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과학기술계 새짜기 분주…5대 과기강국 ‘시동’

2025년 과학기술계 결산...R&D 예산 복원·PBS 폐지 등
과학기술·AI 국가 컨트롤타워 승격...민간 주도 우주시대 열어

지난달 27일 누리호 4차 발사 모습. 항우연 제공.

2025년 과학기술계는 과학기술 근간을 새롭게 세우기 위한 대전환과 과학기술 5대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의 한 해였다.

특히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원으로 확대하고,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연구개발 생태계 혁신에 국가적 역량을 모았다.

과학기술 거버넌스 체계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부총리급 부처로 17년 만에 승격·출범했고,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을 통해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시대의 서막을 여는 등 과학기술계 안팎에서 의미 있는 발걸음을 이어 갔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수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 가속화와 의대 쏠림으로 인한 이공계 인재 공백, 과학기술인의 사기 저하 및 처우 개선 등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표준연 연구자의 연구 모습. 표준연 제공.

◇역대 최대 R&D 예산·PBS 폐지 등 R&D 생태계 혁신

먼저, 지난 5월 출범한 새 정부는 전 정권에서 대폭 삭감된 정부 R&D 예산을 복원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기초연구사업을 예년 수준으로 회복시키고, 연구과제 중단 및 축소 등의 여파로 불안감이 커진 연구환경을 빠르게 안정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이를 위해 내년 정부 R&D 예산으로 35조3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를 편성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년 대비 19.3% 증액된 것으로, 늘어난 R&D 투자는 기술주도 성장과 모두의 성장 실현에 본격 투입된다.

대표적으로 내년 기초연구 사업은 예산과 지원과제 수는 올해보다 크게 늘어 예산 규모는 2조7362억원, 과제수는 1만5800여 개로 각각 전년 대비 17.1%, 28.2% 증가했다. R&D 예산 삭감으로 황폐화된 기초연구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였다.

R&D 생태계 혁신에도 박차를 가했다. 지난 30년 동안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족쇄로 작용해 온 PBS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하고, 포스트-PBS 시대를 열기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출연연의 재정구조를 안정적인 출연금 중심으로 전환하고, 단기·파편화된 연구 시스템을 중장기·임무중심형으로 재편하는 한편 우수 연구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게 포스트-PBS의 골자다.

하지만, 연구현장에서는 정부와 관료 주도의 전략연구사업 운영에 따른 출연연 자율성 훼손, 연구행정 전문화를 명분으로 한 행정통합 추진, 처우개선 및 성과평가 미흡 등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누리호 4차 발사 모습을 지켜보는 항우연 연구진. 항우연 제공.

◇부총리급 부처 승격 및 민간 우주시대… 우수 인재 유출 ‘비상’

새 정부가 과학기술과 인공지능(AI) 주도 성장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움에 따라 지난 10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총리급 부처로 승격됐다. 지난 2008년 폐지된 이후 17년 만에 부총리로 부활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과 AI 분야 범부처 국가 컨트롤타워로서 부처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이를 통해 3대 AI 강국과 5대 과학기술 강국을 향해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우주분야에서도 새 이정표를 써낸 한 해였다. 지난달 27일 새벽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4차 발사에 성공하며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 누리호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큐브위성 12기 등 총 13기의 탑재체를 목표 궤도에 완벽하게 안착시켰다.

1∼3차 발사와 달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조립을 총괄하며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성공적으로 열었다는 평가다. 지난 2일에는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초고해상도 광학관측위성 ‘아리랑 7호’(다목적실용위성 7호)가 발사에 성공하며 발사체와 위성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올 한 해 과학기술계에서는 우수 인재 유출로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정년을 마친 국내 유수 대학의 이공계 교수가 중국 등 해외로 떠나가는가 하면 젊은 국내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 가속화, 이공계 진출 기피 확산 등은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