로빈후드가 디지털 자산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예측 시장 서비스도 선보였다. 반대로 디지털 자산 거래소로 시작한 코인베이스는 주식 거래 서비스를 선보였고 로빈후드와 마찬가지로 예측 시장에 진출했다. 예측 시장은 스포츠부터 대통령 선거까지 모든 것을 두고 예측 결과에 베팅하는 플랫폼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이 같은 사업 모델을 따르는 것이 모두 불가능하다.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샌드박스) 신청을 하면 제한적으로나마 진행할 수 있지만 속도와 추진 범위 등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들어 국회 입법 또한 디지털 자산 2단계 법안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놓고도 갈등이 여전하다.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끌어들이기 위해 지니어스법, 가상자산법(MiCA)을 각각 도입한 미국, 유럽과 격차가 크다는 게 디지털 자산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 디지털 자산 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나간 서학개미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세제 혜택까지 주는 상황에서 디지털 자산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디지털 자산 거래소와의 서비스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더 많은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고, 이는 가뜩이나 부담이 커진 달러당 원화값에 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화 기자 /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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