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증설 vs 가석방 확대…현실 해법은 어디에
[편집자주]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시설이 '콩나물 감방'을 넘어섰다. 붕괴 직전에 몰리면서 교정효과는 떨어지고 있다. 되려 사고가 늘면서 의료비, 손해배상비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교정시설 과밀수용의 실태와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고 지금 당장 가능한 해법을 따져봤다.

과밀 수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용 능력을 확대하거나 수용 인원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문제는 두 방법 모두 실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교정시설 증설은 용지 확보 단계부터 지역 반발에 부딪힌다. 수감 인원 감축도 국민 정서와 안전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교정시설 과밀수용 해소 방안으로 교정시설 신설 등 조성과 가석방 확대를 제시했다. 특히 내년 월평균 가석방 허가 목표인원을 약 1340명으로 올해 1032명보다 30% 늘린다고 밝혔다. 2023년엔 월평균 가석방 허가인원은 794명이었다.
위험성이 낮은 범죄자는 교도소 수감 대신 벌금·사회봉사·전자감독 같은 대체 처벌로 돌리고 모범수형자 가석방을 확대해 밀도를 낮추자는 것인데 반발이 크다. 범죄자를 조기에 사회로 복귀시키거나 구금을 자제하면 국민 법 감정에 반하고 범죄 예방에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용명 교도소연구소장은 "일본은 수형자의 약 60%가 가석방으로 출소하고 한국은 60%가 만기, 40%가 조기 석방"이라며 "일본은 형 집행 초기부터 재범 원인을 분석하고 재범 방지 프로그램을 국가적으로 돌린 덕에 가석방 재범률이 낮다"고 분석했다.
금 소장은 "반면 한국은 가석방하면서 전자발찌만 채우는 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정치권과 학계까지 가석방 확대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며 "가석방 비율을 숫자 맞추듯 올리기보다는 재범 위험 평가와 재활 프로그램을 먼저 갖춰 '이 사람은 위험하지 않다'는 신뢰를 만들어야 국민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흉악범죄에 대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덜 넣고 덜 가두자'는 프론트도어·백도어 정책이 모두 쉽지 않다"며 "결국 수용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교정시설 확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교도소는 대표적 기피 시설이다. 지역 이미지를 낮추고 개발을 방해해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인식이 강하다. 법무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신설 3곳 등을 통해 수용정원을 4519명 늘리는 걸 목표로 제시했지만 사업비도 부족하고 지역주민과의 이견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실제 과밀이 심한 부산의 경우 여러차례 이전을 시도했지만 매번 주민 반발에 막혔다. 부산에선 2007년 강서구 화전동, 2012년 명지동 법무타운, 2018년 사상구 엄궁동 등 교정시설 이전 방안이 여러 차례 추진됐다. 2023년에도 부산교정시설 입지 선정위원회는 부산교도소·구치소를 강서구 대저동으로 통합 이전하라고 권고했지만 사실상 논의가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국민들도 교도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본인 집과 동네는 안 된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여성 교정시설 확충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법무부는 내년 준공을 목표로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에 제2 여자교도소 추가 건립을 계획했지만, 지역 반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는 "마도면은 혐오시설 집합소가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까지 걸렸다. 국내 여성 전용 교정시설은 청주여자교도소와 천안개방교도소 단 2곳이다.
장기수형자를 따로 관리하는 특화시설을 짓자는 견해도 있다. 지역 사회 반대가 없는 섬이나 격오지에 특수 교도소를 만들어 사형·무기징역이 확정되고 교정 가능성이 낮은 흉악범을 장기 격리해 일반 시설의 과밀을 풀자는 논리다. 지난해 기준 무기징역 확정 수용자는 1320명, 사형 확정 수용자는 53명으로 합치면 전체의 3.3% 규모다. 이는 부산구치소 법정 수용 인원인 1480명에 맞먹는다.
금 소장은 "일본은 홋카이도에 사실상 종신형 수형자를 위한 교도소를 따로 둔다"며 "우리도 섬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주가 사실상 불가능한 종신형·무기형 전용 시설을 한두 곳 만들어 장기수형자를 분리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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