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나한 내란전담재판부법,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 [취재파일]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는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이하 '내란전담재판부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습니다. 지난 8월 "내란특별재판부법"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이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한 이후 줄곧 위헌 논란에 휩싸여왔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본회의에 의결된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위헌이라고 단정할 정도의 내용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최초 발의된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등을 거치면서 조항이 조금씩 순화됐고, 결정적으로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핵심 내용이 대폭 수정되면서 위헌성이 결정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내란전담재판부법은 그동안 법원이 판사들의 사무를 분담해 왔던 방식과 큰 차이가 없는 내용으로 채워지게 됐습니다. 법원이 하던 대로 하도록 허용하는 법이 된 것입니다. 하나마나한 법, 있으나 없으나 별다른 차이가 없는 법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내란전담재판부법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유해성도 없는 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안의 내용이 무해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취지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앞으로의 일에 너무나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란특별재판부법으로 시작된 법안…처음부터 제기된 위헌성 논란

전현희 의원이 언급한 법안은 박찬대 의원 등 115명이 7월 8일에 발의한 「12.3 비상계엄의 후속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었습니다. 이 법안에는 내란 혐의 사건 재판을 "특별재판부"가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었습니다. 법안의 문언을 봐도, 그리고 전현희 의원 등의 기자회견 발언을 봐도, 민주당이 적어도 8월 말까지는 '내란전담재판부'가 아니라 '내란특별재판부'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곧바로 위헌이라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은 "특별재판부" 설치 자체가 위헌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특별재판부"는 사실상의 특별법원으로 볼 수 있는데, 헌법에 명시적 근거가 없는 특별법원의 설치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1항)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내란전담재판부법안'이 위헌성을 지적받은 3가지 이유

⓵ 이미 진행되고 있는 1심 재판의 재판부를 새롭게 도입하는 법률에 의해 구성되는 '전담재판부'로 교체하는 것. 즉 국회가 법률을 만들어서 진행 중인 사건의 재판부를 교체하는 것.
② 법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추천위원회가 내란 전담재판부를 구성할 판사들을 사실상 결정하도록 하는 것. 즉 구체적 사건에 대한 배당 절차에 법원 외부 인사가 개입하는 것.
⓷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이라는 특정 사건을 담당할 법관을 사후적으로 지정함으로써 사전에 일반적으로 정해진 원칙에 따라 사건 담당 판사를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한 점. 즉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
이 가운데 적어도 ⓵번이 위헌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양심을 가진 헌법 전문가 중 다른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평소 정치적으로 민주당을 강력하게 지지하던 전문가들조차도 ⓵번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할 뿐 '합헌'이라는 주장을 하지는 못 했습니다. ②와 ⓷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물론 다수의 헌법 전문가들이 위헌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름'까지 바꾸며 위헌성을 줄인 내란전담재판부법안

그러자 민주당 측은 국회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하기 직전에 법안을 다시 한번 대대적으로 뜯어고쳤습니다. 여전히 위헌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던 ②번 문제와 ⓷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법안의 '이름'까지 바꿔버렸습니다. 핵심 변경 사항은 아래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법안의 적용 대상이 되는 '대상사건'을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반란 사건에서 일반적인 "내란·외환·반란" 사건으로 바꿨습니다.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이라는 특정 사건을 관할하는 재판부가 아니라 12·3 비상계엄 관련 여부와 무관하게 내란·외환·반란 사건을 일반적으로 관할하는 재판부를 구성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이로써 특정 사건 재판을 위해 만들어지는 법안이라는 성격을 약화시켰습니다. 이를 위해 법안 이름에서도 특정 사건에 대한 언급을 삭제했습니다.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법사위 의결안)에서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으로 변경했습니다.
㉯ 전담재판부 구성 절차를 법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법관 추천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하는 조항을 수정했습니다. 이미 법원에 설치되어 있는 사무분담위원회가 담당하게 했습니다. 사무분담위원회는 대부분의 법원에 원래 설치되어 있는 기구로서 각급 판사 대표들로 구성됩니다. 판사 정기 인사가 있거나 재판부 신설되는 경우 등에 어떤 판사를 어느 재판부에 배치할지를 (사무분담)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기능을 합니다.
㉰ 그런데 사무분담위원회가 마련한 사무분담안, 즉 내란전담재판부를 몇 개나 만들고, 전담재판부에 어떤 판사를 배치할지에 대한 방안에 대한 사실상의 최종 승인 권한을 해당 법원 전체 판사회의가 행사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원래 대법원 규칙 등에 따르면 법관의 사무분담에 대한 최종적 결정권은 법원장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서는 법원장 대신 판사회의가 사실상의 최종적 권한(의결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럴 거면 법안을 왜 만들었나?

민주당 측은 내란 혐의 사건 재판에 대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영향력을 차단했다는 점을 법안의 가장 큰 의미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란 혐의 사건 재판을 '법원 내부로부터 독립'시켰다는 것입니다. 내란 혐의 사건 담당할 재판부에 어떤 판사를 배치할 것인지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한 법원장(들)이 결정할 수 없게 함으로써 조희대 대법원장의 영향력을 차단했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주장의 취지는 이렇습니다. 판사들이 새로 인사 발령을 받거나 새로운 예규 등에 따라 전담재판부가 – 예를 들어 식품 및 보건 전담재판부 – 신설될 경우 해당 법원에 설치된 사무분담위원회가 실무적으로 판사 배치안을 마련합니다. 하지만 판사의 재판부 배치에 대한 권한은 법원장에게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사무분담위원회가 마련한 사무분담안(재판부 신설안과 판사 배치안)을 법원장이 승인하는 형식으로 판사 배치가 이뤄집니다. 그런데 내란전담재판부법에서는 사무분담위원회가 실무적으로 사무분담안을 마련하는 절차까지는 기존 절차와 동일하더라도,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에 대한 사실상의 최종 결정권(의결권)을 법원장이 아니라 해당 법원 전체 판사회의가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이 임명한 법원장이 아니라 전체 판사 회의가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에 대한 최종적인 권한을 사실상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측은 법원장을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 혐의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는 '명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은 애초 절차에서도 사건배당이 무작위로 이뤄졌으므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었다는 입장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법원에서 사무가 분담을 정해온 절차에 비춰볼 때, 내란전담재판부법이 도입됨으로써 재판 진행이나 사무분담과 관련해 유의미한 차이가 생겼다는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판사들의 사무분담에 대한 최종적 권한이 법원장에게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무분담위원회의 사무분담에 대한 의견을 법원장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법원장이 사무분담위원회가 마련한 방안을 재량에 따라 수정하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법원에서는 사무분담위원회에 (법원장의 뜻을 반영하는 인물로 해석되는) 수석부장판사가 참여합니다. 수석부장판사가 사무분담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법원도 많습니다. 나아가 내란전담재판부 관련 사무분담에 대한 의결권을 가지게 되는 전체 판사회의는 보통 구성원이 대단히 많습니다. 내란전담재판부법의 주된 적용 대상이 되는 서울고등법원의 경우 150명이 넘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회의체가 사무분담위원회가 마련한 안을 실질적으로 변경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내란전담재판부법안에 따라 사무분담에 대한 최종적 결정권을 법원장이 아니라 판사회의가 행사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법원이 그동안 해왔던 방식과 달라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입니다. 정말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내란전담재판부법안에 대한 국회 최종 수정안(본회의 수정안)이 발표되기 이전인 12월 19일에 대법원이 발표한 예규(안)처럼 무작위 배당의 성격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더욱 적절했을 것이라는 의견마저 나옵니다.
하나마나한 법안…그러나 '위험한 선례'가 생겼다

여러 차례의 수정 끝에 내란전담재판부법안에서 위헌성이 상당 부분 제거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내란전담재판부법안은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특정 사건의 재판 진행이 국회 다수파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법률을 만들어 재판부 구성 등에 개입할 수 있다는 사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다른 정치 세력도 일단 국회 다수파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 비슷한 방식의 법안을 추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다음에 비슷한 법안을 추진할 '국회 다수파'는 민주당이 애초에 통과시키려고 했던 것과 같은 내용의 법안을 실제로 통과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희극으로 끝났지만, 다음번에는 역사가 비극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경우에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란전담재판부법안을 처음부터 옹호했던 사람들은 마찬가지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미래에 국회 다수 의석을 장악할 정치 세력이 내란전담재판부법의 선례를 악용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임찬종 법조전문기자 cjy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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