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지지율 '홍명보호', 역대 최대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넘어설 수 있을까 [Deep&wide]

2025. 12. 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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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동준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26년 FIFA 북중미 월드컵 A조에 속했다. A조에는 대한민국 외에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유럽 플레이오프 D패스 우승팀이 포함된다. FIFA랭킹 23위인 대한민국 입장에선 무난한 조 편성이다. 이번 대회는 각 조 1, 2위팀은 32강 직행, 조 3위는 총 12개팀 중 상위 8위 안에 들면 32강에 합류할 수 있다.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A조에서 대한민국은 조 1, 2위 전력으로는 분류된다. 멕시코와 유럽팀이 경쟁자로 꼽히는데 유럽 D패스에는 체코-아일랜드-덴마크-북마케도니아가 속해 있다. 그중 누가 합류하든 절대적 강자는 없다.

대한민국은 최근 11회 연속 본선 진출국이다. 최초 참가인 1954년 스위스 월드컵까지 더하면 총 12번째 본선 무대다. 그런데 개최국과 한 조에 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A조 4개팀은 모든 경기를 멕시코에서 치른다. 북중미 공동 개최 월드컵이지만, 적어도 조별리그만큼은 대한민국 홍명보호에 '멕시코 월드컵'인 셈이다. 홍명보호는 개최국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맞붙는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대회는 필연적으로 고지대에 대한 적응을 필요로 한다.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이동하는 경우, 산소가 부족한 환경 적응을 위한 헤모글로빈 생성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건 경기 일정이 상대적 고지대(과달라하라)에서 저지대(멕시코시티) 순으로 정해진 것. 반대의 경우보다 경기력 유지가 더 수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1983년 FIFA 청소년 월드컵 당시의 한국 대표팀과 박종환(오른쪽 끝)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한민국은 멕시코에서 축구로 성과를 낸 기억이 있다. 오래전이지만 1983년 FIFA 청소년월드컵(현 U20 월드컵의 전신)에서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대표팀이 4강 신화를 썼다. 당시 박종환호는 공교롭게도 개최국 멕시코와 같은 A조에 편성돼 2차전에서 멕시코를 만나 선제골을 내줬지만, 노인우-신연호의 연속골로 역전승을 거두며 조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4강까지 올랐다.

멕시코는 대한민국 축구가 메이저 대회에서 역사상 첫 승리를 거둔 상대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첫 상대 멕시코에 5-3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사흘 뒤 열린 8강전에서 그 대회 금메달리스트가 된 스웨덴에 0-12로 대패하며 탈락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전반 27분 하석주(가운데) 선수가 절묘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고 동료 선수들과 기뻐하며 달려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멕시코는 이후 우리에게 천적 같은 존재가 됐다. 대한민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첫 경기에서 선제골(하석주)을 넣고도 1-3 역전패를 당했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2차전에서 만나 1-2로 패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때는 8강에서 3-6 참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멕시코 축구가 현재 암흑기라는 평이 있고, 지난 9월 평가전에서 우리가 2-2로 비긴 경험이 있긴 하지만, 개최국 프리미엄을 더하지 않아도 우리에겐 가장 까다로운 상대다.

첫 경기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FIFA랭킹이 가장 높은 덴마크의 본선행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본다. FIFA랭킹 21위인 덴마크는 유럽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스코틀랜드에 대역전패를 당하며 플레이오프로 미끄러졌다. 손흥민의 옛 토트넘 동료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좋은 선수들이 많다. 나머지 3개팀, 체코 아일랜드 북마케도니아 역시 만만찮은 팀들이지만 다른 조에 들어간 유럽 팀들에 비하면 강하다고 볼 수 없다.

마지막 상대인 FIFA랭킹 62위 남아공은 A조 최약체로 꼽힌다. 자국리그 소속 선수들이 대다수인 스쿼드를 벨기에 출신 베테랑 감독 위고 브로스가 이끌고 있다. 다만 조직력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프리카 예선에서 강호 나이지리아를 탈락시키고, 올라온 만만찮은 팀이다. 현재 진행 중인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중이다. 프리미어리거 공격수 라일 포스터와 최근 MLS 시카고 파이어로 이적한 2005년생 단신 센터백 음보카지의 기량이 매섭다. 음보카지가 최후방에서 왼발로 뿌려주는 롱패스가 우리 수비진을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역대 가장 무난한 조라는 평가도 가능하지만, 메이저대회 조별리그는 결국 상대성 싸움이다. 절대 강자 한 팀이 3승을 거두고 나머지 3팀이 승패를 다투는 편이 오히려 더 수월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전체 참가팀의 50%만 조별리그를 통과하던 이전 대회에 비하면, 48개국 가운데 32개국(67%)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이번 대회는 분명히 문턱이 더 낮아졌다. 'FIFA랭킹 22위' 대한민국에 32강 진출은 경우의 수도 필요없는 기본 옵션이 되어야 한다.

11월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관중석 곳곳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홍명보호가 넘어야 할 벽은 상대가 아닌 내부에 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비롯된 논란은 대한축구협회와 축구대표팀, 특히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으로 전이됐다. 이 과정에서 축구팬들은 대표팀에 온전한 응원을 보내지 않고 있다.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 김민재, 이재성, 황인범 등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스쿼드를 구성했지만, A매치 관중 수는 급감한 상태다. 대한축구협회가 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진행한 출정식도 이번엔 개최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역대 월드컵 가운데 가장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표팀이 최대 규모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궁금하다.

서형욱 MBC축구해설위원 유튜브 '뽈리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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