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쇼핑앱' 쿠팡은 왜 공공의 적이 되었나

김정민 2025. 12. 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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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
새벽배송으로 성장한 플랫폼, 반복된 산재와 개인정보 유출로 논란
‘셀프 조사’ 비난 속 책임 회피 일관…정치권·정부 압박 확산
'플랫폼 자본주의의 그늘' 쿠팡은 한국사회와 공존 의지 있나 답해야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 출석,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 쿠팡은 ‘Coup’와 ‘pang’을 결합한 합성어다. Coup은 쿠데타(coup d’etat)의 그 coup, 프랑스어로 ‘판을 뒤집는다’는 뜻이다. pang은 ‘짧고 강한 충격’을 의미한다. 쇼핑 경험을 단번에 바꾸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뜻한 대로 됐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밤에 주문하면 아침에 도착하는 새벽배송은 한국인의 소비 방식을 바꿨다. 퇴근길 마트에서 장을 보던 풍경은 잠들기 전 모바일 쇼핑으로 대체됐다. 오프라인 유통의 시간표는 무력해졌다. 쿠팡은 쇼핑의 범위와 방식, 속도를 재정립했다.

쿠팡은 단순한 쇼핑앱을 넘어 생활 전반을 관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소비자의 구매 경로와 제품 선택을 좌우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매자의 가격과 마케팅 전략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규모 물류 투자를 앞세워 유통의 마지막 단계까지 장악했다.

고용 규모만 봐도 쿠팡의 위상은 분명하다. 2024년 말 기준 쿠팡그룹 전체 고용 인원은 10만 명에 육박한다. 국내 대기업 집단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다. 특히 물류를 담당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직원 수는 약 7만8000명으로, 단일 기업 기준으로는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일하는 방식과 노동 환경 역시 쿠팡이 기준을 정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렇게 쿠팡은 ‘플랫폼 자본주의’의 전형을 빠르게 완성해 갔다.

대규모 물류 투자를 앞세운 승자독식 구조, 플랫폼 참여자들이 스스로 가격을 낮추도록 설계한 알고리즘, 비용과 위험을 판매자와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운영 방식이 결합됐다. 효율과 속도는 극대화됐고, 소비자는 편리함을 얻었다. 그 대가로 쿠팡은 국내 최대 유통기업이자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회는 성과가 아니라 역할과 책임을 묻는다. 문제는 쿠팡이 이 질문에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 물류 현장에서는 반복적으로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해 왔다. 2020년 이후 과로와 안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랐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쿠팡은 “개별 사례”라며 파장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을 뿐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여기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번에 드러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약 3370만 명에 달한다. 이름과 연락처, 배송 정보 등 일상과 직결된 정보가 대규모로 외부에 노출됐다. 더 큰 문제는 사고 자체보다 이후 대응이다.

쿠팡은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기습적으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출 규모를 3000명 수준으로 대폭 축소했다. 사고 당사자가 스스로 조사하고, 전직 유출자를 접촉해 증거를 확보한 뒤 결론까지 내린 전례 없는 ‘셀프 조사’다. ‘셀프 면죄부’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따랐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산업재해와 개인정보 유출은 각기 성격이 다른 사건이지만, 쿠팡의 대응에는 공통점이 있다.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태도를 반복했다. 법적으로는 미국 기업이지만, 매출과 이용자, 물류망과 노동 인력의 대부분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음에도, 책임을 요구받는 순간마다 “미국 기업이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방패 뒤로 숨었다.

이 지점에서 쿠팡을 향한 비판은 합리적 문제 제기를 넘어 정서적 적대감으로 확장됐다.

법의 판단과 사회의 평가는 다르다. 사법적 책임을 피했다고 해서 사회적 신뢰까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람의 생명과 개인정보처럼 정서적으로 민감한 문제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플랫폼 기업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사회는 그 기업을 법 조항이 아니라 공공성의 잣대로 평가한다.

한국 사회는 쿠팡에 묻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성장한 기업으로서, 한국 사회와 함께 공존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쿠팡에 그럴 의지와 노력이 없다면 한국 사회 역시 쿠팡과 함께 가기를 포기할 수 있다. 그것은 쿠팡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김정민 (jm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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