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화폐 이야기] 31. 국민 아이디어와 공적 자원의 만남, 새로운 가치 창출 시작

강승구 2025. 12. 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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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부산물 개방으로 연 공공 오픈이노베이션
버려진 공공 자원, 민간 창의성 재료가 되다
일회성 공모 넘어 상시 혁신 구조의 등장
화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국민 아이디어와 결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재탄생시키는 상시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머니랩(moneyLAB)’ [조폐공사 제공]


공공기관의 공적 자원과 민간의 창의성이 만나 혁신적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과 민간 영역은 뚜렷한 경계를 유지해 왔다. 공공은 안정성과 신뢰를, 민간은 창의성과 효율성을 각각 추구하며 고유의 역할을 지켜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 접근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돼왔다.

한국조폐공사는 매년 약 100톤씩 소각되던 화폐 제조 부산물에 주목했다. 올해 초 화폐굿즈 전문 브랜드 ‘머니메이드’를 론칭하고 ‘돈볼펜’을 출시하며 전 세대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돈키링, 돈봉투, 돈달력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친환경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하는 상시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머니랩(moneyLAB)’을 구축한 것이다. 디자이너,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 누구나 화폐 부산물을 활용한 제품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으며, 제안된 아이디어는 서면심사부터 제품 개발, 대면심사, 협약을 거쳐 실제 출시까지 이어지는 7단계 프로세스를 통해 사업화된다.

최근 공공기관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정부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체계를 통해 대·중견기업, 공공기관과 스타트업의 협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있다. 하지만 머니랩은 단순한 협업을 넘어선 차별성을 지닌다. 첫째, 상시 운영 시스템이다. 일회성 공모전과 달리 연중 언제든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어, 창의성에 시간적 제약을 두지 않는다.

둘째, 실질적 지원 체계다. 선정된 프로젝트는 화폐 부산물 제공은 물론, 머니메이드 브랜드와 연계한 마케팅·홍보·판매채널까지 지원받는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실제 제품화까지 가능한 완결형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셋째, 순환경제의 실천이다. 올해 4월 화폐 부산물이 순환자원으로 공식 인정되면서 활용 가능성이 열렸고, 조폐공사는 이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중소기업 공동성장 모델로 발전시키고 있다.

머니랩의 진정한 가치는 ‘역할의 재정의’에 있다. 조폐공사는 화폐 제조라는 핵심 공공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민간에 개방했다. 민간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시장 감각으로 새로운 제품을 제안하고, 공공은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로 이를 뒷받침한다. 각자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완벽한 협업 모델이다.

화폐 제조시 발생되는 화폐 부산물을 모아 압축한 모습 [조폐공사 제공]


조폐공사는 화폐굿즈 사업을 “친환경 문화사업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공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이 처음은 아니지만, 특정 자원을 중심으로 상시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되는 사례는 드물다. 특히 제조업 공공기관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민간 창의성의 재료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선구적이다.

머니랩의 성공은 다른 공공기관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데이터, 수자원공사의 물 관련 기술, 도로공사의 교통 데이터 등 공공기관이 가진 자산들이 민간의 혁신과 만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화폐 속 인물과 유적을 활용한 문화·역사 스토리텔링이 담긴 돈달력은 화폐 제조 부산물을 재활용한 친환경 용지로 제작됐다. 실제 돈가루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제품들은 단순한 굿즈를 넘어, 친환경과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담아낸다.

머니랩을 통해 앞으로 어떤 제품들이 탄생할까? 화폐 부산물로 만든 명함, 액자, 가방, 노트북 케이스 등 가능성은 무한하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아이디어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제품이다.

머니랩은 단순히 화폐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공공과 민간이라는 오래된 경계를 허물고, 각자가 가진 장점을 모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실험이다. 공공기관의 안정적인 인프라와 기술력, 그리고 민간의 창의성과 시장 감각이 만날 때, 우리는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다.

버려지던 화폐 부산물이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친환경 문화 자원으로 재탄생하는 머니랩. 이는 조폐공사만의 혁신이 아닌, 대한민국 공공기관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공공과 민간의 벽을 허물고,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머니랩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우진구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장


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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