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최고 0.75%로 상승…일본 기준금리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뉴스 쉽게보기]
![서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28/mk/20251228220301864igfp.png)
일본이 경제적으로 중요한 국가이긴 해도, 한 나라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정도 올린 게 엄청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엔화가 미국 달러만큼 영향력 있는 통화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생각보다 이번 결정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예요. 왜 전 세계 언론과 금융계는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주목하는 걸까요?

이렇게 극단적 저금리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펼친 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였어요. 워낙 오랫동안 경기 침체를 겪은 탓에 최근 몇 년간 다른 나라들이 높은 물가 상승률을 낮추려고 금리를 올릴 때도 일본은 ‘경제 활성화가 먼저’라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어요.
기준금리가 0%에 가까운 저금리 상황에선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은 줄어들고, 돈을 빌려 투자하는 사람은 늘어나게 돼요. 돈을 가만히 은행에 보관하면 이자가 없는 셈이니까요. 돈을 여기저기 쓰고 투자하며 경제를 활성화하도록 유도하는 유동성(돈) 공급 효과가 있는 거예요.
일본은 이런 선택을 할 만했어요. 경기 활력이 너무 떨어져서 다른 나라들이 물가 상승을 걱정할 때 오히려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고, 경기 침체로 근로자 임금이 오르지 않아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했거든요.
2023년에는 25년 만에 한국보다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지난해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밝힌 정규직 평균 임금 인상률(5.28%)은 1991년 이후 가장 높았어요. 엔화 가치가 낮아지는 엔저 현상에 힘입어 수출기업이 좋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큰 폭의 임금 인상이 이뤄진 거예요.

일본은행이 말했던 ‘근로자 임금과 물가 상승’이라는 기준금리 인상의 조건이 충족된 셈이에요. 또한 초저금리 탓에 엔화 가치가 낮아지는 ‘엔저’ 현상이 지속되며 수입 물가가 꾸준히 오른 점도 부담이 됐어요. 금리는 ‘돈의 가치’와도 같으니, 금리가 0%인 엔화보다는 3%~4%대였던 미국 달러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거든요. 엔화 가치가 낮아지면 달러로 사야 하는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요. 안 그래도 상승세인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는 거죠.
세계 경제는 일본은행의 결정을 보며 잔뜩 긴장하고 있어요. 일본 내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이지만, 사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은 세계 경제에 공급하는 유동성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일본 금리 조정의 파급력이 세계 투자 시장을 흔들 만큼 크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을 정도예요.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 본점. [AP=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2/28/mk/20251228220303378krql.png)
이렇게 투자하면 두 가지 이점이 있어요. 일단 돈은 저금리로 빌리고, 투자는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시장에 함으로써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어요. ‘엔 캐리 트레이드’ 유행으로 엔화를 빌려 달러로 바꾸는 사람이 많을 땐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점점 하락했다는 점도 중요해요. 달러를 엔화로 다시 바꿔 갚을 때는 빌릴 때보다 엔화가 싸져서 더 적은 돈으로 빚을 갚게 될 가능성까지 있던 셈이에요.
이런 투자 방식은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온 약 30년간 활용됐는데, 특히 미국 등 주요국과 금리 차이가 확 벌어진 지난 2~3년 사이 빠르게 늘어났어요. 이점이 분명한 투자였으니까요.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어마어마해요.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우리 돈으로 수백조 원에서 수천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해요.
사실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응하며 세계 금융시장을 흔드는 건 최근 들어 종종 있는 일이에요. 지난해 8월 5일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인 S&P 500이 6% 급락하는 등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졌는데요. 일본은행이 7월 말 기준금리를 0.25%로 올린 뒤 엔화 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이었어요. 마침 미국의 고용 지표도 좋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빌린 엔화를 갚으려고 미국에 투자한 달러 자산들을 팔아치우는 투자자가 몰렸던 거예요.
단기에 벌어지는 이런 현상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고 불러요. 주식, 암호화폐 등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위험자산을 팔아서 엔화를 갚는 과정이 ‘청산’이에요. 이런 움직임이 순간 집중되면 주가나 가상자산 가격 등은 급락하게 돼요.
올해 1월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어요. 일본은행이 금리를 0.5%로 올린 주에 미국 주요 주가지수들이 폭락했죠. 일본 금리 인상만이 원인은 아니었지만, 중국 기업이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크게 좁힌 저비용 인공지능(AI) 딥시크를 공개하며 엔비디아 주가를 17%나 끌어 내리는 등 미국 주식시장을 흔들었어요.
이때도 돈의 흐름은 비슷했어요. 일본 금리 인상에 따라 엔화 가치가 오르면, 엔 캐리 투자자들은 빌린 돈을 갚으려고 투자 자산을 매각했어요. 수익률과 투자 위험도가 높은 미국 기술주와 가상자산 등이 즉각 큰 타격을 입었죠.
지난 1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외부 강연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등 시장이 금리 인상을 예상할 수 있었기에 금융시장의 혼란이 적었던 것으로 분석돼요. 금리 인상을 앞두고 엔 캐리 자금의 청산이 사전에 조금씩 이뤄졌을 가능성도 존재해요.
당장은 큰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의 실제 규모나 청산이 발생할 때의 영향력은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요.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을 펼친 시간 동안 수많은 투자자가 엔 캐리 트레이드로 곳곳에 투자했을 테니까요. 세계 경제나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상하기도 어렵겠죠.
내년에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일본은 반대로 인상할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금리 차이는 빠르게 줄어들 거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에요. 그만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많이 이뤄질 수 있어요. 오랫동안 저금리 정책을 고수해 온 일본의 변심은 세계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가깝지만 먼 이웃의 금융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 볼 시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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