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인재 허브 '나노스쿨']실리콘의 벽을 넘다, 한국나노기술원의 미래 도전

김동성 2025. 12. 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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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꼽히는 화합물반도체·양자소자 인재 양성이 시급하지만, 대학·기업 현장은 실리콘 중심 교육과 장비 인프라 한계에 막혀 있다. 한국나노기술원(원장 직무대행 박노재) '나노스쿨'은 3300㎡ 규모 클린룸과 국가나노팹 장비를 기반으로 △화합물반도체 실습 과정 △석·박사·신진 연구자 공정·장비 지원 △산업계·대학 재직자를 위한 오픈팹 교육을 한 곳에 모아 대학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가 공정·측정 인프라를 공유하는 인력 양성 허브로 자리 잡았다.

학점은행제와 공정설계 키트(PDK)·에듀칩 프로그램, 민간기업과의 장비·소재 협력이 더해지면서 학생·연구자·재직자가 설계부터 공정·분석까지 한 번에 경험하는 '풀 프로세스' 교육 기반을 갖췄다. 나노스쿨은 이를 통해 화합물반도체 인력 수급 불일치와 장비 접근 격차를 함께 줄이는 실질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나노기술원 전경.

화합물반도체 인력 양성 거점으로 부상한 ‘나노스쿨’

한국나노기술원은 나노스쿨 교육 체계를 △실습 중심 화합물반도체 신진 인력 과정 △석·박사·신진 연구자 공정·장비 지원 △산업계·대학 재직자 대상 오픈팹 장비 교육 등 세 축으로 묶어 운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바탕으로 화합물반도체와 양자소자를 함께 다루는 융합 인재 허브를 목표로 한다.

국내 반도체 교육이 여전히 실리콘 공정 중심이다 보니 통신·전력·에너지·우주·국방 산업이 요구하는 화합물반도체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나노스쿨은 화합물 공정을 전면에 내세운 실습 과정으로 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올해는 화합물반도체 기반 'RF 통신소자' '전력소자'와 마이크로 LED를 직접 제작하는 '광소자' 과정을 각각 4∼5주 과정으로 열었다. 전기·전자, 신소재, 화학공학, 물리 등 전공 학생들이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공정 장비를 다루는 실습형 교육을 받았다.

교육 과정에는 유기금속 화학기상증착(MOCVD)을 활용한 에피택셜 성장과 고전자이동도트랜지스터(HEMT) 공정을 필수로 포함한다. 교육생들은 트랜지스터 구조와 단위 공정, 성능 평가 측정 기술을 함께 익히며 팹 내부 고가 장비를 직접 운용하고, 기술원은 이를 통해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기술원은 새해에는 우주·국방 분야 수요를 겨냥해 화합물반도체의 고내열·고출력·고주파 특성을 센서 소자에 적용하는 센서 기술 교육 과정을 새로 열 계획이다.

학점은행제·에듀칩으로 비전공·설계 인력 포괄

나노스쿨은 비전공자와 학점 이수가 필요한 교육생까지 포괄하기 위해 교육부 학점은행제 참여를 준비 중이다.

한국나노기술원은 2025년 학점은행제 운영을 신청했으며, 자격을 확보할 경우 2026학년도부터 반도체 전공 과목 5개를 개설해 과목별 3학점의 이론·실습 연계 커리큘럼을 운영할 계획이다. 반도체 공정 실습 환경이 부족한 대학이 참여해 기업과 연계하면 산·학·연이 상호 보완적으로 협력하는 교육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계 인력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한국나노기술원은 2026년부터 교육용 공정설계 키트(PDK)를 개발·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에듀칩'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반도체 설계 전공 학생과 기업 초급 인력이 PDK로 소자를 설계하면 기술원 팹에서 해당 소자를 제작·공급하는 방식으로, 설계자는 자신이 설계한 소자의 특성과 성능을 직접 측정·분석할 수 있다. 설계 교육과 공정 경험을 동시에 쌓을 수 있는 구조다.

한국나노기술원이 산업계·대학 재직자를 대상으로 '나노스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현장 교수·학생 “대학 인프라 한계 메우는 팹”

석·박사 및 신진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공정·장비 지원 프로그램은 대학 인프라의 한계를 메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대학이 독자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고가 장비와 공정 기술을 개방해 젊은 연구 인력이 국가가 필요로 하는 고급 연구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한국나노기술원은 올해부터 석·박사 및 신진 연구자를 대상으로 개별 연구 주제에 필요한 공정·장비 수요를 접수해 연구팀을 선정하고 있다. 선정된 팀에는 국가나노팹 장비 인프라와 공정 기술을 연계한 맞춤형 지원이 제공되며, 전문 엔지니어가 공정 설계·조건 설정·장비 선택을 함께 컨설팅해 실험 실패율을 줄이고 연구 효율을 높인다.

현장 평가는 긍정적이다. 서민성 아주대 지능형반도체학과 박사 과정 학생은 “팀이 직접 제안한 화합물반도체 이종접합 구조 연구를 주제로 참여해 MOCVD 에피 성장과 특성 분석을 장기간 꾸준히 수행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다”고 전했다. 그는 “상시 사용이 어려운 MOCVD와 투과전자현미경(TEM), 원자힘현미경(AFM), X선 회절(XRD) 장비 등 분석 장비 일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연구를 계획대로 밀도 있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허준석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대학에서는 고가 첨단 반도체 공정 장비를 활용하기 어려워 아이디어가 있어도 산업 친화적인 연구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노스쿨을 통해 대학이 보유하기 힘든 미세 패턴 장비를 학생들이 직접 활용하면서 공정 재현성과 소자 완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오픈팹·민간 협력으로 화합물반도체 생태계 기반 구축

산업계·대학 재직자를 위한 오픈팹 장비 교육 프로그램도 나노스쿨의 중요한 축이다. 한국나노기술원은 매년 50여종 장비에 대해 100여회 교육을 진행하며, 반도체·나노 분야 핵심 인프라인 나노팹 장비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장비 인프라가 부족하고 기업 규모도 작은 국내 화합물반도체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개방형 오픈팹 교육은 산업 생태계 조성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간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질화갈륨(GaN) 웨이퍼 전문 기업 웨이브로드는 실습 교육에 필요한 에피 웨이퍼를 무상 기증할 예정으로, 화합물반도체 실습 과정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나노기술원은 화합물반도체 인력양성과 함께 양자 소자 분야 신진인력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양자 소자 장비 활용 교육을 통해 양자기술 연구·산업 수요에 대응하는 인력을 길러내고, 과기정통부 지원을 바탕으로 화합물·양자 소자를 함께 다루는 인력양성 허브로 나노스쿨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박노재 원장 직무대행은 “나노스쿨은 화합물반도체와 양자소자까지 포함해 설계·공정·장비 교육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인력 양성 플랫폼”이라며 “대학·연구기관·기업과 협력해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실습형 인재를 꾸준히 배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나노기술원이 산업계·대학 재직자를 대상으로 '나노스쿨'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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