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부족해 '구속 못 하는 날' 오나…IMF 이후 최악 과밀에 비상

양윤우 기자, 조준영 기자, 이혜수 기자 2025. 12. 2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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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고뭉치된 콩나물 감방①범죄인 감옥 못 보내는 상황 현실화하나
[편집자주]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시설이 '콩나물 감방'을 넘어섰다. 붕괴 직전에 몰리면서 교정효과는 떨어지고 있다. 되려 사고가 늘면서 의료비, 손해배상비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교정시설 과밀수용의 실태와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고 지금 당장 가능한 해법을 따져봤다.

2025 법무부 2025 교정통계연보 /사진=Gemini

"교정시설에 들어오는 범죄자들이 이 정도 수준으로 늘어난 건 IMF 외환위기 때 이후 처음입니다. 그때는 주로 경제사범들이 들어왔다면 지금은 마약·성폭력 범죄자들에 고령 수형자 증가까지 겹치면서 과밀이 심화한 상황입니다."(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

교정시설이 말 그대로 가득 찼다. 법조계에서는 교정시설 과밀문제를 더 방치하면 부작용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악의 경우 감옥이 모자라 범죄자들을 감옥에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8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교정시설(교도소·구치소)의 하루 평균 수용인원은 6만1366명으로 법정 정원(5만250명)에 1만1116명 초과했다. 수용인원이 6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2년 6만1084명 이후 20여년 만이다.

수용률로 따지면 약 122%다. 정원 10명인 방에 12명이 눕는 셈이다. 법무부가 정한 혼거실 최소수용면적은 1인당 2.58㎡이지만 일부 수용자들은 1인당 2㎡ 정도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이 비좁게 잠을 포개자는 모습이 콩나물 시루 같다며 이른바 '콩나물 감방'이라는 말도 나왔다.

최근 과밀수용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법무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던 지난 19일에는 6만5000명이 넘어 수용률이 130% 육박했다. 가석방을 늘렸음에도 과밀수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수용률은 지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10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수용률은 코로나19 시기인 2022년 104.3%까지 내려갔지만 2023년 113.3%, 지난해 122.1%로 반등했다.

10명이 살아야 하는 곳에 15명 이상이 살고 있는 시설도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교정기관 55곳 중 16곳이 수용률 130%이 넘고, 3곳은 150% 이상이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ChatGPT


정신질환 수용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정신질환 수용자는 역대 최다인 6274명으로 전체 수용자의 10%를 기록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사실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을 교도소에 보내 놓고 우리한테 관리하라고 한다"며 "정신질환자 한 명이 교도관 백 명 목소리라고 할 정도로 관리가 힘들다. 한 명만 들어와도 전체 관리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인력은 제자리다. 인력이 부족하면 수용자 관리가 더 어려워진다. 수용자 관리가 어려워질수록 일을 하려는 사람이 줄어든다. 악순환인 셈이다. 정신 질환을 호소하는 교도관들까지 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해 전국 교정시설 직원을 상대로 정신건강을 분석한 결과 교도관 5명 중 1명은 정신건강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밀수용 현상이 심해지면 가둬야할 사람들을 가두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전국에서 수용률이 가장 높은 부산구치소는 지난해 10월 경찰과 검찰에 구속영장 청구를 숙고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법원에도 보석이나 구속 집행정지 등 석방을 위한 요청 시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했다. 당시 부산구치소의 수용률은 남자의 경우 148%, 여자의 경우 227%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진 과밀 수용 현상으로 피의자·피고인을 구속 또는 수감을 못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시설 역시 법원이 구속을 결정하면 거부할 방법이 없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아직 그런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교정기관이 법원 등에 구속 자제를 호소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시스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금은 판사가 법리 등 원칙대로 구속 여부를 결정하고 있지만 과밀수용 상태가 더 심화되면 결국 '보낼 사람을 못 보내는' 사태로 이어져 국민 법감정과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조준영 기자 cho@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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