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칼럼)제2, 제3의 김병기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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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겐 수많은 '특권'이 있다.
국회 안에서 부적절한 말을 해도 민형사상 책임지지 않는 면책특권, 구속영장이 청구되더라도 감옥 가지 않을 수 있는 불체포특권만 있는 게 아니다.
특혜를 제공한 곳 상당수가 김 의원의 상임위나 지역구와 관련 있으므로 이해충돌에 해당한다.
'영원한 재야'로 불리던 장기표 선생은 작고 직전까지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온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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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겐 수많은 '특권'이 있다. 국회 안에서 부적절한 말을 해도 민형사상 책임지지 않는 면책특권, 구속영장이 청구되더라도 감옥 가지 않을 수 있는 불체포특권만 있는 게 아니다. 분류 기준에 따라 다르긴 해도 200개 정도의 특권을 누리는 걸로 파악된다. 그런데 법과 규정에 있는 '특권'뿐 아니라 적발되면 위법으로 처벌 대상인 음성적 '특혜'도 많다. 의사당 안에서 쉬쉬하는 일들인데, 이번에 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옛 보좌진 사이의 진흙탕 폭로전에서 '일부'가 드러났다.
'김병기 사태'는 모시던 의원님 부부를 비웃는 단톡방 '뒷담화'가 들키면서 시작됐다. 화가 잔뜩 난 의원님은 보좌진(보좌관+비서관+비서) 6명을 한꺼번에 잘랐다. 한 의원실의 4급부터 9급까지 보좌진 수는 9명인데, 3분의 2를 직권면직 처리했다. 이런 제왕적 인사권도 다른 조직에서 보기 어려운 특권이자 특혜다. 보좌진 협의회 등에서 신분보장을 화두로 내세워 꾸준히 개선책을 모색해 왔으나 힘센 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기에 그대로 이어져 왔다. 인사권을 의원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쥐고 있으므로 그가 시키는 '과외 일'을 군소리 없이 처리해야 한다. 그걸 거역하거나 불평하면 집단 퇴직당하는 현실도 국민은 알게 됐다.
대부분은 이런 관행에 순응하지만 김 의원의 옛 참모들은 참지 않고 집단 저항에 나섰다. 그들은 의원님을 모시던 시절 있었던 일들을 시리즈로 폭로 중이다. 제주도 호텔의 로열 스위트룸 공짜 투숙, 가족의 베트남 공항 특별 의전, 대기표 없는 대형병원 이용 등 끝이 없다. 심지어 김 의원은 본인을 이어 국정원에 들어간 아들의 극비 업무에도 보좌진을 동원했다. 특혜를 제공한 곳 상당수가 김 의원의 상임위나 지역구와 관련 있으므로 이해충돌에 해당한다.
의원들이 제도적 특권 외에 음성적 특혜를 누린다는 짐작이 있었던 참에 이번 폭로전을 통해 '물증'이 쏟아졌다. 심부름한 보좌진들이 당시 김 의원과 그 가족, 특혜 제공자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고스란히 공개되고 있다.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얼마 전 불거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논란을 훨씬 뛰어넘는 내용들이 연일 폭로되기 때문이다. 폭로자 중엔 정치를 경험한 변호사도 있어서 최대치의 효과를 내는 방법을 사용 중이다.
김 의원 가족에 대한 폭로는 어디까지 이어질지조차 알 수 없다. 여의도 정가에선 아직 절반 정도밖에 까지 않았을 거란 얘기마저 나온다. 문제는 이런 음성 특혜를 김 의원 혼자만 누렸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데 있다.
필자도 국회 출입 기자를 오래 하면서 직접 목격하거나 말로 전해 들은 사례가 부지기수다. 물론, 주변의 유혹을 뿌리치고 청렴하게 의정 활동하는 의원들도 많다. 지금은 그들조차도 도매금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영원한 재야'로 불리던 장기표 선생은 작고 직전까지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온 힘을 쏟았다. 그 의지를 이어받을 국민 운동이 필요하다. 지금은 '특권 폐지'에 더해 '특혜 몰수' 캠페인도 벌여야 한다. 현재 드러난 김 의원 행태가 '관행'이란 이름으로 덮이기엔 위법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고소 고발이 이어지고 있으므로 수사기관이 나서겠지만 들키지 않은 특혜들에 대해선 별도의 조치가 요구된다. 국회가 자정 차원에서 고발 센터라도 만들면 어떨까. 신고자의 신분과 비밀을 철저히 보장해 주면 전현직 보좌진, 특혜 제공자들의 고발이 줄지어 나올 것이다.
특혜 몰수 캠페인은 김 의원 소속 정당이고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앞장서야 한다. 보수를 겨냥한 적폐 청산만 외치지 말고 내부에 쌓여 있는 적폐도 없애야 한다. 물론, 보수 진영도 스스로 점검하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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