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픽셀 장벽' 넘어야 산다? AI가 던진 숙제 [스터디+]

조서영 기자 2025. 12. 2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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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 조의 경알못 스터디카페
AI 요약 기능 확대하고 있어
AI브리핑, AI개요 등 각양각색
1200픽셀 밖 나가면 검색 안돼
포털 강해지고 미디어 약해질 듯

검색 엔진이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요약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여러 사이트를 탐색하지 않아도 간편하게 검색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이용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들의 자리가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200픽셀의 장벽'은 이를 잘 보여주는 신조어다.

AI 요약 기능이 검색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3000만명 이상이 인공지능(AI) 브리핑을 사용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3분기 네이버의 'AI 브리핑' 성과를 발표했다. AI 브리핑은 네이버의 AI 검색 서비스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검색 결과 상단에 핵심 정보를 요약해주고, 관련 콘텐츠로 연결하는 링크를 제공한다. 구글의 'AI 개요'와 비슷한 기능이다.

[※참고: 네이버·구글 등 포털마다 'AI 요약'을 일컫는 '타이틀'이 다르다. 언급한 것처럼 네이버는 AI 브리핑, 구글은 AI 개요라고 부른다.]

이런 AI 기능은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러 포스트와 기사에 접속하지 않아도 손쉽게 궁금한 점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네이버 검색 창에 '별 관찰하기 좋은 곳'이라 검색하면 AI 브리핑이 국내외 명소를 정리해 준다. 별을 잘 관측할 수 있는 팁과 별자리 찾는 법도 제공하며 여기에 별 관찰 후기가 담긴 네이버 블로그 링크도 첨부한다.

■ 비중 커진 AI 검색 = 네이버만의 얘기는 아니다. 포털에서 'AI 요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몰라보게 커졌다. 네이버의 AI 브리핑 비중은 12월 11일 기준 전체 검색량의 20%를 돌파했다. 구글의 AI 개요 비중은 20.5%에 달한다.

당연히 이용자의 검색 방식도 달라졌다. AI 요약을 활용하는 비중이 확대하면서 원본 데이터가 있는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는 이용자가 부쩍 늘어났다. 영국 일간지 더가디언은 "AI 요약을 제공하는 검색 결과에서 웹사이트 클릭률은 데스크톱과 모바일 각각 56.1%, 48.2%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검색 엔진 소프트웨어 기업 '어소리타스(Authoritas)'는 이렇게 분석했다. "검색 결과에서 최상단을 차지하던 사이트가 AI 요약 아래에 표시될 경우 트래픽을 79%가량 잃을 수 있다. AI 요약의 세부 정보를 클릭하면 기존 웹사이트들은 화면에서 평균 1255픽셀 밀려 내려간다." 어소리타스의 분석이 '1200픽셀의 장벽'이란 말이 나온 배경인데, 그렇다면 픽셀이 검색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배경은 뭘까.

■ 1200픽셀 장벽이 뭐기에 = 먼저 정의부터 살펴보자. 픽셀이란 디스플레이에 표현되는 최소한의 점으로, '화소'라고도 부른다. 이 픽셀이 화면의 가로와 세로에 몇개 들어가는지에 따라 해상도가 결정된다.

데스크톱은 1920x1080(가로 1920픽셀·세로 1080픽셀) 해상도를 사용한다. 이용자가 스크롤을 내리지 않고 볼 수 있는 화면이 최대치가 1080픽셀이란 거다.

[자료 | 네이버, 서치엔진저널, 어소리타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점에서 AI 요약이 차지하는 평균 1200픽셀은 의미가 크다. '스크롤 없이 볼 수 있는 부분(Above the fold)'을 AI 요약이 독차지할 수 있어서다. 디지털 공간에서 스크롤 없이 볼 수 있는 부분은 이용자 체류 시간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사용자경험(UX) 컨설팅 회사 '닐슨노먼 그룹'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검색 시간의 57%를 스크롤 없이 볼 수 있는 부분에 할애했다. 스크롤할지 페이지를 나갈지 결정하는 시간은 15초 이내였다. 스크롤 아래로 밀려날 위기에 몰린 미디어들이 AI 요약에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가이언은 "구글의 AI 개요가 미디어 소유주들 사이에서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며 "관련 일로 영국 경쟁시장 당국엔 법적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비영리 단체 폭스글로브의 대표 로사 컬링은 "(구글의) AI 개요는 독립 뉴스 산업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들은 수익을 위해 각 언론사의 기사를 이용하며 언론 매체들이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AI 요약 이후 검색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c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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