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대 기후재난탓 보험손실 173조, 개도국 피해는 평가도 어렵다

김기범 기자 2025. 12. 28. 17: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소방당국의 소방 헬기가 맨더빌 캐니언 인근에서 확산하고 있는 팰리세이즈 산불에 물을 뿌리며 진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올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기후 재난 가운데 최악의 재난 10건으로 인한 보험 손실액이 1200억달러(약 173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국제구호단체인 크리스천에이드의 연례보고서 ‘2025년 비용 계산: 기후 붕괴의 해’에 따르면 이같이 나타났다고 27일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최악의 10대 재난으로 꼽힌 태풍, 홍수, 산불, 가뭄 등만을 따진 것이고, 보험을 통해 평가 가능한 액수만 포함된 것이라 세계 전체의 기후 재난으로 인한 손실액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재난 관련 보험 손실액이란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전체 피해 가운데 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을 의미한다. 보험 손실액은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모두 포괄하지는 못하며, 특히 저소득층 피해, 주민들의 생계 수단 상실, 환경 파괴, 이주 비용 등은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는 가장 손실액이 컸던 재난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지역을 덮친 초대형 산불을 꼽았다. 지난 1월 퍼시픽 팰리세이즈와 이튼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산불로 인해 600억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31명이 사망했다. 또 지난달 태국,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베트남, 말레이시아에서는 태풍과 홍수 등으로 인해 1750명 이상이 사망하고, 250억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중국에서는 6~8월 사이 홍수로 수천명이 이재민이 됐고, 약 117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인도, 파키스탄에서는 6~9월 사이 발생한 홍수로 186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태풍 카지키로 인해 홍수가 발생한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민들이 오토바이를 밀고 있다. AP연합뉴스

보고서는 이밖에 지난 1~6월 사이 브라질에서 발생한 가뭄, 2월 호주를 덮친 태풍과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사이클론, 7월에 미 텍사스에서 발생한 홍수, 지난 10월 자메이카와 쿠바, 바하마제도 등을 덮친 허리케인, 지난달 필리핀에 큰 피해를 입힌 태풍 등을 꼽았다.

이 같은 기후 재난에 대해 조애너 헤이 런던임페리얼칼리지 대기물리학 명예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인간이 만든 기후 위기로 인해 피해 사례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는 이미 해결 방법을 알고 있는 위기에 대해 점점 더 높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서 “이러한 재난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며 지속적인 화석 연료의 확장과 정치적 지연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보고서는 개발도상국 등에서는 보험 손실액 평가조차 어려운 상황인 경우가 많으며, 이들 국가 주민들의 피해 중에서는 체계적으로 집계되지 않는 손실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기후 재난에 대한 대비는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가디언은 지난달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부유한 국가들은 빈국들이 극한 기후의 영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 규모를 3배로 늘리기로 합의했지만, 2035년까지 1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같은 증액은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에는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패트릭 와트 크리스천에이드 대표는 가디언에 “극한 기상에 따른 청구액은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할 때까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