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통합이 필요한 딱 한 가지 이유! [연금 구조개혁]⑦

■ 공적연금을 통한 상부상조 '소득재분배'
공적연금이 사적연금과 다른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소득재분배'를 한다는 점이다. 공적연금은 내가 낸 돈을 그대로 받는 게 아니다.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고소득자는 낸 돈에 비해 덜 받고, 저소득자는 좀 더 받는 구조이다. 고소득자는 자신의 연금 일부를 저소득자에게 나눠주는데 이를 '소득재분배' 기능이라고 한다. 공적연금에 가입한 국민들이 '상부상조'하도록 제도가 설계된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빈부 격차를 완화하고 국민적 통합이라는 정신을 구현하는 셈이다.
한국의 공적연금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민연금이고 또 하나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군인이 가입하는 특수직역연금(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이다. 두 공적연금이 분리돼 있어 소득재분배 기능도 함께 분리돼 있다. 2024년 기준 국민연금의 월평균 급여액은 약 65만 원인데 비해 공무원연금은 약 274만 원으로 4배 이상 많다. 매년 한 번씩 공무원연금의 평균 연금 급여액이 발표되면 국민들은 '왜 공무원만 연금이 그렇게 후하냐?'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공무원도 국민과 똑같이 받아야 한다는 연금 통합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연금제도를 조금만 공부해도 이게 힘든 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공무원연금의 경우 국민연금과 같은 연금 기능과 함께 공무원의 퇴직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2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은 일반 퇴직금의 39% 정도를 퇴직수당으로 받고 나머지는 연금을 통해 받는 개념임) 기여금도 공무원은 소득의 18%를 내지만 국민연금 가입자는 현행 제도에선 9%만 냈다.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에 기분이 상할 수도 있지만 이미 엄청난 적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공무원연금을 그대로 통합하면 국민연금 재정이 오히려 악화할 우려도 있다.
■ 저소득층 지원에서 빠진 공무원 등 특수 직역 260만 명
연금 통합이 매우 어려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특수직역연금 가입자(공무원, 교직원,군인)를 국민연금에 통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소득재분배'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특수직역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다가 2015년 연금 개혁 이후 만들어지긴 했다. 그러나 이는 특수직역연금 가입자 내에서만 이뤄진다. 비교적 소득이 고르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직업군이 그들끼리만 재분배하는 것이다. 연금 수령액만 보면 가장 고소득자에 속하는 약 260만 명(수급자 포함)이 날로 심각해지는 우리 사회 저소득층 지원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전체 가입자의 평균 월급(기준소득월액)은 2024년 기준 554만 원이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국민연금 A값) 약 299만 원과 큰 차이가 난다. 공무원연금 가입자 숫자를 월급(기준소득월액) 구간에 따라 살펴보면, 전체 공무원의 약 10%(주로 중도 퇴직한 사람일 가능성 큼)를 제외하면 90%의 공무원이 국민연금의 평균 월급 즉 A값 이상임을 알 수 있다. 국민연금은 200만 원 미만 월급을 받는 사람이 거의 30%지만 공무원연금 가입자는 0.09%에 불과하다. 두 공적연금 가입자의 소득 수준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 약 30%의 평균 소득은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다. 이런 현실은 공무원 집단과 달리 국민연금 가입자 중에 저소득층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또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이런 이유를 떠나 IMF 시대를 지나며 직장 근로자는 정년이 짧아지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많은 청년층, 돈 버는 기간이 짧은 여성과 농어업인 등 우리 사회 저소득층은 날로 확대돼 왔다. 반대로 공무원의 처우는 상대적으로 향상됐다.
■ 연금 저소득층 지원은 모두 국민연금의 직장 가입자에게 떠넘겨
이는 1999년 김대중 정부 당시 약 900만 명에 이르는 도시 영세자영업자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국민연금 대상자에 대거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명실상부한 '전 국민 연금 시대'가 개막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전 국민'에서 확실한 중상위 급여를 받는 공무원과 교직원 등이 단체로 빠진 채 더 이상의 연금 통합 논의는 사라졌다. 빈부 격차가 가장 큰 사회 문제로 커졌지만, 사회 지도층인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들이 남의 나라 국민인 것처럼 존재하는 연금제는 앞으로 여러 부작용을 나타낼 소지가 크다.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자기 월급의 절반은 본인 월급대로, 나머지 절반은 전체 가입자의 평균 급여에 맞춰 연금액이 책정되는 것이다. 소득이 평균보다 높은 사람은 연금액이 감액되고 낮은 사람은 연금액이 증액된다. 예를 들어 월 급여가 617만 원(2024년 기준 국민연금 상한선)인 가입자는 40년 동안 기여금(보험료)을 내면 자기 월급의 40%인 약 247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소득재분배 공식에 따라 자기 소득(617만 원)의 절반만 소득 비례로(123만 원) 받고 나머지 절반은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334만 원)의 40%인 67만 원을 받아 실제 연금은 약 190만 원을 받게 된다. 소득 비례로 계산했을 때보다 약 57만 원(소득비례 연금의 약 23%)을 저소득층에 양보하는 것이다. (위 그림 참조)
이는 연금 기준 최고 소득자가 자기 연금의 약 23%나 되는 돈을 사회에 기여하는 셈인데, OECD 연금보고서는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전 세계적으로도 월등히 높은 편이라고 평가한다. 정부가 저소득층의 연금을 보충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가운데 급여가 유리 지갑인 일반 직장 근로자들이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부담을 나 홀로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최고 소득자 중 상당수는 기초연금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 국민연금 모수개혁으로 특수직역연금과 같아진 부담금
국민과 공무원의 연금 차이가 공론화되면 공무원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저희는 보험료를 두 배나 더 내잖아요."였다. 그러나 지난 3월 단행된 국민연금 모수개혁으로 2033년에는 국민연금의 기여금(보험료)이 13%로 오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직장 가입자는 월급의 8.3%가 쌓이는 퇴직금을 합쳐 자기 소득의 약 21.3%를 노후 소득을 위해 저축하고 있는 셈이 된다. 공무원의 경우 연금 기여금이 18%이고 퇴직수당(민간의 약 39% 수준)을 기여금으로 환산한 약 3.2%를 더해 총 21.2%를 쓰고 있다.
퇴직금이 없는 농어업인이나 자영업자를 제외하고 직장에 다니는 국민연금 가입자는 앞으로 공무원과 똑같은 수준으로 노후소득을 준비하게 된다. 그런데도 공무원과 큰 차이가 나는 연금 급여는 두 연금이 불공평하다는 여론을 더 키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정부가 공무원연금의 기여금 9%와 퇴직수당 3.2%를 재정에서 부담하면서도 은퇴한 공무원의 연금 적자분을 메워 주기 위해 수조 원의 보전금을 추가로 국민 세금에서 내어주는 문제에 대해 국민적 저항감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2033년까지 국민연금의 기여금(보험료)이 오르고 있는 이 시기에 특수직역연금의 개혁이나 국민연금과의 통합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연금의 적자가 더 커지고 사학연금까지 재정적자가 시작되면 미래 국민에겐 또다른 세금 폭탄이 될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안에 있는 퇴직금을 사기업처럼 지급하거나 퇴직연금식으로 미리미리 해결하는 것을 고려해 볼만하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으로 큰돈을 벌고 있는 만큼 공무원연금의 미적립부채를 정부가 시간표를 정해 해소해 가면서 국민연금과의 재정 통합을 생각해 볼 여지도 있다. 공무원연금은 당장 적자이지만 국민연금은 보험료 수입 외에도 기금운용 수익을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제가 구조개혁만을 마련하고 있는 국회 연금 특위와 이재명 정부의 몫이다.
■ OECD도 제안한 공적연금의 통합 권고
지난 2022년 OECD가 내놓은 한국의 공적연금에 대한 정책 제안 속에는 정부가 저소득층의 노후소득 문제를 전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재정을 쓸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OECD는 또 전 세계적으로 공무원연금을 일반 공적연금에서 완전히 분리해 운영하는 나라는 4개 나라밖에 남지 않았다고 파악했다. 따라서 공적연금을 별도로 관리하는 비효율성을 감안할 때 공적연금을 하나로 통합하는 게 전 세계적인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도 공적연금 통합을 고려하라는 권고였다.
현대 국가는 가장 큰 사회문제로 대두된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꼭 OECD의 제언이 아니더라도 200만 명이 넘는 우리 사회의 지도층 그룹이 완전히 다른 연금제도에 머물며 일반 국민이 고혈을 짜내며 시행하고 있는 연금의 소득재분배에서 몽땅 빠져 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의롭지 않다. 공적연금이 사적연금과 다른 것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통해 국민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상부상조하자는 큰 취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구조개혁 연속 기획] 국가 경제와 국민연금 함께 갈 수 있을까?
추락한 일본 경제? 한국 앞날이 더 암울하다 [연금 구조개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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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중 기자 (i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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