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가을장마에 이은 초겨울 잦은 고온···강원도 겨울 축제 ‘비상’

최승현 기자 2025. 12. 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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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강원 인제군 남면 소양호 상류 부평지구의 ‘빙어호’ 둔치에서 한 주민이 얼음이 얼지 않은 강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빙어호는 겨울철 빙어 얼음낚시를 테마로 한 ‘인제 빙어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최승현 기자

“아직도 강물이 얼지 않았는데 어떻게 얼음낚시를 테마로 한 겨울 축제를 진행할 수 있겠어요”

28일 찾은 강원 인제군 남면 소양호 상류 부평지구의 ‘빙어호’. 이곳은 매년 1월이 되면 지자체 겨울축제의 원조격인 ‘인제 빙어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이날 칼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2~3도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강물 본류는 전혀 얼어붙지 않은 상태였다. 가장자리에 살얼음이 조금 덮였을 뿐이다. 인적이 끊겨 휑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낚시 동호회원들과 관광객이 빙어 얼음낚시를 즐기느라 북새통을 이뤘던 몇해 전 겨울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인제군과 인제군문화재단은 최근 기상 여건 등을 고려해 2026년 1월 빙어호 일원에서 개최하려던 빙어축제를 결국 취소하기로 했다. 2024년부터 내리 3년 연속 축제가 취소된 것이다. 빙어호를 살펴보던 한 주민은 “얼음이 얼지 않아 또 축제가 무산돼 안타까운 마음에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간다”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빙어축제가 무산된 것은 이례적인 가을장마로 소양강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초겨울 잦은 고온 현상 등으로 축제장 조성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축제를 주관하는 인제군문화재단에 따르면 지역의 지리적 특성상 소양강댐 수위가 183m 이하여야 빙어 축제장을 안정적으로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28일 오전 11시 기준 소양강댐 수위는 186.84m로 예년(177.63m)보다 9m 이상 높은 상태다.

2023년 1월 강원 인제군 남면 소양호 상류인 빙어호 일원에서 열린 ‘인제 빙어축제’ 모습. 인제군 제공

지난 10월 20여 일 가량 이어진 가을장마 등의 영향으로 소양강댐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고, 빙어 축제 행사장으로 써야 할 빙어호 둔치 일부가 물에 잠기는 일까지 벌어졌다.

인제군 관계자는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불가피하게 빙어축제를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라며 “앞으로 기상 여건과 관계없이 축제를 지속해서 개최하기 위해 축제 장소 변경과 얼음낚시 대안프로그램 마련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인제 빙어축제뿐 아니라 평창 송어축제 등 다른 겨울 축제도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축제 일정을 조정하는 등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평창송어축제 위원회는 2026년 1월 1일~2월 2일 개최할 예정이던 ‘평창 송어축제’ 일정을 1월 9일~2월 9일로 변경했다. 얼음낚시를 진행하려면 얼음두께가 20㎝ 이상 되어야 하는데 이달 중순부터 낮 기온이 영상 10도에 육박하고, 비까지 내리면서 얼음 두께가 10여㎝에 불과해 어쩔 수 없이 축제 개막일을 1주일 이상 뒤로 미뤘다.

평창송어축제위원회 윤승일 본부장(64)은 “축제장인 오대천 일대의 얼음 두께가 얼음낚시에 필요한 기준에 미치지 못해 부득이하게 축제 개막을 연기하게 됐다”라며 “얼음 상태와 기상 상황 등을 꼼꼼하게 점검해 안전한 환경이 조성된 이후 축제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3년 겨울 이례적인 폭우로 ‘홍천강 꽁꽁 축제’의 얼음 낚시터 둑이 유실되는 일을 겪었던 홍천군과 홍천문화재단은 이상기후로 축제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에 대비해 부교 낚시와 실내 낚시 등 대안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매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해 2000억 원대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를 거두는 등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강원도 내 주요 겨울 축제가 이상기후로 취소 또는 연기되자 지역주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겨울 축제가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 판매에도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며 “주요 축제를 개최하는 시·군과 협의해 이상기후를 극복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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