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놀이터-2〉‘시한부’ 패밀리랜드 vs ‘일상 공원’ 대전 오월드

정유철 기자 2025. 12. 2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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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놀이터' 오월드 가보니
2004년 대전도시공사 전면 인수
시민들 "대전 대표적인 자랑거리"
연간 이용객 75만명…광주 2배 차
"연 100억 손해봐도 공공성 중시"
지난 7월 대전오월드에는 무더위 속에서도 약 800명의 관람객이 놀이시설 등을 즐겼다. 사진은 대전오월드 내부. 시설·도보 등 말끔하게 정리 돼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유철 기자

노후화에 더해 사실상 '시한부 6개월'을 선고받은 광주 패밀리랜드와 달리, 대전 오월드는 충청·대전권을 대표하는 놀이시설이자 공원으로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흑자를 내기 힘든 놀이공원 사업임에도 여가·문화활동을 '공적 영역'으로 인식한 대전광역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적극 나서 시설을 인수·운영하면서 연간 70만명대 방문객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공공형 놀이시설 운영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매년 100억원 가까이 달한 점은 풀어야할 과제로 꼽힌다.
대전오월드 전경. 대전TV 캡쳐

충청·대전민의 자랑거리 된 '오월드'
"연간 회원권을 끊고 다니고 있다. 대전의 대표적인 공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7월 오월드를 찾은 이현승(53)씨는 지역민들이 인식하는 오월드를 이렇게 표현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7~8월 여름철 하루 평균 방문객은 800여명, 성수기에는 하루 최대 8000명에 달한다. 오월드는 대전 시민들에게 일상적으로 찾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대전 시민 정우엽(40)씨는 "연간 이용권을 끊고 두 주에 한 번꼴로 아이와 함께 찾는다"며 "이런 공간이 없으면 아이들과 어디서 놀아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오월드 내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62)씨도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3000명 정도가 카페를 찾는다"며 "계절 편차는 있지만 방문객 흐름은 꾸준한 편"이라고 전했다.
대전오월드 입구 주차장 모습.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연간 75만명 방문…광주와 격차
23일 대전도시공사에 따르면 오월드는 2021년 누적 방문객 20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방문객 수는 75만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연간 방문객이 30만명 안팎인 광주 패밀리랜드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오월드는 대전뿐 아니라 세종·충북 등 충청권 주민들도 찾는 대표적인 지역 놀이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대전오월드 '사파리'에서 동물을 구경하는 방문객들. 

20년 공공 운영…즐길거리 확장
오월드는 2002년 민·관 합동으로 개장한 뒤 2004년 대전도시공사가 전면 인수해 20년 넘게 공공 운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주랜드 △플라워랜드 △조이랜드 △버드랜드 △나이트 유니버스 등 5개 공간으로 구성된 복합 테마공원으로, 동물원·놀이시설·자연 체험·야간 콘텐츠를 한 공간에 집약했다.

사자와 호랑이, 한국늑대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사파리를 비롯해 후룸라이드, 자이언트드롭 등 놀이시설 19개 기종을 운영하고 있다. 여름철 물놀이장과 야간 '나이트 유니버스' 콘텐츠도 꾸준히 확장해왔다.

교통 접근성 역시 차이를 보인다. 오월드는 대전역에서 약 20분 거리로 다수의 버스 노선과 종점 정류장을 갖췄다. 반면 광주 패밀리랜드는 10분 이내 배차 노선이 제한적이다.
 '사파리'는 대전오월드가 자랑하는 핵심 콘텐츠다. 사파리 관람객인 한 어린이가 사자를 바라보고 있다.

공공운영 탓 연 '100억 적자' 걸림돌
누적 적자는 과제로 남아 있다. 100명이 넘는 정규직 인력과 동물원·놀이시설·사파리를 동시에 운영하는 구조로 매년 약 1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전도시공사 관계자는 "민간이 운영했다면 진작 문을 닫았을 구조"라며 "오월드가 유지되는 이유는 단순한 수익사업이 아닌 지역의 공공 여가·문화 서비스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이전에는 연간 100만명의 방문객을 기록할 정도로 중부권을 대표하는 놀이시설이었다"며 "경주월드나 대구 이월드처럼 민간 운영으로 대형 신규 놀이기구를 도입한 곳과 달리, 오월드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요 고객층은 3~40대 가족 단위로, 체류형 콘텐츠가 강점인 만큼 전국의 민간 놀이공원과 비슷한 입장권 현실화와 대전시의 제도화된 적자 보전 기준이 마련된다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