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0년 ‘국민 포털’ 다음의 몰락... 다음의 다음 주인은?

김강한 기자 2025. 12. 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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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창업한 다음, 한때 검색 1위
카카오와 합병했지만 점유율 4위로 추락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인수 후보 거론
전문가들 “네이버·구글의 양강 구도 깨기 어려워"
포털 '다음'(Daum) 로고(카카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창업 30년을 맞은 국내 1세대 스타트업의 대표 주자 ‘다음’이 몰락하고 있다.

1995년 창업한 다음은 한때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국민 포털로 불렸지만 2000년대 중반 네이버에 밀리면서 2위로 내려앉았고, 현재는 4위로 추락하며 존재감을 잃은 상태다. 다음은 2014년 카카오와 합병하면서 반전을 노렸지만,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카카오는 지난달 다음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켰고 매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다음의 인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검색, 메일, 블로그, 쇼핑, AI로 이어지는 포털 시장의 발 빠른 변화에 다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잃었다”면서 “카카오와 합병한 다음이 주력 사업을 카카오에 내준 것도 뼈아픈 손실”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다음 ‘헤어질 결심’

다음 서비스 제공의 법적 주체는 지난달 카카오에서 카카오의 자회사인 AXZ로 공식 변경됐다. AXZ는 지난 5월 카카오에서 분사해 설립된 ‘다음준비신설법인’의 공식 법인명인데 지난달 행정적 절차가 완료되면서 2014년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합병한 지 11년 만에 다음이 카카오에서 공식적으로 독립한 것이다.

IT 업계에선 카카오가 지난 5월 다음을 분사했을 때부터 이미 사업 정리 순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와 합병 당시 20%대였던 다음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웹로그 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11월 22일부터 12월 21일까지 국내 검색 시장에서 다음의 점유율은 3.17%로 집계됐다. 네이버(63.8%), 구글(27.27%)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빙(3.3%)에도 밀리면서 4위로 주저앉은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카카오의 포털비즈 매출도 2021년 4925억원에서 지난해 3320억원으로 하락했다. 포털비즈 매출의 대부분을 다음이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구글·MS가 검색에 AI(인공지능)를 접목하면서 경쟁하는 것과 달리 다음은 아직 AI를 도입하지 못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카카오-다음 ‘잘못된 만남’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이 다음이라는 포털 서비스에는 결과적으로 악연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독자 상장을 추진해왔던 카카오는 다음과 합병하면서 코스닥에 우회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카카오는 합병 당시 ‘다음카카오’라는 사명을 썼지만 1년 만에 다음을 뗐다.

반면 다음은 카카오에 우회 상장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했지만 이후 주력 사업을 카카오에 하나둘씩 내주며 경쟁력을 잃어갔다. 다음 지도, 다음 웹툰은 카카오맵,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이전됐다. 2015년에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마이피플’과 ‘다음 뮤직’이 종료됐다. 합병 당시 국내 1위 메신저와 국내 2위 포털의 만남으로 다음의 검색 서비스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카카오는 다음의 검색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카톡 세 번째 탭에 있던 ‘다음’을 검색 기능인 ‘샵(#)탭’으로 바꾸기도 했다. IT 업계에선 “카카오가 다음의 기술 인력을 단번에 확보해 자체 서비스를 강화했지만, 다음은 검색 시장에서 독자 생존이 어려운 상태로 분사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대 변화에 따라 다음의 서비스 경쟁력도 하락했다. 다음은 여론 조작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2023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댓글이 사라지는 ‘타임톡’을 도입하면서 사실상 댓글 서비스를 종료했다. 대한민국 제1 여론 광장으로 불린 ‘아고라’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사용자 수가 감소해 2019년 1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여성 전용 게시판이었던 미즈넷도 같은 시기 문을 닫았다.

◇다음의 다음 주인은

IT 업계에 따르면 계열사 수를 빠르게 줄이는 카카오가 다음 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업스테이지가 카카오와 다음 인수를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업스테이지의 일정 지분을 받는 대신 다음 지분 100%를 업스테이지에 넘기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업스테이지 입장에선 AI 테스트베드로 다음을 사용할 수 있고, 카카오는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앞으로 업스테이지의 상장을 통한 지분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아직 카카오·업스테이지 모두 별도로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검색 시장이 네이버·구글의 양강 구도로 굳어진 상황에서 다음의 재도약은 쉽지 않다고 분석한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LG전자가 아무리 혁신을 해도 삼성·애플 톱2가 장악한 스마트폰 시장 구조를 깨뜨리지 못했던 것과 비슷하다”면서 “현재 비즈니스 모델로는 다음의 반등이 쉽지 않지만 메일·카페 등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매력을 느끼는 사업자가 있다면 다음을 인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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